상단영역

본문영역

서울시의 내부순환로 통제가 짜증난다고?

  • 입력 2016.02.23 10:17
  • 기자명 아이엠피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2월 22일 0시부터 전면통제되고 있는 내부순환로 정릉천고가 ⓒ서울시

서울 시내 상습정체구간이었던 내부순환로가 더 막힐 듯합니다. 지난 2월 21일 서울시는 ‘정릉천 고가도로 안전점검 중 내부 중대결함을 발견하여 한국시설안전공단 등 관계기관, 외부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22일 0시부터 정릉천 고가도로를 전면통제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가 밝힌 중대결함이란 거더를 지지하는 텐던(15개의 강연선이 묶여 하나의 케이블로 이루어진 형태) 20개소 중 1개가 떨어져 나간 점과, 나머지 텐던도 부분적으로 끊어지거나 부식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국시설안전공단의 점검 결과 ‘중대결함의 진행성을 확인한 뒤 교통통제 등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듣고 현장을 직접 점검했습니다. 이후 교통 후속대책 등을 마련한 뒤에 굉장히 빠른 속도로 구간의 전면통제 결정을 내렸습니다.
일각에서는 박원순 시장의 통제 결정이 너무 빨랐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폐쇄된 구간은 하루 9만7천 대의 자동차가 통행하는 구간입니다. 그래서 22일 월요일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은 교통통제 사실을 몰랐다가 낭패를 겪기도 했습니다. 언론에서는 ‘고생길’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내부순환로 정릉천 고가 교통통제 결정을 내린 박원순 시장의 결단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너무 성급한 판단이었을까요?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행정상의 몇 가지 문제점은 있지만, 통제 조치 자체는 안전을 위해서라면 필요했다고 봅니다. 이유는 1994년 벌어진 성수대교 붕괴사고 때문입니다.

서울시의 안일한 대처가 불러온 성수대교 붕괴사고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 48분 성수대교의 10번, 11번 교각 사이 48m 상부 트러스가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버스 1대, 승합차 1대, 승용차 4대 등 모두 6대의 차량과 49명의 탑승자가 강물로 추락했고 이 중 32명이 사망한 대형 참사였습니다.


▲ 1994년 붕괴된 성수대교 모습 ⓒ연합뉴스

처음 성수대교 붕괴 사실을 신고하는 전화가 119로 걸려왔을 때, 신고센터에서는 그 전화를 믿지 못했다고 합니다. 멀쩡한 다리가 무너졌다는 말을 누가 쉽게 믿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러나 그만큼 황당한 사고가 실제로 일어났고, 이 일로 국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사고 후 조사를 해 보니, 성수대교 붕괴 사고는 이미 예견되어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 상판 이음새가 벌어져 있었는데 서울시는 이 곳에 임시방편으로 철판을 깔았습니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교량의 이음새가 너무 벌어져 있어 지나가던 차량 운전자들이 서울시에 전화를 한 일까지 있었음에도, 시는 교통통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시의 안일한 대처가 참사를 불러온 셈입니다.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 한국 사회는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당시 추락한 버스에는 등교길에 올랐던 무학여중과 무학여고 학생들이 많았는데, 사고 이후에는 학생들이 한강다리를 건너 등교하는 일이 없도록 중·고등학교를 배정하는 등의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법원은 성수대교 붕괴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동아건설의 부실시공 때문이라고 확정했습니다. 그러나 안전관리 책임을 맡았던 서울시가 제대로 안전관리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던 부분은 분명한 시의 잘못입니다. 특히 사고 직전의 징후를 소홀히 대처했던 점이나 상시 관리를 소홀히 했던 점은 서울시가 누구보다 뼈아프게 기억해야 할 사례입니다.

철거 결정을 내렸던 당산철교

성수대교 붕괴사고 직후 서울시의 내부순환로 교통통제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바로 당산철교 철거입니다. 1996년 12월 31일 당산철교의 철거작업이 시작되었고 잠정적으로 해당 구간의 지하철 2호선 운행이 중단됐습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 교량과 시설물 등의 전면 안전점검이 이루어졌는데, 그 중 당산철교의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이 내려졌기 때문입니다.

▲당산철교 철거로 해당 구간의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어,
승객들은 당산역과 홍대입구역 구간을 버스로 이동해야 했다. ⓒMBC뉴스 화면 갈무리

당산철교의 통행이 중단되면서 당장 지하철 2호선을 이용하던 승객들은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당산을 지나야 하는 승객들은 일단 당산역까지 온 뒤, 버스를 타고 양화대교를 건너 다시 홍대입구역에서 지하철로 갈아타야 했기 때문입니다. 지하철로 한 번에 가지 못하고 버스를 타고 내리면서 시간도 더 많이 소요됐고 길도 복잡해졌습니다.
때문에 당시 당산철교의 철거는 기술적인 논란을 많이 불러일으켰습니다. 국내 기술자와 학자들은 부분 보수로 충분하다고 주장했고 서울시는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을 밀어붙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 시민들의 여론이 시설 안전을 최우선하는 쪽으로 몰려 결국 철교를 철거 후 재시공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었습니다.
2011년 법원은 당산철교 부실공사에 따른 손해배상소송에서 설계 및 시공사가 서울메트로에 70억여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을 내렸습니다. 1심에서 681억 원의 배상 판결이 났던 것과 다르게, 서울메트로의 과실도 인정된 판결이었습니다. 법원은 당시 당산철교의 상태가 서울시가 주장한 만큼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을 해야 하는 수준까지로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균열로 인한 보수, 보강 비용만 시공사의 손해배상 책임으로 인정했습니다.
이 때 보수, 보강만 해도 되었을 당산철교를 재시공까지 했던 것은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 당산철교를 지나가는 시민들의 불안감이 너무 커졌기 때문입니다. 당시 당산철교를 지나던 지하철은 원래 시속 70km로 달려야 했었지만, 1992년부터는 세로보 균열로 시속 30km로 서행하던 중이었습니다. 이전에는 그 문제를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시민들이 성수대교 사고 이후 열차를 탈 때마다 불안해했던 겁니다. 결국 조순 당시 서울시장은 철거 후 재시공이라는 큰 결정을 내렸습니다.


성수대교 붕괴 사고와 당산철교에서 배워야 할 점

성수대교 붕괴 사고와 당산철교 사례에서 우리는 몇 가지 배울 점이 있습니다. 제일 첫 번째는 문제점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는 점입니다. 성수대교도 사고 이전에 이미 상판 이음새가 벌어지는 징후가 있었고, 당산철교도 세로보 균열이 발견됐었습니다. 그러나 시민들은 그런 사실을 정확히 몰랐습니다.

▲내부순환로에 끊어진 케이블 모습 ⓒ서울시

서울시는 해빙기 안전점검을 통해 사전에 내부순환로의 케이블이 끊어진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교통 해소 대책만 홍보할 뿐 왜 통제가 필요한지 즉, 케이블의 손상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과감하게 알려주고 있지 않습니다.
왜 통제를 하느냐는 불만은 끊어진 케이블 사진을 보여주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특히 다른 부위도 파손과 부식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어야 합니다. 전문가들도 왜 통제가 불가피했는지, 현재 도로의 문제를 정확히 알려야 합니다. 시민들이 두려워할까 지나치게 걱정하는 서울시의 소극적인 모습은 오히려 조치에 대한 비난을 스스로 초래하는 꼴입니다.


두 번째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언론의 역할입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일어나기 전 MBC <뉴스데스크>는 카메라출동 등의 코너 등을 통해 지속해서 한강다리의 위험성을 경고했습니다. 그런데 2016년의 <뉴스데스크>는 길이 막힌다는 뉴스가 주를 이룹니다. 다른 언론도 마찬가지로 고생길이니, 지옥길 같은 말만 하고 있습니다.
과거 언론은 정부가 미처 보지 못하고 있는 위험이나 문제점을 취재하고 보도하면서 행정부를 움직이도록 만드는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요새 언론은 시민의 안전 문제보다는 시장 아들의 병역 문제에 더 큰 관심을 보입니다. 서울역 고가의 위험성은 보도하지 않고, 단순히 공원을 조성하는 문제에 대한 비난만 합니다.
이번 내부순환로 통제를 계기로 서울시는 시내 도로와 교량, 시설물에 대한 전면 안전점검을 다시 해야 합니다. 이번 통제도 빠르지는 않았습니다. 끊어진 후에 발견하기보다 파손되기 전에 예측했어야 합니다. 사고는 1%의 징후를 놓칠 때 벌어집니다. 아울러 내부순환로의 상습 정체 문제를 해결할 방안과 함께 서울 시내 교통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선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 제안해 봅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