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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39호실' 미스터리 : 개성공단 자금은 정말 이 곳으로 흘러갔나?

  • 입력 2016.02.15 13:51
  • 수정 2016.02.15 13:57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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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한 것은 개성공단으로 유입된 자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사용됐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KBS 일요진단에 출연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임금은 달러 현금으로 지급되는데 근로자에게 바로 가는 것이 아니며, 개성공단으로 유입된 돈의 70%가 서기실이나 당39호실로 들어가 핵, 미사실, 치적사업, 사치품 구입 등에 쓰이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홍용표 장관은 39호실로 들어가는 금액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이 돈이 어떻게 무기 개발에 사용됐는지에 대한 근거와 자료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홍 장관은 그 이유로 정보 보안을 들었습니다.
개성공단 중단으로 남한 기업이 더 손해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홍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정부와 여당에게 개성공단 중단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홍 장관의 주장이 옳은 것인지는 의문이 듭니다.


2012년 폐지됐다던 39호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개성공단 자금의 39호실 유입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2012년으로 먼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2012년 중앙일보는 김정은이 39호실을 폐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2012년 8월 3일 북한 김정은이 39호실의 폐지를 지시했다고 보도한 중앙일보 ⓒ중앙일보

중앙일보는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을 인용해 김정은이 ‘경제개혁은 당이 주도하고 군부는 외화벌이 등에 관여하지 말라’며 조선노동당 39호실의 폐지를 지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2012년 10월 18일 ‘교도통신’은 조선노동당 38호실을 폐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39호실 폐지에 이어 38호실까지 북한의 외화벌이에 이용되는 북한 기관들이 모두 폐지된 것입니다.

2012년의 이 보도가 모두 사실이라면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폐지된 39호실에 개성공단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거짓말을 한 셈입니다.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 걸까요?


38호실은 뭐고, 39호실은 무엇인가?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39호실을 말했는데, 갑자기 38호실이라는 용어가 나왔습니다. 39호실이라는 말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3호 청사 9호실에서 유래된 말로, 38호실과 39호실은 모두 북한의 외화획득기관입니다. 북한의 금융기관과 대외무역회사를 보유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이들은 북한 경제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직입니다.


그 중 38호실은 주로 식당 및 호텔, 외환 상점 등의 유통 및 서비스업으로 발생하는 외화를 관리하는 곳으로 해외에서 영업 중인 북한 식당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만약 해외에 나가서 북한 식당 등을 갔다면 북한의 외화벌이에 동조를 했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조선노동당 39호실은 외국과 거래하고 있는 금융기관과 북한 내 금광이나 지하자원, 해외 인력 파견 사업 등의 대규모 외화벌이 획득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기관입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영국 왕립합동국방연구소의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아 버거는 “노동당 39호실은 돈을 흐르게 하는 윤활유의 역할을 맡고 있으며, 북한 정권을 버티게 하는 매우 중요한 조직”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자금이 불법자금으로 39호실에 유입되는 것처럼 말했지만, 원래 북한에 들어오는 모든 외화는 앞서 말했듯이 38호실과 39호실을 통해 들어옵니다. 유입된 달러는 북한의 수입 대금 결제 등에 사용되고 화폐나 쌀 등 배급표로 내부에 지급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북한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38호실과 39호실이 폐지됐다는 보도가 왜 나왔을까요? 이유는 미국의 경제 제재 때문입니다. 미국은 지난 2010년 위조 화폐와 마약밀매 등의 범죄와 무기 거래 등의 자금 유입에 39호실이 관여했다며 이를 경제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습니다.
김정은은 이후 계속되는 경제 제재로 39호실의 기능이 점점 무너지자 이를 아예 폐지하고 다른 방식의 경제 시스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39호실 발언을 믿지 못하는 이유

이런 보도들을 빼더라도, 개성공단 자금이 39호실에 유입됐기 때문에 중단했다는 홍용표 장관의 발언은 그리 신뢰하기가 어렵습니다. 믿을 수 없는 이유 세 가지를 짚어 보겠습니다.

▲2015년 통일부가 발간한 북한 권력기구도. 38호실과 39호실의 책임자란만 공백이다. ⓒ통일부

① 통일부, 자료가 있기는 할까?
가장 먼저, 통일부가 38호실과 39호실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조차 의문이 듭니다. 지난 2012년 북한의 전일춘 노동당 39호실 실장이 물러났습니다. 북한 최고권력자의 금고지기이자 최측근이었던 전일춘이 39호실을 떠났다면 도대체 후임이 누구인지, 누가 관리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그러나 통일부는 2013년부터 북한권력기구도에서 38호실과 39호실의 책임자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개성공단 자금이 39호실에 얼마나 들어갔는지, 어떻게 사용됐는지 보안상 국민에게 공개할 수는 없다고 해도 최소한 책임자가 누구인지 정도는 알려줘야 합니다. 그러나 통일부는 누가 책임자인지조차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름을 말하는 것조차 보안일까요? 아니면 몰라서일까요?

② 개성공단 자금 중지하면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까?
2015년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제공된 자금은 약 1억 달러입니다. 그중 70%라고 한다면 7천만 달러입니다. 중국과의 교역으로만 1년에 60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북한이 이 7천만 달러가 없다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할까요?
2010년 8월 미국은 행정명령 13551호를 통해 39호실을 경제 제재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개성공단과 유사한 4천여명의 북한노동자들이 파견된 쿠웨이트도 조선무역은행의 자금 100만 달러를 압류했습니다. 이런저런 경제 제재를 통해 39호실을 막았지만, 결국 북한은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니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내세운 개성공단 중단 카드는 북한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③ 경각심 때문에 이런 엄청난 일을
통일부는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 핵과 장거리 로켓 개발에 사용됐다는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두고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위를 위해 경각심 차원에서 얘기한 것"이라며 "정쟁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개성공단 중단으로 입주기업 124개와 협력업체 5,000여곳, 남한 근로자 12만 명의 실직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가족까지 포함하면 수십만 명의 경제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그 근거를 경각심이라고 얘기하는 자체가 너무 황당합니다.
홍 장관의 말마따나 개성공단의 자금이 북한 핵 개발과 장거리 로켓 개발에 사용됐다면 유엔안보리가 결정한 대북경제 제재 조치를 위반한 것입니다. 그러나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이런 것들은 개성공단이 주는 한반도 평화의 기능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말을 했습니다.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헌법 76조를 보면 ‘대통령은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하여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헌법에는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되며 박탈당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시한 개성공단 중단으로 수많은 국민의 재산권이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명령이 과연 헌법에 명시된 국가의 안전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를 위한 긴급한 조치인지 위헌소송 등을 통해 법리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헌법을 준수해야 할 대통령이 오히려 국민의 재산권을 박탈한 개성공단 중단 사태. 아무리 따져봐도 논리도 법적 근거도 희박합니다. 정부는 이 허점을 덮기 위해 당분간 비겁한 변명과 전쟁의 공포를 자극하며 국민을 위협할 것입니다. 우리가 이 사태를 똑바로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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