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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은 없고 자기포장엔 뛰어난 직원, 어떻게 대처할까?

  • 입력 2016.02.05 11:09
  • 기자명 조우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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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 이야기
저희 팀원 중에 박 대리라는 친구가 있는데, 실력은 별로지만 정치력이 대단히 뛰어납니다. 특히 실적 가로채기에는 명수입니다. 그런데 정말 안타까운 것은 사장님이나 팀장님이 그런 내막을 잘 모르신다는 겁니다. 박 대리는 심지어 사석에서 사장님이나 팀장님 욕을 한단 말이죠.
이런 내용을 살짝 보고하고 싶기도 하지만 그렇게 하면 고자질쟁이로 비칠까 봐 두렵기도 하고 솔직히 그렇게 해야만 하는 저 자신을 생각하면 자존심도 상합니다. 박 대리는 제휴업체를 만나면서 회사 중요 정보를 마치 자신의 것인 양 부당하게 사용하곤 했습니다. 내막을 모르는 제휴업체에선 박 대리를 높이 평가하며 ‘스카웃 하고 싶다’는 얘기도 합니다.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저처럼 정치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박 대리처럼 헐리우드 액션이 뛰어난 친구들에게 항상 밀립니다. 사장님과 팀장님의 안목이 실망스럽습니다. 이런 제가 너무 옹졸한 것인가요?




유능한 줄 알았던 부하 직원, 알고 보니..

리더들은 조직원 간의 갈등이나 암투를 그리 민감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서로 잘 지내면 되지 않느냐’면서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느냐는 식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조직원 중 누군가가 부당하게 좋은 평가를 받거나 남의 이익을 가로채는 데도 위에서 그것을 알아주지 못한다면 다른 조직원들은 으레 의욕을 상실하게 된다.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 tvN



절대적인 박탈감보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상대적인 박탈감이 사람을 훨씬 화나게 만든다. 역사적으로 논공행상에 대한 불만 때문에 일어난 변란이 여럿 있지 않은가. 조선초기 2차 왕자의 난, 조선중기 인조반정 이후 이괄의 난 등등등.
누가 리더를 현혹시키고 기만하는지 냉정하게 평가하고 관리하는 것이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 중 하나라고 하면 다소 비정하다 느낄 수도 있을까? 관련 사례를 하나 살펴보자.
직원 30명 규모의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허 대표가 직원(본부장)을 해고하는 문제로 자문을 구하기 위해 나를 찾아왔다. 허 대표는 회사가 성장하는 것에 발맞추어 총괄본부장 역할을 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수소문 끝에 자신의 대학 후배를 추천받아 본부장으로 영입한 것이 1년 전. 새 식구가 된 곽 본부장은 넉살 좋고 성격이 화통해 대인관계에 특히 뛰어났다. 본부장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 모두가 그를 잘 따랐다.
허 대표는 곽 본부장이야말로 자신의 심복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본부장은 사소한 일까지 시시콜콜 대표에게 보고했다. 대표는 ‘작은 것은 본부장이 알아서 결정하면 된다’고 했지만, 본부장은 ‘저는 새로운 식구이고 지휘체계는 무엇보다 중요하니 적어도 몇 달간만큼은 사소한 것이라도 다 보고하는 것이 맞습니다’라고 깍듯하게 대답했다.
허 대표는 본부장이 대표와 직원들 사이 중간 관리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예를 들어 허 대표가 특정 직원 근무태도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 본부장은 "대표님, 그 부분은 제게 맡겨 주십시오. 제가 그 친구 기분 나쁘지 않게, 하지만 단호하게 주의를 주겠습니다."라고 말하고는 은근한 방법으로 군기(?)를 잡았단다.
그런데 허 대표는 다른 직원과 식사를 하다, 본부장이 대표의 뜻을 왜곡해서 전달하는 일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허 대표는 해당 직원의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해 주기를 바랬는데, 본부장은 그 직원에게 "사장님은 자네 업무태도에 대해 다소 불만이신 듯한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네. 아무래도 사장님은 공학도이기 때문에 세심하고 걱정이 많으신 것 같아. 자네가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게.“라는 취지로 이야기 하더라는 것.
대표의 메시지가 왜곡되게 전달되는 것도 문제였지만, 본부장이 '나는 (대표와는 달리) 직원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대표와 자신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직원들의 사기를 독려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단다.
본부장이 항상 직원들과 부대끼며 긴밀한 스킨십을 하는 것을 보고 허 대표는 '본부장이 직원들을 잘 통솔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실은 본부장이 직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해 가면서 교묘하게 대표를 왕따시키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던 것이다.
본부장은 대외 제휴업무도 도맡아 진행했다. 그 중 특히 T사와의 제휴 업무가 중요했는데, 구체적인 성과가 잘 나오지 않아 허 대표로서도 내심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본부장은 ‘다소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조금씩 진전되고 있으니 큰 걱정은 하지 마시라’라고 대표에게 보고했기에 대표는 그 말을 믿었다.
그러다 본부장이 장기 해외 출장을 간 사이 갑자기 진행할 일이 생겨 부득이 허 대표는 직접 T사를 찾아가 그 동안의 제휴업무 진행상황을 체크해 보았다. 놀라웠다. 본부장이 대표에게 보고했던 내용과는 너무나 판이하게 진행되고 있던 것이었다. 더 놀라운 점은, 대표가 미처 모르는 제안 몇 개가 T사와 논의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대표가 그 제안을 살펴보니 평소 본부장이 친하게 지낸다고 자랑하는 친구가 다니는 다른 회사와 관련된 것이었다.


"본부장은 우리 회사에서 월급 받으면서 다른 일을 하고 있었더군요, 말만 그럴싸하고. 그 동안 이 깜찍한 친구에게 속은 것을 생각하면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네요.“


허 대표는 때늦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부하직원만 잘못한 걸까?

나는 허 대표가 밝힌 사항만으로 본부장을 바로 해고시키기에는 요건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허 대표는 내 조언에 따라 본부장에게 그 간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적절한 위로금을 지급하는 전제로 자진퇴사해 줄 것을 요청해서 원만하게 본부장과 회사의 관계를 마무리 지었다.




본부장이 퇴사하고 나자 여러 직원들이 ‘대표님, 이제야 드리는 말씀인데요...’라면서 그 동안 본부장이 저질렀던 이중생활을 더 알려주었다. 허 대표는 본부장을 퇴사시킨 후 더 화가 났지만 그래도 이 정도 선에서 정리할 수 있음에 안도했다. 내부적으로나 대외적으로 회사 업무의 중요 부분을 담당하던 본부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허 대표는 상당기간 고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한 가지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과연 위 사례에서 허 대표의 잘못은 없고 본부장만 잘못한 것일까? 리더인 허 대표는 과연 무엇을 놓쳤던 것일까?
한비자는 ‘남면’ 편에서 군주가 신하를 제어하는 방법을 논한다. ‘남면(南面)’은 군주가 자리 잡은 방향을 의미한다. 신하는 자연스럽게 북면(北面)을 향하게 된다. 군주와 신하는 그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군주는 널리 아래를 두루 살피며 누구도 믿지 말고 법을 따를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이 바로 ‘남면’이다.
한비자는 ‘신하의 말’과 ‘일의 성과’가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다르면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표면적으로 성과가 있는 것처럼 보여도 그 실질에 있어 신하의 말과 일치하는지 군주는 항상 확인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해야 함을 강조한다.
위 사례에서 본부장은 겉으로 보기에 원만한 성과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겉으로 보이는 부분’이었다. 허 대표는 겉으로 보이는 부분과 ‘실질’이 서로 일치하는지에 대한 확인을 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
한비자는 인간에 대한 불신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인간은 이익을 좋아하기에 외부의 적절한 통제가 없으면 어느 순간 자기통제력을 잃어버리고 월권을 하게 되며 그것은 결국 조직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군주는 원칙인 ‘법’에 근거하여 정기적으로 신하를 통제하고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 한비자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바였다.
허 대표뿐만 아니라 CEO들이 가장 저지르기 쉬운 실수 중 하나가 바로 당장 눈앞에서 뭔가를 보여주는 직원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는 점이다. 본부장처럼 화려한 언변으로 성과를 부풀리고, CEO가 듣기 좋아하는 말만 하면서 CEO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척하는 사람을 CEO는 더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CEO는 모든 걸 알고 있어야 한다
한비자는 누가 군주를 미혹하는지 알아내는 방법과 관련하여 ‘내저설 칠술 편’에서 여러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중 두 가지를 소개한다. 요즘 표현으로 그 방법이 상당히 찌질해 보이는 점은 감안하고 보자.



첫 번째 이야기.
한(漢)의 군주인 소후(昭侯)는 신하들을 시험해 보기 위해 자른 손톱을 손안에 쥐고 일부러 손톱 한 개를 잃은 척하며 ‘손톱을 잃어버리는 일은 불길하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찾아내라’고 심하게 재촉했다.
당황한 신하들이 온 방안을 이 잡듯 뒤졌지만 소후의 손톱을 찾지 못하는 것은 당황했다. 그러자 한 신하가 자기 손톱을 몰래 잘라 소후 앞에 내밀면서 이렇게 말했다. ‘여기 있습니다. 손톱을 찾았습니다’. 소후는 이로써 자신의 측근 중 누가 자신을 미혹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두 번째 이야기.
연(燕)나라 재상에 자지(子之)라는 인물이 있었다. 어느 날 집 안에 앉은 채 일부러 측근들을 돌아보고 물었다.
“지금 문밖으로 달려 나간 게 흰 말 아닌가?"
“아닙니다. 아무 것도 보지 못했습니다만..."
모두가 그렇게 대답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문밖으로 달려 나가더니 돌아와서 보고했다.
“분명 흰 말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자지는 측근 가운데 충성스럽지 못한 자를 알 수 있었다.



위 두 이야기 모두 ‘누가 충성스럽지 못한지(미혹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로 끝맺고 있다. 리더는 조직원 중 누가 자신을 미혹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객관적인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한비자는 강조한다. 이에 대해 책임을 물을지 여부는 그 다음의 문제다.
CEO는 때로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물어보거나, 없었던 일을 있었던 것처럼 하고 상대의 반응을 떠 보기도 해야 한다. 또 자신을 교묘하게 미혹하는 자를 가려낼 수 있는 지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말과 성과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확인이 어려운 일일수록 직원들이 CEO를 속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이렇듯 CEO는 확인할 수 없는 말, 보이지 않는 성과로 현혹하는 직원을 경계해야 한다. 보이지 않기에 적당히 꾸며대는 직원은 CEO의 판단을 흐트러뜨리고 다른 조직원에게도 나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리더의 자격
리더가 조직원을 신뢰하고 그가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해도 믿음을 주며 이끌어가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장려해야 할 리더십의 덕목이다.
회사가 조직원들에게 할 수 있는 보상 중에는 ‘좋은 동료들과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루의 대부분을 얼굴을 맞대고 있어야 하는 회사 동료 중에 이중적인 위선자가 있다면 같이 지내야 하는 직원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괴롭겠는가.




리더는 실력에 비해 포장력이 떨어지는 직원을 과소평가하고는 있지 않은지, 실력보다 자기 포장에 뛰어난 직원을 과대평가하고 있지는 않은지 객관적인 시각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그럴듯한 거짓말로 순간을 모면하려는 직원에 대해서는 그 일이 불러 올 큰 사태를 염두에 두고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
리더를 속이고 조직원들의 공을 가로채며 분란의 씨앗을 심는 조직원을 제대로 가려내지 못한다면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함으로써 조직 전체의 역량을 약화시키는 일이 발생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헐리우드 액션은 적절히 가려내서 옐로카드, 심하면 레드카드를 주어야 경기가 제대로 진행되는 건 너무 당연한 사실이니까.

원문 : 조우성 변호사의 Br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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