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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날개 없는 추락, 그는 다시 날아오를까?

  • 입력 2016.02.01 12:08
  • 수정 2016.02.01 12:09
  • 기자명 정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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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3일 그가 더민주를 탈당한 직후 고공 행진을 이어가던 지지율은 한때 전국적으로 더민주와 비슷한 수준에 올랐고 호남 지역에서는 더민주를 두 배 이상 앞서갔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전국 지지율 기준으로는 더민주의 반토막이 났으며 광주 호남지역에서는 엇비슷하거나 다소 밀리는 추세다. 홀로서기를 목표로 하며 천정배의원의 신당 국민회의와 전격 합당을 했음에도 지지율이 반등하기는커녕 오히려 역풍까지 감지되고 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1.
탈당 당시 안철수의원의 슬로건은 여전히 ‘새정치’였고, 구당파의 키워드는 ‘통합’이었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당에는 새정치도 통합도 없다. 오로지 세 불리기, 즉 2월15일까지 원내 교섭 단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단기목표만 남았다. 탈당 초기에 너무 지지율이 높아서 그에 취했다는 지적도 있다. 원칙도 절박함도 없다는 것이다.
안 의원이 처음부터 새정치의 기치를 분명히 세우고 이미 구태로 찍힌 탈당파 의원들을 받을 것인지에 대한 입장을 확실히 해 당의 원칙과 기치를 보다 선명하게 각인시켜야 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안 의원은 창당 초창기에 탈당 의원들을 무턱대고 받아들이기보다 그가 말하는 새정치와 통합의 내용을 먼저 분명히 밝혔어야 했다. 그리고 탈당파를 일단 무소속으로 남겨둔 뒤 이들로부터 정치적 기득권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을 이끌어냈다면 탈당의 명분도 새정치의 실리도 얻었을 터다. 하긴, 그럴 마음을 먹기에는 지지율이 너무 높았다. 특히 호남에서는 더.
그러니 호남 지역만 장악하면 40~50명의 탈당은 시간문제라는 생각을 했을 테고, 더민주의 몰락은 시간문제이며 국민의당이 제1야당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당의 원칙을 세우기도 전에 세 불리기, 즉 원내 교섭단체 구성에 먼저 눈길을 돌리게 됐다. 유권자들은 이 당에 원칙과 절박함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지지율은 거품처럼 사그라들었다.

2.
그렇게 시작된 상황이 지금까지 치닫게 된 데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우선 안철수 핵심 그룹인 진심캠프 사람들 - 대체로 정책네트워크 ‘내일’에 속한 이들 - 과 구당파 탈당의원들의 기싸움이 첫 번째 원인이다. 두 번째로는, 이런 갈등을 봉합하려던 안철수 측이 성급하게 당 조직을 장악하려 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안철수의 사당화라는 말까지 나왔다.


물론 안철수 의원의 탈당 초기, 신당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진심캠프 사람들이 구당파의원들(탈당한 의원들)에게 불출마 선언을 요청하는 공식 기자회견을 준비했다는 정보도 있다.
그런데 바로 이 때, 이른바 ‘임내현 찌라시’로 알려진 비공개 정보 문건이 돌았다. ‘구당파의원들을 모아 원내교섭단체를 이룬 뒤, 공천은 주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약 89억 정도의 국고 지원을 받기 위한 땔감으로 현역 의원들을 이용한 뒤 총선에서 폐기처분하겠다는 의중을 폭로한 셈이다. 이어 두 번째 찌라시가 돌았다. 지역과 당 조직이 이미 안철수 진심캠프의 사람들로 장악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구당파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게 뻔한 상황에서 안철수 의원 측이 굳이 조직 장악을 서두른 이유는 뭘까?
아마 지난해 김한길-안철수 합당의 학습효과, 혹은 트라우마일 것이다. 당시 합당 직후 김한길 의원 측의 ‘선수’들에게 당이 장악되면서 아무 존재감도 드러낼 수 없었던 안 의원 입장에서는 이번만은 똑같이 당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수 있다.

3.
두 세력간의 갈등, 그리고 안 의원 측의 신속한 조직 장악이라는 시나리오를 보면 왜 박영선의원이 탈당하지 않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된다. 물론 탈당에 관한 본심이 무엇이었는지는 본인 이외에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일단 주변 정황만 놓고 보면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국민의 당에는 세 개의 조직체가 있다. 의원단회의와 당직자들을 중심으로 한 실무단 회의, 그리고 진심캠프단 회의체가 그것인데, 이 세 조직 모두가 안철수 의원의 측근에 의해 장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민주를 탈당해 안 측에 합류한 인사들로서는 끼어들어갈 틈이 없었을 터다. 이들은 부랴부랴 김한길 의원에게 SOS를 보냈고, 이 때문에 김 의원의 탈당이 예상보다 빨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 박영선 의원 입장에서, 신당 조직은 이미 안철수 의원에게 다 장악되어 있고 자신에게 날아온 SOS 요청도 없는 데다 향후 역할도 뚜렷하지 않은데 굳이 모험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4.
국민의당 내 갈등이 쉽사리 해결될 것 같지 않고, 오히려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라는 징후는 또 있다. 바로 이희호 여사 면담에 대한 녹취와 이의 언론 유출이다. 정확히 말하면 언론 유출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 여사와의 대화를 녹취했다는 사실이며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점이다.
이는 책임 소재를 밝히는 것만으로도 당이 발칵 뒤집힐 사건이다. 그런데 이 사건은 수행비서의 소행으로 대충 축소되며 무마되는 형국이다. 찾지 못하고 있는지, 찾지 않으려 하는지도 알 수가 없다.

5.
그렇다면 지금, 국민의당에 그나마 가장 호의적인 호남의 민심은 어떤가?
지금은 일단 관망세다. 호남은 더민주와 국민의당 중 어느 쪽이 좋은 후보를 낼 것인지, 그리고 누가 먼저 외연 확장에 성공해 정권교체가 가능할 만큼의 세력으로 성장할지를 보고 지지를 몰아 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탈당의원들의 합류, 천정배 신당과의 합당, 박주선의원 등의 합류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민의당을 구태의 야합으로 보는 눈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박준영과 동교동 세력이 모두 함께 국민의당에 들어온다고 해도 호남 민심이 이를 탐탁치 않게 생각할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국민의 당에 대해 ‘호남 자민련’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국민의당이 이런 사태를 막고 호남에서의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천정배-안철수 투톱 체제로 가면서 개혁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그런데 둘의 언어가 다르다. 호흡도 다르고 발걸음도 다르다. 아직까지 투톱 체제는 요원해 보인다. 물론 변수는 있다. 정동영 전 의원의 합류다. 그것으로 어느 정도의 지지율을 회복할 수는 있을 터다. 그러나 앞에서 지적했듯, ‘호남 자민련’이라는 비판에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6.
안철수 의원에게는 눈엣가시로 여겨질 구당파. 하지만 어쨌든 그들은 현역 의원들이다. 썩어도 준치라고, 이들에게는 그냥 무시해버릴 수 없는 정도의 힘이 있다. 그러니 권력투쟁은 점차 거세질 것이고, 필연적으로 진흙탕에 빠지게 될 테고 그 사이 유권자들의 마음은 하나 둘 국민의당에서 멀어질 것이다.
새정치를 표방하며 당이라는 틀을 깨고 나왔지만, 이들이 어영부영하는 사이 이들에게는 더민주보다 더 심한 구태 정치의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안철수는 탈당 직후 지지율이 고공행진할 때 탈당의원들을 자산으로 하는 원내 교섭단체 구성에 집착하지 않고 의원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며 새정치와 개혁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놓쳤다. 그가 다시 비상할 수 있을까? 글쎄, 추락하는 안철수의 신당에 아직까지 날개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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