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우선 집권 4년 차를 축하 드립니다. 어느덧 청와대에 (다시) 들어가신 지 4년이나 흘렀군요. 대통령님께서는 그 짧은 시간에 '잃어버린 10년'의 흔적을 모조리, 지우셨습니다.

사람, 민주주의, 탈권위, 소통, 그런 쓰잘데기 없는 것들 대신, 경쟁, 효율성, 획일, 권위, 불통이라는 확고한 가치를 세우셨고요. 덕분에 대한민국은 눈 부실만큼 발전했고, 또 살기 좋은 나라로 변모했습니다. '헌정사상 최초'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업적을 이룩하셨고요. 이전의 대통령들은 일찍이 해내지 못한 일입니다.
그만큼, 대통령님께 드릴 감사의 인사는 끊길 수가 없습니다. 우선 올해 들어 최저임금이 450원밖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불필요한 소비, 낭비를 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쓸데없이 비싼 무슨 고기니, 건강식이니 하는 것들 먹을 필요 없게 되었어요. 밥버거 세 개, 단돈 4,500원이면 하루를 버틸 수 있습니다. 작년과 비교하자면, 10시간만 일하면 하루 치 밥값이 그냥 '더' 생기는 셈이죠. 이렇게 절약하고 살 수 있다니, 모두 다 대통령님 덕분입니다.

또 반가운 소식이 들리더군요. 불법집회 참가자들로부터 우리 민중의 지팡이 경찰이 손해배상청구를 하고 있고, 많은 돈을 받아낸다는 이야기가요. 또 형사재판에서 선고받는 벌금의 액수가 나날이 증가한다는 이야기도요. 이 얼마나 훌륭합니까. 반정부집단의 돈으로 국정운영을! 대통령님께서 일찍이 말씀하신 창조경제에도 들어맞는 것 같군요. 게다가 그럼 그들도 쉽게 집회 같은 걸 열지 못하겠죠. 집회의 자유요? 이 살기 좋은 때에 왜 그런 게 필요하단 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등록금을 반값으로 줄여주신 것도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이번 학기도 무사히 다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등록금 고지서에 찍혀 나오는 금액은 그전과 똑같지만, 뭐 어떻습니까. 왜인지 몰라도 부담이 반값인걸요! 마침 요즘이 등록 기간이라 소득분위가 크게 올랐다고 울분을 터뜨리는 이들이 많이 보입니다. 하지만 대통령님, 역시 그런 게 괜히 올랐을 리가 없단 걸 압니다. 역시 대통령님께서 이룩하신 위대한 경제발전 덕인 게지요.
얼마 전에는 이런 기사를 봤습니다. 요즘 몇 회사들에서는 섬에 발령을 내고, 왕따를 시키고, 일을 주지 않고, 인격적 모멸감을 주는 '더러운 짓'을 해 스스로 그만두게 한다더군요. 모두 지금 해고가 어렵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대통령님, 이제는 노동개혁으로, 그런 더러운 꼴을 보지 않고도 짤릴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요. 회사 쪽도 괜히 번거로운 일을 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죠. 이렇게 쉽게 잘리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노동자들이 받을 심리적 압박까지 생각한다니, 역시 서민을 생각하는 정부인 것 같습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역시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요즘 학생들이 수능 공부한다고 얼마나 고생이 많습니까. 입시 스트레스, 생각만 해도 끔찍하죠. 하지만 이제는 국사 시험을 보기 위해 딱 한 가지 교과서만 공부해도 괜찮습니다. 전에는 수많은 출판사에서 나온 교과서를 바탕으로 수능이 출제되었지만, 이젠 딱 한 권에서만 나옵니다. 학생들의 인권까지 생각해주다니,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정부인 것 같습니다. 아,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새로 나오는 교과서에는 박근혜 대통령님에 대한 찬양과 경배를 가득 담아야겠습니다. 그러면 안 된다고요? 에이, 뭐 나라에서 만드는 건데 무슨 내용을 싣든 무슨 상관이랍니까.
박근혜 대통령님, 대통령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감사드릴 일이 이렇게나 많습니다. 이런 나라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로요. 얼마 남지 않은 생신도 축하하고요. 앞으로 남은 2년 동안, 더 불통하는 대한민국, 더 권위적인 정부, 더 파괴된 민주주의를 만들어 주시길 바랍니다. 앞서 말했듯이, 박근혜 대통령님께서는 역사에 길이길이 남으실 것 같습니다. 멋지십니다. 이런 정부는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듯합니다. 대통령님, 참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