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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의 '더민주', 성공할 수 있을까?

  • 입력 2016.01.25 15:08
  • 수정 2016.01.25 16:15
  • 기자명 정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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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 더민주의 신진 인물 영입이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모처럼 더민주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들리는 희소식이다. 21세기 들어오면서 시민사회의 영향력은 커지고 상대적으로 사회 전반에 대한 정치권의 영향력은 줄어들었다. 정치권의 단독적인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국가와 사회에 대한 고민과 참여는 정치권과 시민사회세력이 함께 연대, 협조하는 경향성으로 진화했다.
이를 ‘거버넌스’라고 한다. 정치권이 국가나 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나가기 위해 시민사회세력과 연대하는 것, 이것이 시대적 흐름이고 당위이다. 아마 더민주가 국민들의 외면을 받았다면 이런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끝없는 연대를 통해 새로운 인물을 찾아 수혈을 하는‘재생산 과정’에 대한 외면!

2.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당, 그리고 민주당의 영원한 지도자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 역정을 보면 이를 잘 이해할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 정치의 주요한 측면을 보면 언제나 기층민중, 이른바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등 현장조직과의 연대, 학생운동 세력들과의 교감 등을 통해 새로운 인물을 찾고, 이들에게 자유롭게 정치 참여의 길을 열어줬다.


이런 흐름은 2000년인 16대 총선
까지 이어졌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4년, 최초로 상향식 공천이 이루어진 때를 지나 2008년 18대 총선 시기에는 손학규, 박상천 공동 대표의 공천 과정에서의 갈등으로 새 인물 영입이 안됐다. 2012년 한명숙 대표시절인 19대 총선때는 다 이긴 선거라며 안이하게 대처하다 역시 새 인물을 수혈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이번 새 인물 영입은 짧게는 12년 만에, 길게는 16년 만에 이루어진 단비, 청량제와도 같았다. 정치계의 변화를 갈망하고 있던 많은 이들의 감정을 흔든 측면이 있었다. 지난해 9월부터 수개월간 후보군을 찾아 측근들과 대표가 함께 나섰고 영입과정과 이를 발표하는 순서까지 배치하는 치밀함을 보인 전략, 전술적 측면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이 어려운 시기에 더민주를 찾은 이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안정적 의회 진입을 보장할 수 있는 비례대표로 진출하는 길은 제도적으로 어려워졌다. 당의 기존 세력들은 더민주를 택한 새 인물들이 첫 도전부터 고배를 마시지 않고, 당의 소중한 자산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 잘 불러놓고 초장부터 좋은 인재 망가뜨리지 말라는 얘기다.

3.
더민주에 대해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된 반면, 한상진 위원장의 ‘국부론’발언 등에 대한 후폭풍이 일면서 국민의당을 향한 여론은 싸늘해졌다. 특히 문재인대표에 대한 반감이 높은, 야권의 중심부인 광주 지역의 변화는 놀랍다.


사실 광주를 중심으로 한 호남에서 反문재인 정서는, 차이는 있었지만 분명히 존재해 왔다. 130석의 의석을 갖고도 현정권의 폭주에 제대로 비판도 하지 못하는 야당, 존재감 없는 야당 등이 비판의 주된 논조였다. 여기에 호남 홀대론이 오버랩 되면서 반감은 격해졌다. 다소 감정 실린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선거가 임박하면서 분열에 대한 불안감,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현정권, 정권 교체가 물건너 갈 것 같다는 우려에 국민의당 측의 망언이 겹쳐졌다. 국민의당에 대한 지지가 철회되면서 광주 민심은 점차 변화하는 형국이다. 안철수 의원이 탈당 이후 한껏 주가를 올릴 때 광주지역에서 더민주에 비해서 두 배 이상의 지지율을 보이다가, 이제 더민주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추월당하는 모습이 이런 현상을 반영한다.
국민의당으로 넘어간 인사들 스스로가 자신들에게는 공천권을 둘러싼 권력투쟁이라는 악재가 남아 있는 반면, 더민주측은 호재만 기다리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을 보면 광주 지역의 저울 추는 이미 더민주쪽으로 기운 것이 명확해 보인다.

4.
문재인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바로 직전에 영입된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당에 들어오면서 △보수세력의 장기집권을 막고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한 선택으로 입당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
그렇다면 아직도 말끔히 해소 되지 않은 당내 갈등 요소가 남은 데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식의 김종인 위원장의 성향까지 감안할 때 김종인호는 성공할 수 있을까? 현재까지의 기상 예보는 ‘다소 흐릴 수 있지만 대체로 맑음’이다.
우선 문재인의 대표직 사퇴가 갖는 의미가 크다.


1) 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혁신안을 마련했다. 혁신안의 핵심은 총선 룰이다. 총선 룰을 만드는 과정은 국회의원들로서는 죽고 사는 문제이기 때문에 세력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문재인대표가 이 총선룰을 만들면서 온갖 독박을 썼고 이젠 물러났다. 김종인체제로 충돌이 전이될 위험성이 거의 사라진 것이다.
2) 새 인물 영입의 길을 터놨고 대체로 성공적이다. 인재 영입을 김상곤위원장에게 넘겼지만 이미 7부 능선은 넘었다. 갈등 요소는 거의 사라졌다.
3) 문재인 대표에 대해 당 내에서는 여전히 감정의 골이 남아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그가 사라진 마당에 어디에 대고 감정을 표출하겠는가?

5.
그렇다면 김종인 체제의 진행 방향은 어떠할 것인가?
1) 인위적인 인적 청산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중진들에 대해 총선불출마를 위한 설득작업이 남아있겠지만 총선까지 시간이 80일도 남지 않은데다 김종인 위원장 자신이 당내 물리적 기반이 거의 없기 때문에 총선 과정에서 무리한 칼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심번호를 통한 당내 경선도 당내 무리한 인적 청산을 필요없게 만든 요소이다.
2) 당내 갈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또 하나의 이유는 문대표와 대립적 위치에 있던 비주류 소속 의원들이 거의 다 탈당한 데 있다.
3) 문재인 대표의 곁에 있는 보좌진 대부분이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것도 당의 안정화 과정에는 매우 긍정적인 요소이다.
4) 마지막으로, 오랜 기간 동안 당내 갈등을 겪으면서 이제 문제를 일으키면 총선에서 공멸한다는 위기감을 공유하고 있다. 오랜 기간 당내분을 통과하면서 얻게 된 학습효과이다. 특별한 악재가 없는 한 당의 분란은 잦아들고, 총선 가도에 희망적인 전망이 가능해 보인다.


6.

그렇다면 이제 분열되어 있는 야권을 둘러 싼 합종연횡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들여다봐야 한다. 각 정파의 입장을 봤을 때 정의당은 연대의 대상이지만 천정배 신당은 통합 대상이다. 정의당은 ‘국민의당’ 보다는 ‘더민주’ 쪽에 더 가깝다. 하지만 천정배 신당은 홀로 설 상황이 아니다. 자신들에게 지분을 더 챙겨주는 세력에 붙을 것이다. 실리적인 판단이 우선이다. 통합의 명분은 별로 중요치 않다. 적절한 구실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실리를 쫓아야만 할 현실적 한계에 처한 천정배 신당의 선택은 ‘국민의당’과의 합당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정의당과 연대의 가능성이 가장 높고 연대의 방식은 ‘정치협상’이 될 것이다. 즉 지역별로 몇 개의 지역에서 단일 후보 협상을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천정배 신당은 호남에서도 존재감은 거의 없지만 ‘국민의당’과 손을 잡은 지금의 상황에서는 파급력은 높지 않다. 만일 ‘더민주’와 손을 잡았다면 ‘더민주’ 입장에서는 호남의 주도권을 완전하게 장악하게 되고, 천정배의원쪽의 존재감도 배가되었겠지만 그 반대의 선택을 했다. 그 결과의 끝이 예측이 된다.


7.

긴 터널을 뚫고 왔다.
1. 김종인호의 항로에 암초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2. 영입 인사들이 총선에서 뛸 수 있도록 당 안팎에서 지원하고 실제로 전면에서 뛰는 것이 보장된다면 당의 상승세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3. 호남에서 저울추가 ‘더민주’쪽으로 기울기 시작했고 역전될 가능성은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

2012년 총선에서는 안이했고...
대선에서는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뜨린 탓에 정권교체에 실패했다. 5년의 유보와 기다림, 그 끝은 어떻게 맺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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