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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넛, 그의 '혐오 랩'은 어떻게 보호되었는가?

  • 입력 2016.01.24 15:26
  • 수정 2016.01.24 15:27
  • 기자명 고함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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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블랙넛이다
. 블랙넛이 속한 레이블저스트 뮤직(Just Music)’ 1 15인디고 차일드(Indigo Child)’을 공개했다. 이 곡에 블랙넛 외에도 바스코, 씨잼, 천재노창도 참여했지만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건 블랙넛이었다. 그는 이 곡에서 여성 비하, 노인 비하, 성희롱 등이 담긴 종합 문제 세트를 리스너들에게 투척했다. 블랙넛은 여전히 찌질했고, 입에 담아선 안 되는 말을 무감각하게 내뱉었다.




블랙넛은 스스로를 루저 캐릭터로 만들었다
. 디시인사이드에서 보이스랩을 하던 시절부터 저스트 뮤직에 들어가고 M-net ‘쇼 미 더 머니 4’에 나오기까지. 블랙넛이라는 랩퍼를 만든 건 찌질함이었다. ‘모쏠아다(편집자 주 = 연애경험과 성경험이 없는 사람을 이르는 비속어)’, 왜소한 체구와 비호감인 외모 등 이상적인 기준에서 어긋난 결핍과 자신의 찌질함을 적극적으로 앞세워 내뱉는 문제 있는 가사들. 이 둘이 결합하여병신 같지만 X나 멋있는랩을 하는 블랙넛이라는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캐릭터 구축은 성공했고, 팬들은 그에게 블랙넛 대신갓대웅이라는 칭찬을 했다.
디시인사이드에서 M-net ‘쇼 미 더 머니 4’, 블랙넛이 노는 스케일이 커지면서 블랙넛의 가사에 대한 논란은 더욱 증폭되었다. ‘쇼 미 더 머니 4’ 출연 당시엔 디시인사이드 시절 녹음했던 가사(‘졸업앨범’)가 강간, 살해를 말하고 있다며 주목 받았다. 이후 발매한 ‘Higher then E-sens’에선내 미래는 클 거야 엄청 / JK 마누라 껀 딱히 / 내 미래에 비하면 아스팔트 위의 껌딱지에서는 같은 뮤지션이자 타이거 JK의 아내인 윤미래를 성적으로 비하하기도 했다. 블랙넛이 곡을 발표할 때마다 거의 비슷한 성격의 가사 논란이 반복됐다. 하지만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블랙넛을 지켜준 건 그의 찌질함이었다. 무수한 발언에 뒤따라 붙는근데 나 찌질하잖아. 나 별것도 아니잖아라는 자기 경멸이라는 장치가 그를 보호해줬다.



M-net <쇼 미 더 머니 4>



“나는 알아 우린 다 찌질이가 맞아 감추지마 니 진실
.” 블랙넛은 인디고 차일드에서 역시 자신을 찌질이라 선언한다. 그러고는솔직히 난 키디비 사진 보고 / 딸 쳐봤지”, “너흰 국힙 여초딩”, “참 잘해 포장 / 없는 데 있는 척 김치녀의 젖보다”, “치매 걸린 노인 똥구녕처럼 / drop your shit easy”라는 비유를 들어 섀도 복싱을 해댄다. 앞선 인용구에서 블랙넛이 자신 보다 수준 낮음을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존재들은 여성(키디비, 여초딩, 김치녀), 노인, 환자다. 모두 사회적 약자들이며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무언가가 결핍된 존재로 낙인찍힌 자들이다.
하지만 블랙넛은 이쯤에서 그만두지 않는다. 그저 폭력적인 비유뿐인 가사를 두고 자신은금기를 넘어섰다고 정의한다. “너넨 이런 말 못 하지 늘 숨기려고만 하지 / 그저 너희 자신을 / 다 드러나 니가 얼마나 겁쟁이인지.” 이 점이 블랙넛이 이번인디고 차일드에서 보여준 가장 악질적인 점이다. ‘금기를 넘는다는 행위는 예술계에서 종종 긍정적으로 기능했다. 평론가들은 전위적인 예술적·사회적 시도를 두고금기를 넘었다라는 표현을 쓰며 칭찬했다(대표적으로 미술시간에 자주 나오는 마르셀 뒤샹의을 생각해보자). 누군가가 금기를 넘음으로써 우리는 감각의 지평을 넓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랙넛이 자칭한금기는 금기가 아니다. 여기엔 어떠한새로움도 없다. 찌질이를 배제하는 사회에서 열등감을 느끼며 살아왔던 약자가, 자신이 당했던 짓 그대로 자신보다 약한 대상을 공격하며 우위에 서려는 못난 전략만 있을 뿐이다.




헬조선에선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을
, 가맹점 점주는 알바생을, 오래된 알바생은 신입 알바생을 착취한다. 본사는 가맹점에게 과도한 요구를 하고, 점주는 장사가 안 된다며 임금을 체불한다. 그리고 알바생 사이에서도 오래 있었다는 이유로 텃세를 부린다. 다들 약자라고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밑에 있는 약자에게 갑질을 하는 진풍경이다. 이번에 발표한 인디고 차일드에서 적확하게 나타난 블랙넛의 캐릭터 최종형태는 이러한 헬조선에 어울리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찌질이가 아니다. 블랙넛에게찌질이는 그의 정체성이 아니라 단지 모든 논란을 막아주는 단단한 쉴드일 뿐이다. 블랙넛의 현재 정체성은 그저 자신이 한때 약자였다는 점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약자를 괴롭히는 존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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