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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안보위기는 뒷전, 선거만 신경 쓰는 박근혜 정권

  • 입력 2016.01.18 14:29
  • 기자명 정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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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맞이하고 있는 국내외 위기 상황이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두 개의 태풍이 만나 통제 불능의 초대형 태풍으로 발전하는 상황)으로 발전하는 것 같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이 처한 현 상황은 통제 불능의 초대형 위기이다.
대통령은 연두 대국민담화에서 경제 위기와 안보 위기를 말했다. 하지만 위기에 대한 인식은 없었고 오로지 국내 정치, 보다 정확하게는 선거에 이 두 요소를 이용하려는 모습만 보인 것 같다.




1.
한국이 처한 경제 위기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세가지 리스크가 있다. 우선, 코리아 리스크이다. 한반도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충돌과 긴장 상황이 바로 코리아 리스크이다. 그런데 최근 이 코리아 리스크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 YTN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1/6), 대북 확성기 재개(1/8), 미국의 전략 핵폭격기 B-52 한반도 상공 무력시위(1/10), 우리측이 개성공단 남쪽 인력 제한조치(1/11), 박대통령 최초로 사드 언급(1/13), 군사분계선을 넘어서 내려왔다고 하는 북한의 무인기 등 극한 대립이 점차 심화되는 모습으로 내달리고 있다. 코리아 리스크는 이미 경제에 반영되어 더 이상의 위기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이쯤 되면 막가파 수준이고 그 끝이 보이질 않는다.
둘째, 차이나 리스크이다. 이미 위안화 절하가 중국 상품의 가격을 떨어뜨리면서 세계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경쟁력을 심각하게 잠식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측에서 대북 확성기를 재개한 1월 8일, 상하이발 증시 폭락이 있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한반도 안보와 전혀 무관한 일은 아니다. 이날 한국 증시도 물론 큰 타격을 받았다. 중국발 경제 위기의 끝이 어디이며 한국에 대한 여파가 어디까지 갈지 가늠하기 어렵다.
셋째, 아메리카 리스크이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한국 증시와 금융시장이 얼어붙고 미국을 쫓아 금리인상을 하는 시점에 한국 경제의 상황은 급격히 어려워질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2.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 이후, 정권의 대외적 대응 양식을 보면 안보 무능 정권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하다. 특히 한반도 주변 정세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는 것으로 보인다.
수소폭탄 실험이 있자 정부는 미-일과 즉각적인 공조 체제에 들어갔다. 한마디로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 다급한 상황이 터졌으니 미국과 일본에 기대겠다는 본심을 보이면서 한반도 주변의 균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모습이다.
물론, 미-일과 우방 맞다. 공조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미-일은 굳은자다. 지금 즉시 먹지 않는다고 해서 미-일이 우리를 제치고 북과 친해질 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상황을 유리하게 관리하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어차피 국제 관계, 외교는 국익이 늘 우선 아닌가? 중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무능 중의 무능이다.




3.
중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 첫 번째 무능이고 중국을 우리 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 두 번째 무능이고 중국을 다시 친북 입장으로 선회케 한 것이 세 번째 무능이다. 어차피 북한을 가장 잘 관리할 수 있는 지렛대는 중국 아닌가? 그렇다면, 이런 ‘북한발 한반도 주변 정세의 충돌’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중국밖에 할 수 없다.
1월 6일 중국은 북한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그런데 이틀 뒤인 1월 8일 우리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날, 중국은 원칙적 입장으로 돌아섰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우리측 윤병세 장관과의 통화에서 북핵에 대한 원칙만을 강조했다.


1) 비핵화

2) 평화와 안정

3) 대화와 협상


폭탄 실험 당일의 ‘강력 규탄’에서 ‘전통적인 원칙’으로의 급속한 전환! 무엇이 중국의 입장 회귀를 가져왔을까? 우리 정부의 무능한 대응이다. 위급한 상황이 터지자마자 중국은 안중에도 없고 미-일과 우선 공조정책을 취했다. 굳은자 먹고 행복해 하는 형국이다.
만일 이렇게 했다면 어땠을까?


1. 외교부장관이 중국으로 신속하게 날라 간다. 만난다.
2. 당신들 입장 이해한다. 하지만 실효적 압박이 필요하다. 핵 반대하지 않냐? 중국과 대한민국이 공동 규탄하자. 오로지 비핵화만 말하자! 북-중간의 민감한 내용은 건드리지도 요구하지도 않겠다.
3. 이런 뒤 미국과 일본에게 사안의 긴급성을 말하면서 “실효적 압박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인 중국과의 공조가 필요했다. 이제 중국은 북한의 핵에 대해서는 확고하게 반대하는 입장이 되었다”고 미-일을 설득했다면.. 이들이 섭섭해 했을까?


어찌되었든 정부의 무능한 대처 탓에 이제 중국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규탄에서 원칙적 입장으로 다시 돌아섰고 북-중관계는 다시 가까워질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우리의 무능이 만든 ‘모스트 똥볼차기’이다.




4.
종편, 신났다. 북한이 고립됐고 북-중관계에 심각하게 금이 갔다고. 하지만 그건 당신들 희망사항일 뿐이다. 박대통령은 13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중국에 이런 말을 날렸다.


“힘들 때 손잡아 주는 게 파트너이다. 역할을 기대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중국의 답은 어땠을까? 냉정을 넘어 강경했다. 파트너? 중국 입장에서도 한국을 파트너로 생각할까? 중국은 한국의 이런 외교적 대응 방식에 대해 불편함을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
중국은 B52 전략 핵폭격기의 휴전선 상공 무력시위는 중국 본토를 겨냥한 것이라며 바짝 열 받아 했다. 전략핵의 사정거리가 2,500km 라고 하니 당연한 반응이다. 거기에다 박근혜 대통령은 또 13일,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가능성을 언급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 연합뉴스 TV



중국은 사드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고, 중국에 대한 압박이라고 항의했다. 그리고 한국 경제, 국익에 심대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대통령은 이 말뜻을 제대로 이해나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런 식으로 자꾸 짜증나게 하면 한국 경제, 한방에 보내 버리겠다’는 강력한 경고로 들리는데... 나만 그런가?




5.
그래도 박 대통령이 정말 잘하는 게 하나 있다. ‘권력투쟁’과 ‘선거’에는 정말 능하다. 그래서인지 안보 위기와 경제 위기도 위기로 인식하기보다는 권력투쟁과 선거에 활용할 수단과 기회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총선에서야 이길 수 있겠지만 안보와 경제가 만나는, 퍼펙트 스톰에 대한 대책은 어떻게 세울 수 있을까?
한국발 리스크, 중국의 경고, 그리고 이로 인해 이미 죽을 지경에 이르렀는데 더 극심한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경제 위기, 팍팍해짐을 이미 넘어서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국민들의 삶의 현실! 현 정권은 이런 건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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