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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논란 뒤에 감춰진 박근혜 정부의 꼼수

  • 입력 2016.01.12 13:48
  • 수정 2016.01.12 18:45
  • 기자명 정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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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대란이다.
5세 미만의 자녀를 갖고 있는 부모들의 속이 타들어간다. 5세 미만의 자녀들을 지원하는 누리과정 예산을 중앙 정부와 각 시도 교육청이 서로 떠넘기려 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쪽 말 저쪽 말 다 옳은 것 같다. 내용이 너무 복잡해서 일반인들이 알아듣기 어렵기 때문에 간단하게 풀어서 설명한다.

정리해 보자.


1.
5세 미만의 유아들은 1)유치원과 2)어린이집을 다닌다. 물론 안 다니는 아이들도 있다.

1) 유치원
- ‘유아교육법’상 유치원은 ‘학교’이므로 ‘교육기관’이다.
- 따라서 유치원은 각 시․도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것이 맞고, 5세 미만이라도 해도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의 대상이 아니다.

2) 어린이집
- 어린이집은 ‘교육기관’이 아니라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보호자의 위탁을 받아 영유아를 보육하는 기관’이다.
- 중앙 정부인 보건복지부의 관할 아래 있으며 3-5세 영유아들의 ‘어린이집’지원을 위한 예산을 ‘누리과정 예산’이라고 한다.
- 그렇다면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누리과정’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3-5세 영유아를 위한 예산을 누가 책임지는가 하는 문제이다.


2. 누리과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대통령은 대선기간 무상보육 및 무상교육확대를 약속했다. 그러면서 0~5세 보육료를 국가가 전액 부담해서 보육관련 가계 부담을 해소하고 3~5세 누리과정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2013 1.31. 당선인 시절 시도지사협의회 간담회에서 “보육사업과 같은 전국 단위 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3.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지원을 각 시도교육청에 떠넘기는 논리는 두가지다.

첫째,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것이 적법하다는 것이다. 이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
1) 국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란 명목으로 내국세의 20.27%를 교육청에 지원하고 있으므로, 이것이 바로 국가가 책임진다는 점에서는 하등 다를 바가 없다는 것.
2) 대통령이 관할하고 있는 ‘영유아보육법’, ‘지방재정법’등의 시행령에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이 의무적으로 책임지도록 개정했기 때문에 적법하다는 것.
둘째, 교육청에 지원하는 중앙정부의 예산(교부금)과 지자체의 전입금이 늘어나서 누리과정에 지출할 예산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정부는 "각 시도 교육청이 '선심성 사업'(무상급식)을 강행하면서 돈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누리과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며 맹비난을 하고 있다. 2014년 이후 대거 당선된 진보교육감들을 겨냥한 발언이다.


4.
결론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첫째, 적법하다는 주장에 대해

법의 체계는 이렇다. 법은 부모고 ‘시행령’은 자식이다. 시행령은 법이 지정하는 범위를 뛰어넘어서는 안된다. 법은 국회의 관할범위이고 ‘시행령’은 대통령과 장관의 우산 속에 있다. 법은 국회에 여야가 공존하므로 쉽게 고치질 못한다. 그런데, 시행령은 대통령과 장관 마음이다. 국회를 마음대로 못하니 이명박근혜 정부 들어서 법의 범위를 뛰어넘는 시행령을 함부로 해대려는 못된 버릇들이 생겼다. 명백한 민주주의와 법질서의 파괴다.

이번 누리과정도 똑같다. 법에서는 정부의 책임으로 되어 있는데 시행령을 개정해 교육청의 책임으로 돌린 것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비록 국가에서 교육청으로 주지만, 이 법에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의 설립과 경영에 필요한 재원을 국가가 교부하기 위하여 제정한 법률”이라고 분명하고 명시하고 있다. 교육청에서 교육기관 이외의 시설인 어린이집을 지원하면 법률 위반인 것이다. 정부주장은 어거지고 무효다. 적법하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둘째, 예산이 충분하다는 주장에 대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고 지자체의 전입금의 절대적인 액수가 조금씩 늘어가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교육청이 반드시 지출해야 할 예산, 예를 들면 교직원 인건비 상승 등, 지출이 늘어나는 부분이 정부나 지자체에서 오는 지원금이 늘어나는 폭을 훨씬 뛰어넘는다. 말하자면 들어오는 예산이 1억이 늘면, 써야할 돈은 1억5천이나 2억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계속해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지는 현상이다.

출처: 대통령님, 공약 자꾸 안 지키실래요?

결국 지자체 예산이 여유 있는데 '선심성 예산'에 써서 누리과정에 투입할 예산이 부족하다는 정부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5.
정부는 이 사실을 모를까?
분명히 안다. 적법하지도 않고 예산도 부족한 것, 다 안다. 바로 여기에 박근혜 정권의 꼼수가 숨어있다.

지방재정법 55조, 56조, 그리고 65조를 보면 정부는 지자체에 대해서 “재정위험 수준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지방자치단체를 심의를 거쳐 재정위기단체로 지정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이 판단의 대체적인 기준은 부채가 40%를 넘을 경우이며, 재정위기단체로 지정되면 예산 편성권을 빼앗겨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식물지자체’가 된다.
이제 정부의 의도가 보이지 않는가? 진보적 성향의 교육감들이 전체 교육청의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이 상황. 그리고 총선과 대선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이 상황에서 학교현장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갖고 있는 교육감들의 발을 묶어 식물교육감으로 전락시키려는 시도다.

교육청이 누리과정에 대해 예산 집행에 참여하면서 늘어나는 부채비율을 보자.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발표에 따르면 5세만 지원했던 2012년에 교육청 부채는 17.7%, 4세까지 지원한 13년은 18.2%, 3세까지 지원한 14년도는 19.8%다. 모두 지원한 2015년은 28.8%, 그리고 올해는 36%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경기도 교육청은 자그마치 부채가 58.7%란다. 이제 맘만 먹으면 정부에서 각 교육청을 재정위기단체로 지정해서 모든 재정적 활동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이다.
꼼짝마! 당신들이 학생과 교육 현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빼앗겠어! 이게 누리과정 예산싸움 뒤에 감춰진 정부의 첫 번째 꼼수다.


6.
그리고 두 번째 꼼수

왜 지난 선거에서 학부모들은 진보적 성향의 교육감을 선호하고 이들을 선출했을까? 이것이 시대정신이고 흐름이다. 이들이 진정 학생과 교육을 위해서 노력하고 봉사할 것이란 믿음 때문이었다. 우리 아이들의 장래를 맡길만 했다는 선택이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행복하고 창의적으로 키워줄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었다.

'교육감 선거를 직선제로 해서 뽑아놨더니 선심성 예산(무상급식)을 대거 늘려서 결국 교육청 재정이 파탄났다. 이제는 인기주의에 영합하는 직선제를 폐기하고 교육감 선거를 다시 간선제 혹은 임명제로 가야한다.'

이것이 진보교육감 죽이기에 나선 저들의 마지막 목표다. 이제 다시 정권과 집권의 논리로 교육을 짓밟으려는 꼼수가 진행중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려하지 않고, 정권을 다시 잡기 위해서는 어떠한 파행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이래도 현정권과 교육청이 아이들을 볼모로 치킨게임을 한다는 ‘양비론’에 빠질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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