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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은 공인인가?

  • 입력 2016.01.05 10:28
  • 기자명 MC 워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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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이 공인인지는 38선 긋듯 가로지르기 어렵다. 한국 언론과 대중은 연예인을 공인이라 규정하는 경향이 있다. 법리적 판단과 연예인의 사회적 영향력이 근거다.
한국에는 연예인을 공인이라 판단한 몇몇 판례가 있다. 미국에서 발전한공인 이론은 유명세에 따라 연예인을 전면적 공적 인물public figure 또는 제한적 공적 인물로 정리한다. 그렇다고 이것이 정치인과 같은 공인을 뜻하지는 않는다. 공인 이론은 명예 훼손과 표현의 자유의 긴장 관계를 다스릴 목적으로 고안된 개념이다. 연예인을 공적 인물이라 규정하는 이유는 스스로 공중 앞에 나선 인물이니 명예훼손 소지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과 명예훼손에 대항하여 입장을 알릴 수 있는 매체 접근권을 보유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사전적 정의상 공인公人 공적 사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다(미국 판례도 처음에는 공무원public official만을 공인으로 다루었다. 공인 이론에서도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은 public figure와 다른 층위로 분류한다). 공동체 이익에 직결된 권한을 지니기에 도덕적 투명함이 중요하며 그를 검증할 까닭이 있고, 무거운 공적 사명감을 달게 자임해야 한다. 연예인은 법률을 입법하지도, 정책을 집행하지도, 나라 살림을 주무르지도 않는다. 설사 연예인을 공인이라 규정한들, 공인이라고 다 같은 공인은 아니고, 공인에도 층과 결이 있으므로 획일적 잣대를 휘두르는 건 바르지 않다. 공인에게도 침범할 수 없는 사적 영역이 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공익과 완전히 무관한 연예인 사생활이 왜알 권리란 말인가? 차라리기레기들이먹고 살 권리라 부르는 게 정확하지 않은가?


확실히 연예인에겐 사회적 영향력과 발언권이 있다
. 그러나 그 영향력을 과대평가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 아이돌은 청소년의 롤모델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루머나 퍼트리며 키득거리고꿀벅지에 껄떡거리는인간 소비재에 불과하단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더구나 그 영향력은 현실에서 가치판단의 준거라기보다 문화적 트렌드로 소비되는 경향이 크다. 클라라가 얼룩말 레깅스를 입고 시구를 한다면 동대문신상수요가 출렁거리지만, 클라라가 방송에서 거짓말을 한다고 정직함에 대한 가치 판단이 흔들리지는 않는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화려한 삶을 사는 이들을 칭하는 개념어는 따로 있다. 유명인, 셀러브리티. 패리스 힐턴과 킴 카다시안에겐 분명 사회적 영향력이 있겠으나, 버락 오마바와 똑같은 의미의 공인일까? 아니면 클라라가 방송에서 뱉은 거짓말을 정치인 공약 불이행에 분노하는 열정으로 추궁해야 할까? 널리 이름이 알려진 국민의 한 사람이 병역을 회피하는 것과 국민을 대표하며 병역을 관장하는 사람이 병역을 회피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전자도 비판해야겠으나 후자야말로 강력하게 비판할 사안이다. 연예인과 정치인의 도덕성을 싸잡을 수 없는 이유다.
연예인이 공적 의무와 법률을 거슬렀다면 여론의 힐난을 막아주기 궁색할 것이다. 사회 구성원 누구나 이행할 의무를 회피했고, 남보다 가혹하게 비판받는 이유는 남보다 유명하단 것 정도겠으나, 그 눈에 띄는 자리를 선택한 건 연예인 자신이니까. 그러나 그를 공인의 반열에 모셔놓고 온갖 비판을 정당화한다면 이치에 맞지 않다. 반대로 연예인의 공적 영역 밖의 일탈, 개인적 언행과 가치관은 참견할 근거가 박약하다. 이것이야말로 취향과 성향의 엇갈림임에 가까우므로, 정 그렇게 불만스럽다면 더는 그 연예인을 소비하지 않으면 된다. 나아가서 대중 앞에 담장을 쌓은 사생활은 소비할 수 없는 인격으로 존중해야 한다. 시장 퇴출이란정의의 심판이 정당한 것은 차라리 콘텐츠 표절과 노동 착취 같은 직업윤리의 하자가 아닐까?


ⓒSBS


연예산업은 옷과 휴대폰이 아니라 사람의 아이덴티티를 판다
. 시시비비가 명확하지 않고 정답을 말하기도 어렵지만, 이런 논의에 진지하게 임하는 것도 좋은 공동체를 만드는 첩경이다. 연예가 스캔들은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이 손쉽게 뒤섞이는 광장이다. 사적인 것이 공적인 것으로 오인될 때, 공적인 것에 투여할 열정이 낭비되고, 정말로 공적인 것이 사적인 것 뒤로 숨어 버린다. 심판과 퇴출이란 극단적 도덕률이 기승을 부리며 공론장 관행을 강퍅하게 길들일 염려도 있다. 무엇보다 연예 산업은 현대 사회를 떠받치는 두터운 기둥이다. 그 산업에 종사하는 연예인 숫자만도 헤아리기 어렵다. 연예인도 사람이고 사람은 누구나 돌에 맞으면 아프고 다친다. 악플에 맞아 죽은 연예인을 아직 기억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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