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제1군단과 효성그룹이 최근 북한 지뢰도발로 발을 잃은 하사를 기린다며 2억원을 들여 발 모양의 동상을 세웠습니다. 이름 하여 평화의 발이라고 합니다. 저 역시 두 하사의 큰 희생과 아픔을 사회가 감싸고, 그 뜻을 기려야 한다는 데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이번 발 동상 제막은 엉뚱할 뿐더러 어떻게 보아도 지나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발을 잃은 사람에게 커다란 발 모양의 동상이 대체 어떤 위로가 될까요? 묻고 싶은 사람이 많았겠지만, 군은 두 하사에 대한 언론 인터뷰를 불허하였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두 하사를 영웅으로 칭송하고, 대통령이 문병을 가고 연예인이 나서서 위로금을 주고 재벌이 나서 동상을 세우는 등 아낌없는 사랑을 보냈습니다. 곧 중사 진급도 시킬 예정입니다. 이들이 북한 지뢰를 밟은 ‘전상자’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들에 대한 감사와 격려가 잘못되었다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우리는 아군 지뢰를 밟아 중상을 입은 수많은 ‘공상자’들이 국가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아군 지뢰를 밟아 다친 군인들은 국가로부터 치료비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버려졌습니다. 영웅이 된 사람에게는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마치 이벤트처럼 행해지면서, 주목 받지 못하는 피해자는 내버려지고 있습니다.

'공상자' 곽 중사 어머니의 편지 중 일부 ⓒ팩트TV

목함 지뢰를 밟은 두 하사의 사건에서도, 그들에게 보내는 지원과 별개로 감시 사각지대도 아닌 DMZ 통문에서의 감시와 경계실패에 대한 지휘관 책임을 묻지도 않은 것은 우리 군의 부끄러운 일면입니다.
지난 8월 4일에 목함 지뢰 사건이 나자 국방부는 고위 관계자를 조.중.동과 같은 유력 언론에 급파하여 “군의 작전과 경계실패를 부각시키면 북한의 대남 심리전에 말려든다”며 군을 비판하지 않도록 강한 압력을 행사했습니다. 국방부는 때만 되면 유력언론에 고급 군사정보를 제공하며 정기적으로 특종을 제공하는 등 많은 관리 수단을 갖고 있지요. 국방부는 해당 지뢰가 북한 것으로 밝혀진 8월 5일 경에도 아무런 대북 비상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오직 언론사만 쫓아다니며 입을 막기에 급급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날 최윤희 합참의장은 합참 공보실 직원들과 저녁에 폭탄주를 마시는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그 합참의장은 최근 퇴직 후 방산비리로 검찰에 의해 기소되었습니다. 이후 군은 군사적 차원의 위기관리를 뒷전으로 미루고 오직 피해를 입은 두 하사를 영웅으로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해당 사단의 강력한 반대와 당사자들의 거부도 아랑곳하지 않고 심리치료를 받고 있던 무사 생환 장병에게 군복을 입혀 TV 카메라 앞에 세웠습니다. 그 와중에도 수시로 정보 통제를 하며 언론을 길들이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이쯤되면 군이 정치집단인지 전투 조직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동상 바로 앞에 서있는 하 하사는 군 의료능력 부족으로 군병원이 아닌 분당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군병원은 전문의 부족, 의무후송헬기 부족 등으로 스스로 우리 장병의 의료를 책임지지 못합니다. 그나마 이번 경우는 피해자들이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국가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해 치료비 걱정은 없었지만 이것은 그야말로 일회성 이벤트에 가깝습니다.

지난 5년 간 54명의 장병이 민간병원에서 치료를 하고 치료비를 지급받지 못했습니다. 이 54명은 관심 밖이고 오직 두 하사만 챙기면 된다는 심보로 버틴 국방부입니다.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깎아 좌초된 중증외상센터 건립 추진, 의무후송헬기 도입, 부족한 전문의 모집 등 군이 실무적으로 군의료체계 개선을 위해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나 두 하사의 희생 뒤에도 군 의료체계는 변한 것이 전혀 없습니다.
이 동상은 또 군의 성의 없는 치료와 치료비지원행태를 겪은 군인과 그 가족에게는 큰 상처가 될 것입니다. 저 동상만 보면 발을 잃고 관심 밖으로 밀려난 더 많은 장병에게 슬픔이 될 것입니다. 세상에 발 동상이라니, 그렇게 할 일이 없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