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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좀 비판하면 안 됩니까?

  • 입력 2015.12.21 13:14
  • 기자명 김순종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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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비판 전단을 뿌린 후 8개월째 구속 수감돼 있는 박성수 씨



저 대한민국 국민인데, 대통령 좀 비판해도 되겠습니까?
이와 같은 물음에 대한 정부당국의 허가가 떨어져야만 대통령을 비판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주권자인 국민이 대리자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전단을 나눠준 이유로 8개월간 구속을 당하는 세상이니 말이다. 왕을 욕하면 능지처참을 당하던 조선시대로 돌아간 듯한 이 모습은 요즘 유행하는 '헬조선'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 2월 새누리당 대구시당 부근에서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을 뿌린 박성수 씨는 그로부터 8개월째 구속돼 있다. 통상 명예훼손 사건은 피해자(박 대통령)가 고소를 하지 않으면 수사를 시작하지 않는데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달랐다. 수사당국은 집요하게 박 씨를 물고 늘어졌다. 경찰은 지난 2월 이후 그를 체포하기까지 경범죄 처벌법 위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명예훼손 등으로 혐의를 바꾸며 박 씨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그리고 지난 4월 그를 체포하는 강수를 뒀다. 법원은 3차례, 각 2개월씩 그에 대한 구속 기간을 연장해 왔다.
지난 4월 경찰에게 체포되기 전 박 씨는 경찰의 과잉수사에 대한 항의로 대구 수성경찰서 인근에서 개사료를 뿌리는 등의 퍼포먼스를 벌였다. 그가 손에 든 개사료 봉지에는 '민중의 개사료, 정권에 꼬리 흔들기 수사에는 개사료 아낌없이 드립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대통령이나 정부당국에 대한 비판은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검경은 그에게 무리한 법 적용을 감행했다. 특히 검찰은 1심 재판에서 그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할 예정이다. 대통령을 비판하면 징역 3년이 구형되는 나라, 이것이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가토 다쓰야 무죄선고, 박성수 씨도 무죄선고 예견된다
지난 17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에 대한 의혹을 칼럼으로 다뤘다가 검찰에 의해 기소됐던 일본 <산케이신문>의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이 1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았다. 가토 다쓰야는 박성수 씨와 마찬가지로 사라진 7시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과 정윤회 씨가 만난 것일 수 있다는 주장을 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상의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그에 대판 1심 재판부의 선고를 보면 박성수 씨 사건과 마찬가지로 애초 가토 다쓰야에 대한 기소도 검찰의 과잉수사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서울중앙지법 형사 30부는 지난 17일, 가토 다쓰야에 대해 '기사 내용은 명예훼손에 해당하나 대통령 개인에 대한 비방 목적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칼럼이 대통령 개인에 대한 비방보다 대통령이라는 공인과 공인의 업무에 대한 비판, 사라진 7시간에 대한 비판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유죄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 대법원 판례와도 일치하는 판결이다. 국제사회는 이번 사건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나기 이전부터 한국의 언론 자유가 심각한 수준에 있다며 우려스러운 목소리를 높여 왔다. 국제적 망신을 당할 것이 뻔한 기소를 검찰이 무리하게 진행했던 셈이다.
가토 다쓰야에 대한 무죄판결은 공인, 그 중에서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일반인에 대한 비판과 달리 관용적으로 허용된다는 점을 보여줬다. 그간 법원이 보여준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법원은 그간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보도에 대해선 명예훼손죄나 허위사실유포죄를 적용하지 않았다. 또한,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법원은 정치인이나 정부정책에 대해선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없다고 판결해 왔다. 이 점에 비추어보면 박성수 씨에 대한 1심 판결도 무죄일 것이라 예견된다.




그럼에도 과잉수사를 멈추지 않는 이유
수사당국도 이들에게 무죄가 선고될 것이라는 점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대법원의 판례가 그러하고 국제적으로도 명예훼손이 사라져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그들을 무리하게 구속하거나 기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기소되고,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느낄 고통, 그리고 이를 바라보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에 공포를 느끼게 될 국민들을 생각하면, 검경이 무리한 수사를 통해 무엇을 노리고자 하는지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검경은 박성수 씨의 주장처럼 정권이 주는 '사료'를 먹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정권에 충성했다는 이유로 내려지는 진급과 출세라는 사료 말이다. 나아가 가토 다쓰야나 박성수 씨를 본보기로 내세워 대통령을 비판하려는 시도를 애초에 말살하려는 것은 아닌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면서까지 그들의 출세만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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