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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정은은 잔다르크인가?

  • 입력 2015.12.16 11:36
  • 기자명 MC 워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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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지금 한국 사회에는 여성 혐오라는 불길한 그림자가 드리워있다
. 나는 그 원인으로 먼저 남성과 여성의 사회경제적 처지가 동반 추락한다는 사실을 꼽겠다. 다음으로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문화 생활적 지위가 어긋난다는 점을 꼽겠다. 양성평등 진척이 요원한 현실 또한 거기 붙잡힌 바가 크다.
대졸 여성 취업률이 대졸 남성 취업률보다 5% 이상 낮고, 출산육아로 인한 고용단절 현상에 보호벽이 없으며, 남녀 임금 격차가 OECD 최고수준에다, 직장 성희롱과 성 상납 사건이 끊임없이 신문 헤드라인을 때린다. 그러나 한편으론 여성 도서관이 건립되어 남성연대가 돌격하고, 여성은 데이트혼수 비용을조공받는권력자이며, 브라운관 안에선 도발적인여성 해방제스처가 난무한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선 가부장제 아래 억눌린 여성 욕망을 과격하게 긍정하는 콘텐츠가 각광받고 있다.
남자 아이돌식스 팩을 떡 주무르듯시식하는 미시 연예인들, 근육질 남자 연극배우들 육체를 여성 관객 앞에파는스트립쇼. 이런 전복적여성 해방기획은 여성의 실제 삶을 개선하는데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한다. 엔터테인먼트 세계와 생활 세계의 괴리는, 여성의 객관적 지위가 상승하고 양성 권력관계가 뒤집힌다는 착시를 일으킨다. 경제적 권력관계는 익숙하고 비가시적이지만, 매스미디어 전광판은 저 높은 곳에서 휘황하게 번쩍거린다. 남성들은 자신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이 여성에겐 허락된다는 뒤틀린 박탈감에 끓는다. 여성의 실체적 지위에 대한 인식을 흐리고, 그를 개선하는 합의를 교착상태에 빠트리는 것이다(“뭐 여성이 약자라고? 나는 남자지만 내가 어디가 강자인지 모르겠는데?”).


섹스 칼럼니스트곽정은 발언이 그렇다. “이 남자 침대에서 어떨지 궁금하다.” 이 말은 상대방을 마음대로 성욕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폭력적이다. 그 말의 또 다른 청자인 시청자에게 모욕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사실 이 말은 가부장 사회에서 은폐된 남성 성욕의 폭력적 해소를 반대의 자리에서 수면 위로 꺼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똑같은 발언을 남자가 방송에서 했다면꼴페미들 난리 쳤을 거 아냐!”라는 비판은 옳은 말이지만 의심스럽다. 그것은 방송 밖에서 이미 남성들이 흔하게 저지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여성은 성적으로 억압받는 약자니까 기계적으로 비교 하지 마라!”라는 옹호도 옳은 동시에 틀렸다. 강자의 방식으로 저지르는 약자의 폭력도 폭력이기 때문이다. 이런 반론은 정확한 판단이 아닐뿐더러, 여성을 항상 약자의 자리에 붙박아야 성립하는 주장이므로 장기적인 여권 신장 논리로서 부적합하다.
곽정은의 말은 현실에 대한 숙고 없이 비대칭적 성 상품화 행태를 대칭으로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남자는 그런 말 하는데 여자는 왜 못하냐). 어떤 진보적 지향이 전무할뿐더러, 기존 성 상품화 논리에 내재한 폭력성을 오히려 추인한다. 정말로 필요한 것은 성 상품화 존재 이유를 긍정하면서도, 그 안에 도사린 남성 중심적 병폐를 다스리며, 남녀 모두 공정하게 성을 즐기는 타협점을 찾는 것이 아닐까?


작금의 여성 욕망 해방의 몸짓은 위험하다
. 기존의 남성적 욕망 해소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기 때문이다. 전자를 주장하는 순간 후자도 정당화된다. 그것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피해자는 남성이 아니라 여성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TV 토크쇼 안의섹스 칼럼니스트와 달리, 현실에서 성 소비 객체는 언제나 여성이기 때문이다. 곽정은의여성 해방담론은 가부장 성 권력과 은밀한 쌍생아적 공모관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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