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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을 막는 것은 ‘선함’이 아니라 ‘악에 대한 저항’이다

  • 입력 2015.12.15 10:07
  • 기자명 비더슈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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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 12 15, 독일 나치 전범이었던 오토 아돌프 아이히만에게 이스라엘 법정에서 교수형이 선고되었다.
인류가 만들어낸 스스로에 대한 최악의 재앙은 세계 2차대전이었을 것이다. 온 나라가 괴벨스와 히틀러의 선동에 넘어가 전체주의로 뭉쳤던 시대, 국가를 위해 개인의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던 시대. 인류가 전체주의에 기반하고 있을 때, 인간이 인간에게 행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학살이었던 홀로코스트가 일어났다. 그리고 바로 그 홀로코스트의 실무 책임자였던 아돌프 아이히만 중령. 12 15일은 그 아이히만 중령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진 날이다.
2차 대전에서 독일이 패망하고 자신이 국제 전범으로 수배당하자, 아이히만은 아르헨티나로 도피했다. 도피처에서 이름을 바꾸고 정체를 숨긴 뒤 15년을 살았으나 1960년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인 모사드에 의해 체포되었다. 2차 대전의 독일 전범은 대부분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재판을 받았으나 그가 체포된 것은 이미 전쟁이 끝나고 15년이 지난 상태였다. 2차 뉘른베르크 재판도 끝난 지 10년은 넘게 지나있는 상태였다. 그는 결국 이스라엘에서 공개 재판을 받았다. 아이히만은 재판 당시 자신이 유대인을 박해한 것은 상부의 지시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고 스스로를 변호했다. 하지만 이러한 변호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이히만의 이러한 자기 방어가 진실인지에 대한 의문도 있을 수 있겠으나, 아이히만은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선량한 사람이었다고 전해진다. 유대인을 개인적으로 선하게 대한 유일한 독일군 장교라는 말도 있으니, 아마 이 변호를 진실이라고 받아들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아이히만은 홀로코스트의 실질적 책임자까지 되어버린 것일까. 그것이 단순히 사회적 가면에 둘러싸인 내면자아의 표출일까. 이중성만으로 그의 삶의 궤적을 설명할 수 있을까.


▲ 오토 아돌프 아이히만 (Otto Adolf Eichmann, 1906.3.19 ~ 1962.5.31)


아이히만의 삶은 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해석한 최초의 학자는 한나 아렌트였다
. 그녀는 부당한 명령이라도 해도 일단 그 명령을 한 번 받아들이고 나면, 다음부터는 그 부당한 명령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세상에 악이 존재하는 것은 인간의 도덕성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의 가치와 권리를 억압하는사회 구조적 악에 대한 본질적 저항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세상에는 악을 행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이히만을 사례로 쉽게 풀어보자. 아이히만은 도덕적 개인이었지만 홀로코스트라는은 발생했다. 홀로코스트의 존재는 절대로개인의 성품이 악한 사람이 많아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독일 사회에는개인적 성품이 선한 사람이 많았을 수도 있다. 아이히만도 그들의 한 사람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홀로코스트는 그런선한 사람이 다수인 사회에서도 발생한다. 그것은 개인적 선악은 떠나 그 사회에 속한선한 사람들이 사회 구조적 악에 대해 비판과 저항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그사회 구조적 악이 나치라는 전체주의적 정권과 그 정권의 명령에 복종해야만 하는 사회적 현실이 될 것이다. 사회에 대한 저항이 없기 때문에 홀로코스트가 발생했다는 논리다.


▲ 아이히만의 사례를 연구한 철학자 한나 아렌트.


물론 당신의 도덕성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다
. 개인의 도덕성은 전제다. 사회가 발전하고 나아가고 더 좋은 세상을 꿈꿀 수 있는 전제다. 하지만 그 전제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도덕적인 개인인 동시에 사회적으로 저항하는 개인이어야 한다. 약자에게 적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강자에게 분노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사실 따지고 보면 그 둘은 별개인 것도 아니다. 아이히만은 특수한 사례일 뿐이다.
선한 개인, 사회에 저항하지 않는다면 그 개인조차 홀로코스트의 전범이다. Widerstand, 내가 독일어로저항이라는 말을 닉네임으로 쓰는 이유다. 독일인의 저항이 중요한 이유다. 우리의 저항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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