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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탈당은 오래된 계획이었다

  • 입력 2015.12.14 13:38
  • 수정 2015.12.14 13:45
  • 기자명 거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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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탈당은 충격이었다. 비록 그가 측근을 통해 탈당 시그널을 계속 보내오고는 있었지만 설마 탈당까지 감행하겠냐는 시각이 만만치 않았다. 최근의 여론조사를 분석할 때 안철수는 호남 맹주로 부상하는 중이었고, 그렇게 되면 그는 가장 확실한 근거지를 확보한 대권 후보가 될 수 있었다.
이런 당내 지분을 모두 버리고 길도 잘 보이지 않는 탈당을 계속 띄우는 것은 정치적 이벤트를 극대화 시키려는 작전으로 보였다. 문재인 대표와 민주당도 안철수의 탈당에 대해 결사적으로 대처하고 있었기 때문에 극적 봉합의 수순으로 갈 거라고 보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안철수가 일반의 상식적 예측을 깨고 탈당선언을 한 것은 그가 이미 탈당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탈당은 문재인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안철수는 탈당할 마음을 먹고 일련의 이벤트를 준비했다. 탈당은 선택지가 아니라 안철수의 오래된 계획이었던 셈이다.


탈당 과정을 보면 안철수의 계획이 좀 더 선명해진다. 그의 탈당 선언 전날 새정치민주연합의 수도권 의원들은 문재인과 안철수 두 사람이 사실상의 공동 대표로서 공천권 등 전권을 행사하라는 내용의 중재안을 제시했다. 거의 항복 선언에 가까운 중재안인데 안철수는 이를 거부했다. 그리고 탈당 선언 직전, 문재인 대표는 혁신전대를 포함해 모든 것을 논의할 수 있다는 제안을 했지만 안철수는 이 또한 거부했다. 일단 혁신전대부터 받아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혁신안을 걸고 전대를 하겠다는 것은 그간 문재인 대표와 당이 추진한 혁신안을 모두 헛일로 만드는 것으로, 당을 안철수에게 넘기라는 요구나 다름 없었다. 이에 응하는 순간 문재인은 몰락한다. 합리적인 중재안도 거부하고 도저히 들어주기 힘든 안을 계속 요구한 것은 안철수가 이미 탈당을 염두에 두고 한 행동이었을 터다.
그렇다면 안철수는 왜 당내 지분과 호남 맹주로서의 가능성도 버리고 탈당을 결심했을까?
새정치연합이라는 옷이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지율도 그래서 하락하고 있다고 여겼을 것이다. 안철수는 민중총궐기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 뿐 아니라 거의 모든 대여 투쟁에 참여하지 않았다. 안철수는 기본적으로 이런 투쟁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가 새정련에 적을 두고 있는 한 야권 지지자들의 대여 투쟁 요구에 호응하지 않으면 지지율 하락은 불가피하다.

대여 투쟁의 주문과 그걸 참을 수 없는 어색함 사이에서 고민한 결과 안철수는 이 당에서는 자신의 정치적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시계를 입당 이전으로 되돌리려고 한 것이다. 새정치연합이 혁신을 못해서가 아니라 중도적 정치인 안철수가 당에 적응을 하지 못한 것이다.
혁신전대는 탈당을 위한 핑계였다. 안철수는 혁신전대에 근접한 중재안까지도 거부하고 조금도 훼손되지 않은 자신만의 혁신전대를 요구했다. 문재인이 항복하고 당을 전부 넘기면 탈당하지 않겠다는 'all or nothing' 전략이었다. 당연히 당 내 지지율 3위 정도로 점점 사라져가는 대권 후보에게 지지율 1위 후보가 항복하고 당을 갖다바칠 리 없다. 물론 안철수도 그걸 알고 있었다. 당을 주면 좋고 안 주면 최대한 흔들어 당 밖에서 규합할 세력을 만들어 보겠다는 작전이었다.


안철수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탈당에 대한 부담감이 없다. 그간 2번의 양보를 하면서 희생을 할만큼 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있을 테지만 무엇보다 안철수 스스로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정치인이라는 정체성이 없고, 따라서 당원으로서의 부채감도 없기 때문이다. 안 맞는 옷을 버리고 다시 중도 정치인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안철수에게 야당 지지자들의 비난은 그래서 별 효력이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제 안철수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 안철수는 돌아오지 않는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자신이 견뎠다고 말한 수모와 조롱이 그에겐 악몽 같을 것이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괴로움을, 그는 다시 겪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전략적으로만 아니라 마음도 완전히 떠난 것이다. 그런 안철수를 잡으려는 시도는 헛수고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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