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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심으로 아이를 낳는 시대는 끝났다

  • 입력 2015.12.14 10:21
  • 수정 2016.02.13 09:29
  • 기자명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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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자녀 정책을 폐기하고 둘째를 낳도록 허락한 중국 정부의 고민은 고령화와 신생아 부족으로, 이는 여러 유럽 국가가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하락세인 인구 구조는 정부 정책을 고치는 것만으로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사회적인 관습이나 규범을 개선하는 것이 더 효과가 클 수 있다. 전문가들은 복잡한 유인 동기를 이해하고 출산과 양육에 적합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여러 인구통계학 연구를 보면, 이상적인 인구 구조를 유지하는 국가는 출산을 장려하는 곳이 아니라 높은 수준의 양성평등과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가 있으며, 이민 정책이 관대한 곳이다.출산율이라는 것이 이렇듯 복잡한 것이기에 권위주의적인 중국 정부가 의지를 갖고 정책을 집행하더라도 출산 장려책만으로는 출산율을 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출산율이 떨어지면 이를 다시 올리는 일은 대단히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낮은 출산율을 극복하고 다시 출산율을 회복한 나라의 사례도 흔치 않다. 이민자를 더 많이 받아들이는 정책은 효과적일 수 있다. 이는 이민 오는 사람들이 기존 국민보다 원래 아이를 더 많이 낳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대개 젊은 나이에 이민을 택하는 이민자들은 새로 정착한 나라에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독일 여성의 평균 출산율은 1.4~1.5 정도로,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자연대체율 2.1에 크게 못 미친다. 다른 구소련 위성 국가나 동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구 동독 지역의 저출산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 구 동독 지역의 낮은 출산율 탓에 독일 전체 인구가 빠르게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극단적인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이에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최근 가임 연령의 젊은 이민자와 난민을 대거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분명 출산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1960, 70년대 유럽 많은 나라에서 출산율은 대체로 낮았다. 이후 수십년 동안에도 독일과 오스트리아처럼 대부분 유럽 국가에서는 출산율이 다시 높아지지 않았다. “반면,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북유럽 국가와 프랑스도 있습니다.” 스톡홀름대학 인구통계학 교수 군나르 안데르손의 설명이다.


출산율 반등은 사회 전반에서 나타난 정책과 사고방식의 변화 덕분에 일부 가능했다. 특히 양성평등 의식이 높아지고, 육아휴직과 육아시설이 확대되는 등 여성 친화적인 제도가 도입되고 정착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인구학자들은 이들 나라에서 인구가 다시 증가한 주 요인은 여성이 일을 하고 사회활동을 많이 하게 되면서 아이를 더 늦게 낳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출산율이 반등한 건 여성이 낳는 아이의 수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산모의 연령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옥스포드대학 인구통계학 명예교수 데이비드 콜만은 동년배 출산율(cohort fertility)과 기간별 출산율(period fertility)의 개념을 통해 이를 설명한다. 먼저 동년배 출산율이란 같은 나이의 여성이 평생 아이를 평균 몇 명 낳는지를 뜻하고, 기간별 출산율은 매년 집계되는 출산율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개념의 출산율이다.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부터 서유럽에서는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출산 시기를 늦추는 경향이 보편화됐습니다. 예전 같으면 아이를 낳았어야 할 시기에 일을 하다가 아이는 더 늦게 갖는 여성이 자연히 늘어났죠. 출산율이 낮아지면 이런 현상(낮은 출산율)이 계속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잘못 생각했던 거죠. 아예 아이를 덜 낳는 것이 아니라 늦게 낳는 겁니다.

나이가 들고 나서 아이를 갖기로 마음먹은 여성은 대개 꼭 아이를 낳는다. 그래서 “30대, 40대 여성의 출산율은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올랐다.”고 콜만 교수는 설명했다.
안데르손 교수는 스웨덴의 경우 기간별 출산율은 오르락내리락해 왔지만, 동년배 출산율은 두 명 언저리에서 거의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스웨덴 여성은 평균 두 명의 아이를 낳습니다. 이 수치는 지난 백 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전쟁이나 경제 상황도 영향을 미친다. 옥스포드대학에서 사회정책을 가르치는 스튜어트 지텔바스텐 교수는 전쟁이나 극심한 불경기와 같이 혼란한 시기에는 출산을 미루다가 전쟁이 끝나거나 경기가 좋아지면 그때 다시 아이를 더 낳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옥스포드대학 사회학, 인구통계학 교수인 프란세스코 빌라리는 각종 사회 정책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모든 걸 결정하는 변수는 아니라고 말한다.

출산율을 다시 올리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그 사회의 양성평등 신장 여부입니다. 즉,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질 때 여성을 배려한 제도가 마련되고 남성이 육아를 나누어 맡으면, 그때 비로소 출산율이 올라갑니다. 그러나 제도는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사회, 혹은 국민의 요구가 반영돼 정치권이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사회에서 잘 정착되고 성공을 거둡니다.

빌라리 교수는 낙태와 이혼, 경기 침체 등으로 인구가 줄어들지 모른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지만, 꾸준히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이탈리아를 예로 들었다. 역사적으로 부유한 북부 이탈리아는 출산율이 낮았고, 상대적으로 가난한 남부 이탈리아에서는 대가족이 흔하고 아이도 많이 낳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빌라리 교수는 말했다.
남부보다 양성 평등한 사회인 북부 이탈리아에서 직업을 갖고 돈을 벌 기회도 상대적으로 더 많은 여성이 예전보다 아이를 더 많이 낳는다. 반대로 높은 실업률에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남부 여성들은 아이를 점점 덜 낳고 있다. 빌라리 교수는 가사 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여의치 않고, 여전히 가사 분담에 있어 전통적인 가치관이 남아있어요. 남부 이탈리아는 중국과 더 비슷한 셈이죠.”
빌라리 교수는 러시아와 중부 유럽, 동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가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 또한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양성평등 의식이 부족하고 여성의 사회 진출도 대체로 막혀있으며 여성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앞장서서 아이를 더 많이 낳자고 캠페인을 벌이거나 부국강병을 위해 인구를 늘리자며 애국심에 호소하고, 아예 출산 장려금의 형식으로 아이를 낳으면 돈을 쥐여주는 “직접적인 출산 장려책”은 출산율을 높이는 데 그 효과가 제한적이다.
물론 1966년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가 갑자기 모든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했을 때처럼 극단적인 경우가 있기는 하다. 1965년 1.9였던 루마니아의 출산율은 이듬해 무려 3.66으로 크게 올랐다. 하지만 이내 다시 떨어졌다.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도 특히 저소득층에 지원금을 주는 등 직접적인 출산 장려책을 적극적으로 펼쳐 출산율을 자연대체율인 2.1 수준에서 유지하는 데 부분적인 성공을 거뒀다.
미국이나 영국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출산율을 안정시키거나 다시 높이는 데 이민 정책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지텔바스텐 교수는 “두 나라의 경우 출산율이 꽤 높긴 하지만, 사실상 정부가 주도적으로 시행하는 인구 정책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자녀 정책을 폐기한 중국에서 출산율이 어떻게 변할지 전문가들은 예의주시할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산아 제한을 없애는 것만으로는 출산율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인들 가운데 핵가족으로 사는 데 익숙해진 사람이 많아졌고, 중국의 각종 사회 제도와 심지어 주택 구조까지 이미 대가족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텔바스텐 교수는 결국 더 나은 삶을 향한 사람들의 열망과 관련된 문제라고 설명한다.

과거에도 한자녀 정책 아래 예외를 인정받아, 혹은 시범적인 개혁 차원에서 둘째를 가질 수 있도록 허락된 부부가 있었지만, 이들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이 둘째를 원하지 않았어요. 출산율이 반짝 오를 수는 있을 겁니다. 특히 한자녀 정책이 상대적으로 엄격하게 시행됐던 쓰촨성 같은 시골 지방, 더 가난한 지역일수록 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결국 아이를 원할지가 관건입니다. 시골에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도시 생활을 꿈꾸는데, 아이가 생기고 가족이 늘어나는 건 도시로의 이주에 걸림돌이 되니까요.

중국의 도시 주택은 대개 작고 비좁아 아이를 여러 명 키우기가 쉽지 않다. 콜만 교수는 “당분간은 별다른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의 인구 하락세는 당분간 막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자녀 정책은 다른 인구 억제책과 맞물려 출산율을 급격하게 낮추었다. 중국의 공식 통계가 신뢰도가 낮으므로 정확히 집계된 중국의 출산율은 아무도 모른다. 지텔바스텐 교수는 다음과 같이 예측했다. “아마 1.4에서 1.8 사이일 겁니다. 많은 사람이 1.5~1.6 정도라고 믿고 있죠. 이 정도라면 자연대체율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인데, 꽤 오랫동안 출산율이 저 정도에서 정체돼 있었다고 보는 게 맞아요.”


지텔바스텐 교수는 이런 상황이 “장기적인 인구 감소의 전환점(negative demographic momentum)”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즉, 한 세대의 구성원이 적어지면 그 세대가 낳는 아이의 숫자도 자연스레 적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아마 10~15년 안에 이 문제가 스스로 조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다른 대부분 아시아 국가에서처럼 중국도 이민자를 받아들여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는 건 아마도 어려울 것이다. 동아시아는 특히 이민자들이 적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빌라리 교수도 중국의 출산율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고 말했다.

잠깐 출산율이 올랐다가 결국 장기적으로는 계속해서 출산율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출산율이 낮아지는 동안 이를 반등시킬 기회가 없지는 않았어요. 젊은이가 적지만, 중장년층도 그렇게 많지 않았던 그 시기가 적기였죠. 하지만 기회의 창이 닫히고 있습니다. 지금의 노동 인구가 늙어 은퇴할 때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이들이 많지 않을 겁니다. 한마디로 사회 구조 자체를 완전히 새로 짜야 해요. 하지만 참고할 만한 사례가 없어요. 중국이 향후 맞이하게 될 그러한 종류의 고령화를 겪은 나라가 없으니까요.

원문 : 뉴욕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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