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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탈당, 그리고 안철수의 창당

  • 입력 2015.12.14 10:07
  • 기자명 비더슈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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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탈당했다.
어젯밤, 문재인 대표는 안철수 의원의 자택을 급하게 찾았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하자, 직접 집으로 찾아가 협의를 진행하자는 의도였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는 40분 동안 문 앞에서만 대기했고, 안철수 의원은 얼굴을 비추고 악수만 한 뒤 문재인 대표를 돌려보냈다.
그리고 어제 오전, 안철수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3월 안철수 대표의 새정치연합이 김한길 대표의 민주당과 합당해 새정치민주연합이 탄생한 지 1 9개월 만의 일이다. 이로서 안철수 의원은 민주당과 다른 길을 가게 됐다.
안철수 의원은새누리당 세력의 확장을 막겠다고 분명히 말하면서도, “당 안에서 변화와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탈당의 이유를 명확히 밝혔다. 안철수 의원은 기자회견 직전 문재인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마지막으로 혁신전당대회 개최를 설득했지만, 문재인 대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안철수 의원은 창당의 가능성을 암시했다.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 세력을 만들겠다며, “그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독자적으로 창당할 것인지, 천정배 신당 등 다른 신당 추진 세력과 손을 잡을 것인지에 대해서는다음 기회에 말하겠다며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로서 안철수 의원과 문재인 대표는 결별의 길을 걷게 됐다. 2011년 소위안풍을 일으키며 화려하게 정계에 데뷔했던 안철수 의원은, 한때 대선주자 지지도 50%라는 놀라운 기록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 들어선 이후 그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표와 단일화 협상을 하며 큰 진통을 겪었다. 이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됐고, 민주당과 합당 이후 김한길 대표와 공동대표를 지냈지만 선거에서의 연이은 참패로 4개월 만에 대표직을 내려놔야 했다.
이후 1년을 넘게 정치적 중심에서 벗어나 있던 안 의원은혁신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정치권의 중심으로 들어왔지만 당 지도부와 혁신의 철학을 두고 갈등하다 결국 탈당하게 됐다. 문재인 대표는정치가 참으로 싫어지는 날이라며 당분간 정국 구상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의원의 색깔과 새정치민주연합이 가지고 있는 색깔이 다르다. 안철수 의원은 이를 고치려고 시도했지만 여전히 새정치민주연합의 다수가 종래의 색깔을 고집했고, 안철수 의원은 다른 색깔을 찾아 떠났다. 원론적으로 보면, 극복할 수 없을 정도로 색이 다르다면 다른 당을 만드는 것이 맞다.
하지만 한 가지 사례를 주목해 보려고 한다. 2013년 재보궐 선거 노원병 지역구의 사례다. 이 선거에서 안철수 후보는 60%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상대 후보를 이겼다.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는 32%의 지지를 얻었었다. 이 당시 민주당은 안철수 후보의 당선을 위해 자진해서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만약 새정치민주연합이 후보 등록을 했다면 어땠을까. 절반으로 잘라졌다고 가정하면 안철수 의원은 낙선했다. 압도적인 지지율이었던 안철수 의원도 그랬다. 1% 차이로 당락이 갈리기도 하는 총선의 전체 판을 봤을 때, 분열은 곧 패배를 의미한다. 이걸 부정할 수는 없다.
안철수 의원은 분명새누리당의 세력 확장을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그가 새로운 길을 가겠다면, 그 길을 얼마든지 존중해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으로 그를 한 번 믿어보려고 한다. 새누리당의 세력 확장을 차단하겠다는 말에 진심이 담겨 있을 거라 믿어보려 한다.


▲ 문재인 대표가 안철수 대표의 자택을 찾았지만 만남이 불발되자 차량에 앉아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안철수의 새로운 길은 신당창당?
안철수 신당이 성공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우선 현직 의원들 혹은 당내 중진들이 연쇄적으로 탈당해 안철수 신당에 가담할 수 있을 지가 중요한 지점이다. 안철수 의원이 정치적으로 중요한 입지에 있지만, 다른 중진 정치인들의 도움 없이 존재감 있는 정당을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세간의 분석이다.
결국 존재감 있는 정당의 창당을 위해서는신선한 인물현직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신선한 인물의 경우에는 안철수 의원의 능력으로 어느 정도 모일 수 있는 측면이 있지만, ‘현직 정치인의 경우에는 당장 당선 가능성이 관건이 된다.
, 안철수 신당으로 출마해서 다시 국회의원에 당선될 수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탈당을 고민할 의원들은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 공천을 받아도 당선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탈당 의사를 밝힌 의원은 지금까지 세 명이다. 안철수 의원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병호 의원이 오늘 탈당을 예고했고, 전남의 황주홍, 전북의 유성엽 의원이 주중 탈당을 예정하고 있다. 비주류 의원들은 어제와 오늘 두 차례의 모임을 갖고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추가로 얼마나 더 탈당할 수 있을지는 분석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원내교섭단체 요건을 웃도는 20에서 30여 명 정도가 탈당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고, 일각에서는 두 자리수로 넘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요한 변수는 김한길 의원과 박지원 의원의 탈당 여부다. 둘은 비주류 측 좌장으로 손꼽히는 의원들이다. 김한길 의원은막무가내 패권정치가 안 의원을 내몰고 말았다며 향후 연대 가능성을 암시했고, 박지원 의원은 문재인 대표의 안철수 혁신안 수용으로 인해 내년 총선 공천이 불가능한 상황이기에 탈당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박주선, 안철수, 문병호, 황주홍, 유성엽. 지금까지 탈당했거나 탈당 의사를 밝힌 의원 5명이다. 만약 김한길 의원과 박지원 의원이 나오지 않는다면 정치적인 기반 마련이 불가능하고, 그렇다면 탈당파 의원은 10명 안팎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부가 안철수 신당에 들어가지도 않을 거고.
하지만 박지원 의원과 김한길 의원이 탈당한다면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어쨌든 이들은 몰고 다닐 수 있는 지지층을 깊숙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고, 안철수 의원과는 다른 면에서 당을 안정적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밖으로 빠지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 있다.
사실 대한민국의 민주당계 정당이 둘 이상으로 갈라져 있던 시간은 많지 않다. 그리고 이들이 통합되어 있을 때 정국이 더 안정되었고, 야당 정치인들도 그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당선 가능성 뿐 아니라, 정치적 활동의 폭도 이들이 나뉘지 않았을 때 더욱 커진다.
그렇다면 결국 안철수 신당도 하나의 현상으로 그칠 것이라는 것이 나의 분석이다. 결론적으로 안철수의 리더십으로 버티는 정당이고, 안철수의 리더십이 무너지면 이 정당은 사라지거나, 합쳐지거나, 있으나 없으나 상관없는 정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안철수의 지지층은 민주당 지지층과 상당히 겹친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의 리더십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이라는 조직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 그게 안 되면 안철수가 정치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은 없다.
박지원과 김한길이 더해진다면 현상의 지속시간은 오래 가겠지만, 이들이 본질적으로 대중의 인기를 끌어올 수 있는 이들은 아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대선 감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들은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설문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안철수 급의 새로운 인물 없이 이 정당은 버틸 수 없다.
다만 문제는 돌아오는 4월 총선이다. 이제 넉 달 남은 총선까지는 이 현상이 근근이 버틸 수 있다. 이 결정적인 시간에서 판단 착오가 벌어질 가능성도 높다는 이야기다. 상황이 생각보다 어려울 수도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어려운 상황의 결과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 안철수 의원이 탈당 기자회견 직후 국회를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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