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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 입력 2015.12.01 14:24
  • 기자명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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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명랑하던 다섯살 난 아들이 놀고 싶지 않다고 했을 때, 소방대원 김덕종 씨는 아들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처음에 아이는 그냥 누워있고 싶다고 말했죠. 열이 조금 오른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곧 숨 쉬기가 힘들어졌습니다. 김덕종 씨 부부는 아이를 근처 대학병원으로 데려갔지만, 아이는 증상이 나타난 지 엿새 만에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의사들도 원인을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 후 6년이 지나서야 김덕종 씨는 아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증상을 앓은 환자가 500여 명이고, 그 중 142명이 사망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죠.
진실은 2011년 8월 31일, TV 뉴스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어린아이와 임산부에게 주로 나타난 괴질환의 정체에 대해 정부가 공식 조사를 벌인 결과, 겨울이 춥고 건조한 한국에서 아이를 둔 가정을 겨냥해 출시된 가습기 살균제가 이 질환과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발표였습니다.





한국의 가습기 살균제 시장의 선두주자는 영국 기업인 레킷벤키저였습니다. 서울에서 이루어진 조사에 따르면, 김덕종 씨의 아들과 같은 증상을 보인 환자들의 80%가 레킷벤키저의 제품을 사용했습니다. ‘옥시’라는 이름의 투명액상 살균제는 한국에서만 출시되었고, 현재는 다른 회사의 살균제 제품과 함께 시장에서 퇴출된 상태입니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레킷벤키저가 상품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허위 광고를 한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레킷벤키저는 이의를 제기했고, 한국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도 레킷벤키저는 과실을 인정하지도, 솔직한 사과를 내놓지도 않고 있습니다. 회사 대변인은 “고통받은 모든 분들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면서도 현재 진행중인 소송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레킷벤키저는 법정에서 한국 정부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한 상태입니다. 또한 회사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500만 파운드(약 87억 원)를 한국 정부에 전달했지만, 이 돈이 과실을 인정해서 제공하는 피해 보상금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첫 보고서를 담당했던 백도명 교수는 지난주, 김덕종 씨 등 피해자 가족들과 함께 영국을 찾았습니다. 이들은 레킷벤키저의 본사 앞에서 항의 시위를 열고 립서비스가 아닌 진짜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이들은 ‘건강, 위생, 가족’을 핵심 가치로 내걸고 있는 회사의 제품이 실제로 건강을 해치고, 가정을 파괴했다고 말합니다. 함께 영국을 방문한 맹창수 씨의 아내는 임신 중에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는 유도분만을 통해 살렸지만, 아내는 수년간 투병하다 결국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맹 씨는 레킷벤키저 회장에게 자신과, 엄마를 잃은 두 아이를 생각해보라고 촉구했습니다.
레킷벤키저의 대변인은 비극과 어려움을 겪은 가족들의 고통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면서도, 이 문제가 전례 없이 복잡하고 기술적이며, 잠재적인 사건 당사자가 많다고 지적하면서 인과관계의 문제는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았고 이는 법정에서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 가족들의 싸움은 이렇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원문 :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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