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정통성 없는 권력은 언론에 손을 댔다

  • 입력 2015.12.01 10:19
  • 기자명 비더슈탄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정희가 1979년 측근 김재규의 총탄으로 숨지고, 권력의 진공 상태에서 처음 권력을 틀어쥐고 나선 사람은 전두환이었다. 군대 내의 강력한 실권 모임이었던 하나회의 수장이기도 했던 그는 박정희가 죽던 해 3월에 육군 보안사령부 ( 기무사령부)의 사령관으로 임명된 바 있었다. 박정희의 사망 이후에는 1026 사건을 수사하는 합동수사본부의 본부장이 되었고, 이 권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권력에 맞수가 되는 육군참모총장 정승화를 몰아내는 1212 쿠데타를 자행한다.
즉 상황을 정리해 본다면, 1980년이 시작될 무렵 전두환은 이미 군대 내부의 실권은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었고, 대통령이 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그 이상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면 되겠다.
그러던 3, 보안사령부에서는 ‘K- 공작계획을 실시한다. 언론에 대한 철저한 탄압과 감시, 회유와 협박이 그 계획의 실체였다. 언론사에 보도 지침을 보내고, 언론인과 개인적으로 접촉하여 회유하는 등의 방법으로 언론에 대한 첫 탄압을 가한 것이다. K- 공작계획의 목표가 전두환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돌려 원활하게 대통령직에 앉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이 계획이 전두환이 대통령에 취임하는 9 1일의 직전인 8월 말까지 진행되었다는 사실과, K- 공작계획의 K King, 즉 전두환을 왕으로 만들겠다는 의미라는 과거사위의 보고서를 확인해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그렇게 대통령에 취임한 뒤, 전두환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언론을 탄압하기 시작한다. 직접적으로 언론사를 국영에 가깝게 통합해 버리는 것이다. 민영 방송 TBC를 없앤다던가, MBC KBS의 산하에 둔다던가 하는 방식이었다.



TBC 고별방송


언론통폐합을 실제로 겪지 않은 나 같은 세대들은
언론통폐합하면 TBC KBS 2TV로 통합된 정도만을 떠올린다. 하지만 언론통폐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대규모로 진행되었다.신아일보가 경향신문으로 흡수되었고, 한국일보의 자매지 서울경제가 한국일보와 흡수되었다. 경제지였던 일반내외경제가 희한하게도 영자신문인 코리아 헤럴드로 흡수되었고, 1 1신문사 원칙으로 지방지도 대규모로 통합ㆍ흡수 작업이 벌어졌다. 부산의 국제신문은 부산일보에 흡수되어 부산매일신문이 되었고, 경남의 경남일보는 경남매일신문에 흡수되어 경남신문이 되었다. 대구의 영남일보는 매일신문과 통합되어 대구매일신문이 되었고, 광주의 전남매일신문은 전남일보와 통합되어 광주일보가 되었다.
동양통신과 합동통신이 통합되고 이에 시사통신, 경제통신, 산업통신이 흡수되는 형태로 당시 대한민국에 있던 5개 통신사는 모두연합통신이라는 제호 아래 하나로 통합되었다. (98년 연합통신은 연합뉴스로 제호를 바꾸었고, 2001년 뉴시스가 출범할 때까지 이 국영 통신사 연합뉴스는 대한민국 내의 유일한 통신사로 존재했다.)
TBC DBS KBS로 통합되었고, 지방방송이던 광주의 전일방송, 군산의 서해방송, 대구의 한국FM방송도 KBS로 통합되었다. MBC 또한 원래는 별도의 법인으로 설립되어 있던 지방MBC의 지분 절반 이상을 중앙MBC로 강제 이전되어 지방의 독립성을 상실하였고, MBC의 지분 65% KBS로 이전되면서 사실상 MBC KBS의 산하에 놓이게 되었다.
드라마 <뉴스룸>의 오프닝에서 이런 말이 나왔던 것 같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의 시작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부터라고. 어떤 문제가 존재하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알려주는 것이 언론의 책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은 국민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 지를 결정하는 데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이행한다. , 주권을 올바르게 시행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로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이 언론이라는 기구가 민주주의 국가의 운영과 발전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장치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국민의 실질적인 주권 행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언론이고, 그렇다면 민주주의는 기사를 바탕으로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전두환은 바로 이언론에 손을 댔다. 전두환의 권력이 출발부터 마지막까지 정통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고 단언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가 아무리 높은 지지율을 얻었어도 그것은 언론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던 시절의 지지율이다. 국민에게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지도 못하는 상태로 누구를 지지하냐고 묻는다면 무엇이라 답하시겠는가. 한 쪽에 편향된 정보만을 흘리는 언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권력은 그래서 그 시작과 과정에서 끝까지 단 한 순간에도 정통성을 지닐 수 없다.
위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전두환은 언론통폐합 과정에서 CBS의 보도기능을 대폭 축소시켰다. 박근혜 정부는 얼마 전 CBS 등을 특정하여유사보도로 지목하며, ‘CBS 김현정의 뉴스쇼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CBS가 운영하는 진보적인 보도매체를 제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이 어그로는 곧 사그라들기는 했었다.
방송통신심의위에서는 팟캐스트를 심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공연히 나온다. 아마 그 심의라는 것을 시행한다면 지금 내 구독목록에 있는 팟캐스트 절반이 사라질 것이다. 5인 이하의 구성원을 가진 인터넷 언론은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한다. 시행령이라 야당의 견제도 쓸모 없는 사안이다.
MBC 뉴스는 이제 누구도 믿지 않는다. 2011 12 1일 출범한 종합편성채널 4개사의 사업자는 조중동매라는 권력 친위 언론사로 돌아가는 촌극이 벌어졌고, 조선일보의 TV조선과 동아일보의 채널 A의 보도는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수준으로 돌아갔다.언론통폐합으로 제호를 내린 수많은 언론사 중 마지막으로 방송국에 대한 통합이 마무리되고 0시를 기해 TBC가 없는 세상을 보내게 된 12 1, 문득 JTBC의 손석희에 대한 이 정권의 탄압을 생각하며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손석희는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무단 인용했다며 경찰 조사를 받았다. JTBC TBC의 유사성에 대한 문제는 제쳐놓고서라도 말이다.


▲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오는 JTBC 손석희 보도부문사장.


아까 했던 말 중 단 한 마디만 되새김질하며 이 글을 마치자
.

언론에 손을 댄 정권에서는 그 시작부터 끝까지 단 하나의 정통성도 찾을 수 없다.

이것이 연희동에 바치는 말인지, 내곡동에 바치는 말인지, 아니면 청와대에 바치는 말인지는 검열이 무서우니 박근혜 만세를 외치며 애매하게 남겨두기로 하자.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