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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정말 문해력이 떨어질까?

  • 입력 2015.11.30 14:13
  • 기자명 MC 워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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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근우 기자 트위터


인용한 위근우 기자의 트윗은 상투적 인식인데, 한국인 문해력이 OECD 최하위라는 널리 알려진 통계에 의한 것일 거다. 헌데 이는 2001년 한국이 자체 실시한 국제성인문해력조사(IALS)를 1994~1998년 OECD가 선행한 동일한 조사 결과에 덧붙인 통계이고, 2013년 OECD가 발표한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에서 16~65세 한국인 평균 문해력은 273점으로 정확히 OECD 평균이다. (PIAAC가 IALS의 후신이라 할 수 있다.)



OECD Survey of Adult Skills(PIAAC), 2013. 10.


한국과 유사한 문해력 수준을 지닌 국가는 캐나다와 영국이다. 독일과 프랑스 같은 '서구 선진국가'는 한국보다 평균 문해력이 낮다. 오히려 한국인은 수리력과 컴퓨터 해결 능력보다 언어능력이 높게 측정됐다. 특히 16~24세 한국인 문해력은 OECD 네 번째이고, 언어능력 항목 무응답자 점수를 85점으로 조정했을 때 핀란드와 일본에 이어 세 번째를 차지한다.
물론 한국은 젊은 세대와 고령 세대의 문해력 격차가 가장 큰 나라다.(한국 고령 세대 문해력은 하위 세 번째이고, 그 뒤에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있다.) 그러나 이것이 기성 세대 의식수준이 미개하다는 걸 의미하지는 아니다. 문해력과 상관관계가 거론되는 것은 임금 수준과 노동시장 참여 같은 사회경제적 항목이다. 문해력과 시민적 덕성의 상관관계가 확인되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 없고 있다 한들 그 근거가 의심스럽다. 문해력은 역량이며 역량이 곧 가치를 뜻하진 않는다. 가령, 나와 같은 시민을 차별하지 않는 단순한 상식을 내면화하는 데 높은 문서 해독력이 필요할까.




무엇보다, 저렇듯 사회수준 미달의 원인을 근거도 없이 국민 개개인 자질에서 찾는 건 전형적인 국개론이다. 한국은 세대 간 문해력 격차도 크지만 성별 간 문해력 격차도 가장 큰 조사 대상국 중 하나다.(전자보다 후자의 격차가 훨씬 작긴 하지만.) 즉, 사회 평등의 걸림돌 하나가 남성이 아닌 여성의 문해력이 되는 도착적 결론에 닿는다.
즉, 업데이트된 통계 현황을 모르고 무작정 인상비평부터 뿌리니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인데, 이러한 논리는 피상적 인식을 근거로 현실을 마음대로 재단한 논평이기에 거의 모든 방향에서 반박당할 수 있을 정도로 구멍이 뚫려 있다. 가령, 문해력 증진 없이 역사적 진보를 이룰 수 없다면 세계적으로 평균 문해력이 지금보다 틀림없이 낮았을 시대들에선 어떻게 역사적 진보가 이루어졌는지, 지금은 왜 반동의 징후가 속출하는지 자문해보는 게 순서 아니겠는가. 더 간단히 반문하면, 사람들은 논적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인가, 이해하기 싫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인가.

어쩌면, 상대의 윤리적 저열함을 지적 열등함으로 환원하고 싶은 자아도취와 경멸의 욕망이 저런 인상비평의 배후에 있을 것이다.

참고로 PIAAC 보고서는 여기서 열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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