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진짜사나이> 배경음악에 친일군가가 사용된 까닭은?

  • 입력 2015.11.30 10:13
  • 기자명 아이엠피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 – 진짜사나이> 오프닝곡으로 일본 군함행진곡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11월 29일 <진짜사나이>는 해병대 출신 연예인 임채무 씨가 나와 해병대에 입소한 연예인들의 훈련 내용을 소개했는데 이 배경음악으로 일본 군함행진곡이 나온 겁니다. 이 곡은 일본의 대표적인 군가이자 군국주의를 상징하며 지금도 일본 극우단체의 집회 음악에 사용되고 있는 음악입니다.
1897년 작곡될 당시 곡 제목은 작사가 토리야마의 가사 제목을 따라 '이 성(此の城)'이라고 불렀지만, 1900년 초연 당시 군함행진곡으로 바뀌었습니다. 일제강점기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게 바로 이 곡입니다. 일제가 전시동원 행사를 하거나 징용, 강제위안부, 학도병 강제 징병 때마다 연주됐던 곡이기 때문입니다.
<진짜 사나이> 제작진은 방송 직후 일본 군가가 배경 음악으로 사용됐다는 지적에 따라 사과문을 올리고, 다시보기 서비스 등을 중지시켰습니다. 빠른 대응이기는 하나,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이 노래가 일본 군함행진곡 내지는 일본군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왜 사전에 막지 못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특히 해군 10대 군가 중의 하나인 해군 군함행진곡도 있었는데 굳이 왜 이 곡을 놔두고 일제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노래를 사용했는지도 의문입니다.




이번 <진짜 사나이> 곡 선정 논란과 같은 일화는 부단히도 꾸준히 있어 왔습니다. 지난 2005년 국가보훈처는 호국보훈의 달 기념 '리메이크 군가'(리멤버유)라는 앨범을 제작했는데 당시 이 앨범에는 1953년부터 불렸던 작자 미상의 '혈청지원가'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 곡은 1943년 '혈서지원'이라는 앨범에 수록된 곡을 개사한 군가였습니다. 조명암이 작사하고, 박시춘이 작곡한 '혈서지원'은 남인수 박향림, 백년설이 불렀습니다. 원곡의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혈서지원 작사: 조명암, 작곡: 박시춘
1. 무명지 깨물어서 붉은 피를 흘려서
일장기(日章旗) 그려 놓고 성수만세(聖壽萬歲) 부르고
한 글자 쓰는 사연 두 글자 쓰는 사연
나라님의 병정 되기 소원입니다
2. 해군의 지원병을 뽑는다는 이 소식
손꼽아 기다리던 이 소식은 꿈인가
감격에 못 이기어 손끝을 깨물어서
나라님의 병정 되기 지원합니다
3. 나라님 허락하신 그 은혜를 잊으리

반도에 태어남을 자랑하여 울면서
바다로 가는 마음 물결에 뛰는 마음
나라님의 병정 되기 소원입니다
4. 반도의 핏줄거리 빛나거라 한 핏줄
한 나라 지붕 아래 은혜 깊이 자란 몸
이 때를 놓칠쏜가 목숨을 아낄쏜가
나라님의 병정 되기 소원입니다
5. 대동아(大東亞) 공영권(共榮圈)을 건설하는 새 아침
구름을 헤치고서 솟아 오는 저 햇발
기쁘고 반가워라 두 손을 합장하고
나라님의 병정 되기 소원입니다


가사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혈서지원가'는 전형적인 친일 노래입니다. 일본군 지원병이 되고 싶어 손가락을 깨물어 피로 일장기를 그려 놓고 만세를 부른다는 내용으로 시작됩니다. 반도에 태어나 천황의 군인이 되는 것이 소원이라는 이 노래는 일제강점기 막판 전쟁에 젊은이를 끌고 가기 위한 홍보 수단으로 사용됐습니다.




'혈서지원가'와 '혈청지원가'는 '일장기가 태극기'로, '성수만세가 천세만세'로 '나라님의 병정'이 '대한민국의 국군'으로만 바뀌고 나머지는 똑같았습니다. 국가보훈처는 이 노래가 한국전쟁 당시부터 널리 애창됐고 나라를 지키자는 의지를 담은 곡이라 선곡했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뒤늦게야 친일시비 논란이 일어 부적절하다고 판단, 삭제됐습니다.
이 모든 게 친일의 잔재가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 있다는 방증일 겁니다. <진짜사나이> 제작진이나 과거 국가보훈처가 일부러 친일군가를 사용했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그냥 무지했기 때문입니다. 그 조직에 역사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혹시라도 우리 아이들이 친일군가를 독립군가로 알고 배울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요? 역사를 제대로 기록하고, 보존하고, 친일파를 청산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