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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간 임금 격차, 생각보다 크지 않다

  • 입력 2015.11.27 10:08
  • 기자명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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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을 1년 앞둔 시점에 모든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언급하고 있는 이슈가 있습니다. 남녀 간 임금 격차입니다. 가장 흔히 인용되는 통계는 남성이 1달러를 벌 때, 여성은 77센트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성차별로 인해 여성이 23센트를 덜 받는다는 것이죠. 수치는 분명한 팩트지만, 이를 해석하는 관점은 조금씩 다릅니다.
흔히 말하는 임금 격차 가운데는 근무 시간의 차이나 남녀가 선호하는 직업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격차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직업을 가진 남녀 사이에도 임금 격차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문제는 “남녀가 같은 일을 하는데도 받는 임금이 다르다.”고 말할 때 여기서의 ‘같은 일’을 정의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연구가 미국 인구조사국이나 노동통계국의 자료를 인용하는데, 이들 자료에는 특정 직업에 대한 상세한 수치들이 빠져 있습니다. 의사들 사이에서도 전공이나 진료 과목에 따라 수입이 크게 갈리는데, 모든 의사가 하나의 직업으로 묶여있는 식이죠.



왼쪽: 1980~2012년 사이 남성의 소득 대비 여성의 소득 기준 (연간 중위 소득)
오른쪽: 각 분야별 여성의 남성 임금 대비 소득



월급 비교 사이트 페이스케일(PayScale)의 최신 보고서는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경력, 교육, 기업의 규모, 그리고 직책(job title)까지 변인으로 통제한 상태에서 성별 간 임금 격차를 파악했습니다. 그랬더니 수치들이 좀 달라졌습니다. 여자 의사는 남자 의사에 비해 29.2%를 덜 번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변인들을 통제했더니 수치는 4.6%로 줄었습니다. 많은 남성 의사들이 돈이 되는 외과 부문에 종사하는 반면, 여성 의사들은 주로 소아과로 가는 것이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변호사 직종에서도 마찬가지로 변인 통제 후 임금 격차가 줄어들었는데, 비영리 부문에서 일하는 비율이 여성 변호사들 사이에서 훨씬 높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남녀 간 임금 격차가 생각보다 크지 않으니, 남녀가 평등한 사회가 되어가는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버드대학 경제학자 클라우디아 골딘의 작년 논문을 보면, 성별 간 임금 격차는 법조계와 재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학 졸업 후 갓 업계로 진입할 때는 남녀가 똑같은 임금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해가 갈수록 격차가 벌어졌죠.

문제는 이들 업계에서의 성공이 전적으로 일터에서 보내는 시간에 달려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반면에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것에 대한 페널티가 거의 없는 약사의 경우, 성별 간 임금 격차는 거의 없었습니다. 클라우디아 골딘이 공동 저술한 또 다른 논문에 따르면, 18개월간 자리를 비우는 경우 변호사와 박사들은 수입이 29%, MBA 출신들은 41%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시 말해, 성별 간 임금 격차는 사실상 아이를 낳고 기르느라 휴직을 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페이스케일의 보고서는 성별 간 임금 격차를 더욱 정확하고 상세하게 파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보고서를 보고 남녀 간 임금 격차가 사실은 생각보다 작았다며 문제를 축소시켜서는 안 됩니다. 누가 왜 어떤 일을 하게 되고, 하지 못하게 되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원문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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