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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생산량이 급감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 입력 2015.11.25 11:34
  • 기자명 누블롱 라베리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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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커피 산업 종사자들은 이러한 생산량 감소의 원인인 기후변화에 대응할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사진=김양균



한국에서 커피 재배가 가능할까?
대답은 ‘아니오’다. 현재까지는. 한국은 커피를 작황하기엔 기후가 부적합하다. 물론 소수의 농가에서 비닐하우스 재배가 이뤄지고 있긴 하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실험’의 개념인지라 생산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한국에서 커피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결과물을 얻으려면 우선 획기적인 재배 방법부터 개발돼야 한다.
브라질 최대 커피 농장인 몬테 알레그레 관계자는 한국의 커피 재배에 대해 조소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한국은 커피 재배에 적합하지 않다. 겨울에 재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커피를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면 나무를 촘촘히 심게 되는데, 이는 병충해에 취약하다. 커피는 예민한 식물이다.”


이 관계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커피 재배가 까다롭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아라비카의 경우 적정 환경 조건이 충족이 돼야만 자란다. 1,400~2,000mm의 강수량과 여과된 빛 등 에티오피아의 기후가 완벽히 재현돼야만 시장성 있는 생두를 얻을 수 있단 얘기다. 즉, 최상의 커피 재배를 위한 기본적인 조건은 ‘적정 기후’다. 그리고 과학·농업·육종 등을 완벽하게 통제해도 기후만은 통제의 영역이 아니다.
그러나 어쩌면 비닐하우스야말로 생두를 얻을 수 있는 획기적인 재배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급격한 기후변화가 매년 커피 생산량을 감소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커피 산업 종사자들은 이러한 생산량 감소의 원인인 기후변화에 대응할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미국의 젊은 식물학자이자 월드커피리서치(WCR)의 멤버이기도 한 엠마 세이지 역시 사태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있었다.
전 세계에 걸쳐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대기 중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테인, 아산화질소, 과불화탄소, 수소화불화탄소, 육불화황 등)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지구온난화를 야기했고, 곧 작물 재배에 적대적인 기후라는 예상치 못한 문제를 야기했다.


대기 중 온실가스 증가 → 기온 상승 → 지구온난화 → 병충해 증가 및 예측 불가능한 기후 환경 → 생산량 감소


이 불행한 시나리오는 비단 커피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현재의 커피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품종 개량 등이 제안되고 있지만, 기후 변화라는 전 지구적 재앙에 맞서기에는 무리가 있다.
국제사회는 유엔기후변화협약과 교토의정서 등을 마련,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고 있지만, 정치·경제적 상황과 맞물려 큰 실효를 거두고 있진 못하다. ‘지속가능한 커피 생산’은 이 특이한 농작물이 창출하는 막대한 부와 맞물려 있다. 이는 현재의 커피 맛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문제와도 직결된다. 기후 변화를 극복할 만한 뚜렷한 대안은 현재까지 없다. 11월 12일 월드커피리더스포럼에서 엠마 세이지는 이 사태의 심각성을 거듭 알렸지만, 한국의 커피 업계에서 이 문제에 대한 공감대는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엠마 세이지는 식물학자로 기후변화에 따른 커피 생산량 감소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사진=김양균 기자





기후 변화는 커피 맛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맛있는 커피는 복잡한 과정의 산물이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50년 후 지구의 평균 온도는 약 3도 상승하게 된다. 기온이 상승한다는 건 커피 식물이 빨리 자라게 된다는 뜻이다. 커피 열매가 빨리 익으면 씨앗의 밀도는 낮아진다. 30도가 넘으면 잎과 꽃이 시들고, 열매에도 영향을 끼친다. 여름이 길어지거나 강수량에 변화가 오면 잎나방벌레 등의 병충해가 들끓게 된다. 50~100년 후 현재와 같은 커피 재배는 불가능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유전적 다양성은 환경에의 적응과 직결된다. 그리고 적응은 생물 생존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커피 식물은 적응에 취약하다. 엠마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에 한창이다. 그녀는 자신과 WCR의 품종 개량 연구가 전통적인 육종 방법의 연장선상이라고 말했다. 기자는 그녀에게 이른바 ‘몬산토 옥수수’와 같은 GMO 커피(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유전자 조작 생물)가 등장할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그녀는 여러 이유를 들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GMO 커피... 충분히 가능은 하다. 다만, 수요는 없을 것이다. 유럽은 GMO를 반대(유럽인의 연간 커피 소비량은 세계 1위다)하고 있고, 과연 소비자들이 GMO 커피를 마실까? 또 기업이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심리와 각종 규제를 감수하고 GMO 커피를 만들까?”


그러나 그녀 스스로도 전통적 육종 방식으로는 적응력이 강하고 우수한 품질의 커피를 만들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과학적 육종 방식을 통한 품종 개량, 즉 유전자 차원의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어느 정도는 인정하는 눈치였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기후 변화는 커피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품질저하? 현재까지 이를 과학적으로 규명한 연구 결과는 없다. 다만, 커피 생산량은 이미 줄고 있다. 재배에 필요한 적절한 기후, 그러나 이 ‘적절함’을 통제할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




이 상황에서 커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어떤 전략을 세워두고 있을까. 엠마가 놓친 부분이 있다. ‘돈’의 힘이다. 커피는 곧 돈과 직결된다. 다국적 기업들은 이 까맣고 묘한 맛을 내는 음료를 어떻게 하면 더 팔 수 있을지 궁리한다. 그리고 그 방법 중 하나는 GMO 커피가 될 수도 있다. 이미 GMO로 만든 식음료가 그 정체를 숨기고 우리의 식탁 한 가운데에 올라가 있다. 규제를 피하거나 소비자를 속이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커피 생산이 점점 줄어들게 되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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