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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논란에 아이유가 없다

  • 입력 2015.11.19 14:31
  • 기자명 안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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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이후 대중예술이라고 하는 것은 하나의 상품이었다. 이전까지도 상품이었고 앞으로도 상품일 것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예전에는 대중예술이 제조업 같은 것으로 인식되었던 반면, 이제는 비교적 비평과 해석이 가능한예술'로서의 위치를 어느 정도 점했다는 것이다. 영화는 등장 초기에현실을 왜곡한 가짜" 취급을 받았고, 팝 음악은 말초적 자극이나 일으키는 저질 음악 취급을 받았다.


레드벨벳 무한복제된 아이린


1950
년대를 지나서, 여전히 대중예술은 공장식으로 생산되고 있지만 한편, ‘이것으로 무언가를 해 보고 싶었던' 대중예술가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대중예술은 한껏 그 위상이 격상된 것도 사실이다. 특히 팝음악은 보다 크고, 보다 웅장하고, 보다 진일보한 장비들로 자신 나름대로의 무언가를 담으려 한 음악가들 덕분에 엄청나게 발전했다. 비틀즈가 그러했고, 마이클 잭슨이 그러했고, 국내에는 GD를 비롯한 많은 아티스트들이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려 노력하고 있다. 메인스트림 외에도 수많은 독립음악가들이 여전히 작은 공연장에서 관객들과 함께 하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한 아티스트가 있다
. 이 아티스트는 과거 아이돌로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다 자신이 직접 프로듀싱을 한 앨범을 들고 등장했다. 그런데 이 앨범의 몇몇 문화적 코드가 논란이 되었다. 인터넷 일각에서는 여전히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한쪽에서는 그녀를 두고소아성애자의 욕망에 복무하는 선동가" 취급을 하고 다른 쪽에서는비뚤어진 시각을 가진 자들의 제단에 올려진 희생자취급을 한다. 그렇다. 바로 아이유 이야기다.
다른 예술보다도 대중예술은 아티스트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창작자의 의도가 어떠하냐 따라서 곡의 해석이 정 반대로 달라지는 경우가 숱하게 많다. 검열이 강력했던 과거엔 이러한 모든 의도가 은유로 뒤덮여 있었기 때문에 창작자의 의도를 알아내는데 어느 정도 공이 들었지만, 비교적 검열이 약해진 요즘 시대에는 이런 식의 이중 삼중의 잠금 장치가 없는 경우도 많기에 대부분 해석에 별 힘이 들지 않는 경우가 많다(다만, 일부 나치 펑크밴드들은 여전히 복잡한 은유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를 비난하는 쪽에서는 커버의 그림을 두고제제를 핀업걸로 만들었고, 이는 소아성애 코드다"라고 주장하거나, 뮤직비디오의 젖병과 인형을 두고 소아성애적 이미지를 생산함으로서 어린이를 성적 대상화 시키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는 갖가지 소아성애자(이자 어린이 성추행범)들의 사례와 뒤섞이면서 아이유에게 성추행 방조자에 가까운 이미지를 덧씌운다.


아이유의 이번 앨범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 그녀와 소아성애자들의 사례, 어린이의 성적 대상화의 사례를 병치시키면서 그녀가 하고자 한 이야기는 어디론가 슬그머니 소외시킨다. 그리고 앨범에서 한 두 가지 요소들을 끄집어내어 확대시킨다. 그리고는 그것을 대중에게 전시하면서이것 보시라. 이게 이렇게 위험하다며 비난한다. 이것은 전형적인 검열관의 방식이다. 나는 이들에게 어떠한 작품을 검열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들은 분명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다. 그리고 한국의 수많은 아동 성추행 사례나 어린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와 그로 인한 범죄 사례를 볼 때, 소아성애에 관한 위험성은 수백 번을 환기해도 모자라다. 그리고 많은 미디어에서 젊은 여성의 성 상품화를 너무 쉽게 다루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는 하루에 수십 번도예쁜 얼굴로 아양 떠는, 대량생산 된 걸그룹'을 각종 미디어에서 목격하고 있지 않은가. 이는 분명히 비판이 가해져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과연 한 뮤지션이 스스로 프로듀싱한 앨범 전체를 두고도 그런 해석이 가당키나 한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이 작품은 선명한 주체가 있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기획사의 손길로만 양육된 음반도 아니고, 과거처럼 남성의 욕망에 봉사하려는 의도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아이유의 노래는 끊임없이 이쪽도 저쪽도 아니라며맞혀봐"라고 묻는다. 해석의 주도권을 청자로부터 빼앗고 있는 것이다.
아이유를 비판하는 쪽은 여전히아무 권한이 없이 꼭두각시 노릇 하는그녀를 전제로 했다. 사실 이것은 그들이 한편으로 비판해 오는, 여성을 성 상품화하는 주된 고객이자 요청자인삼촌 팬"들의 시각과도 겹친다. 삼촌 팬들은 절대로 아이돌이 자기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자신들의 아이돌은 쇼윈도 안의 인형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렇기에 이들은 여성의 상품화를 알아차리지도 못한다. 그 기저에는나는 사람을 소비한다"는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유의 앨범을 비난하는 쪽 또한 여전히 아이유를아이돌이라는 이름의 상품이자 애송이"로만 전제하고 있다. 이러니 논의의 진전이 있을 수가 없다.
또 한쪽에서는 아이유를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한 아티스트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도 아이유의창작자로서의 주체"에는 별 관심이 없기 마련이다. 이들의 관심사는 창작자의 자유가 침해 당했는가의 여부다. 사실 창작이라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완전무결한 자유를 보장받을 수 없으며, 간혹 인간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하는 경우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그것으로 이 사건의 모든 해결책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오히려 이는 수많은 안티테제로 전복될 수 있다.


양 측 어느 쪽도 아이유의 주체에 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 처음으로 만든 셀프 프로듀싱 음반이라는 것은 (모 음악평론가가 아주 좋아하는) 자신의 이야기, 자신의 창작물을 담은 출발선과도 같은 것이다. 특히나 그 아티스트가 과거 아이돌로서의 기능만 수행했다면 더더욱 그렇다. 이 음반은 아이돌 출신의 뮤지션이 만들어낸 첫 작품 치고는 굉장히 완성도도 높고 안정되어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를 하나의 작품으로, 주체적인 아티스트가 창작한 결과물로 보려 하지 않는 모양이다. 오히려 그녀의 주체를 지우고 현미경을 들이대는 통에 특정 부분만 확대되었고, 그 위에 소아성애라는 부적을 붙이는 바람에 원 텍스트의 이야기는 어디 갔는지 찾을 수도 없다. 그녀가 치르는 유명세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이 앨범은 너무 아깝다. 앞으로는 보다 더 심도 있는 비평이 그녀의 작품에 가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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