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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대포에 쓰러진 아버지에게 딸이 보내는 편지

  • 입력 2015.11.18 14:58
  • 수정 2015.11.19 14:44
  • 기자명 직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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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물대포에 머리를 맞고 한 노인이 쓰러졌다. 분명 이나라의 경찰 누군가가 잡고 있을 저 물줄기는 이미 혼절하여 미동도 없는 노인을 집요하게 공격한다. 못된 아이가 개미를 밟아 죽이듯.

도무지 믿기지 않는 영상을 몇번이고 되돌려 봤다. 저건 그냥 물줄기가 아니다. 반드시 너를 죽이고야 말겠다는 살기다. 철천지 원수도 아닌 생면부지 노인에게 그런 살기를 뿜을 수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국정교과서가 어쩌고의 문제가 아니다. 경찰이 시민에게, 아니 사람이 사람에게 그럴 수는 없는 거다.

아직 그 영상을 차마 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 이역만리 네덜란드에 살고 있는 그의 딸 백민주화씨는 사경을 헤매고 있는 아버지에게 이렇게 묻는다.

근데 아빠.. 왜 저렇게 다쳐서 차갑게 누워있어? 시민이자 농민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한건데 왜 저렇게 차가운 바닥에 피까지 흘리며 누워있어? 뭘 잘못 한건지 난 하나도 모르겠는데 누가 그랬어?

누가 그녀의 물음에 답을 해줄 수 있을까..


사진: 백민주화씨 페이스북

하루빨리 백남기씨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길 기원하면서 딸이 이국 땅에서 페이스북으로 보낸 편지 전문을 소개합니다.


- 백민주화 씨가 16일 아버지에게 쓴 페이스북 편지 -

나는 삼십 년간 진행중인 아빠 딸이니 내가 잘 알아.

아빠는 세상의 영웅이고픈 사람이 아니야. 마땅히 해야할 일을 한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지.

근데 아빠..왜 저렇게 다쳐서 차갑게 누워있어? 시민이자 농민으로서 해야할 일을 한건데 왜 저렇게 차가운 바닥에 피까지 흘리며 누워있어? 뭘 잘못 한건지 난 하나도 모르겠는데 누가 그랬어?

수많은 사진들 다 뚫고 들어가서 안아주고 싶고 피도 내 손으로 닦아주고싶어 미치겠어...

핸드폰 액정속에 있는 아빠 얼굴 비비며 훌쩍이며 한국 가는 날만 기다리고 있는데 하루가 십년같아. 기도 소리 들려? 절대 놓으면 안돼. 정말 많은 분들이 기도해 주고 있어.

아빠 이제 진짜 영웅이 될 때야. 지오랑 장구치며 춤추고 잡기놀이 하던 우리 가족의 영웅. 눈 번쩍 떠서 다시 제자리로 꼭 돌아와줘. 꼭.

사랑하고 많이 보고싶어.

ㅡ막내딸 지오애미

‪#‎Prayforkorea‬

‪#‎Prayfor아버지백남기‬ ‪#‎prayfor농민백남기


- 백민주화 씨가
18일 아버지에게 쓴 페이스북 편지 -

마지막 편지.

아빠. 이제 이틀 남았어.

아빠가 건강할 땐 맨날 보고싶진 않았거든? 근데 지금은 한 시간에 한번 씩 보고싶다. 원래 막내 딸들이 이렇게 못났지. 에휴.

오늘은 좀 덜 울었어. 아빠 똑 닮아서 넙대대 하자나. 거기에 떠블호빵마냥 부었었거든? 아빠가 나 못 알아 볼까봐 오늘은 참았지 좀.

그거 기억나? 애기 때부터 우리한테 이유없이 징징 대지말라구 호랑이 눈 뜨고 어허!! 했었잖아ㅎ

그래 놓구선 막내 딸 다 크니 전화하면 아빠가 먼저 훌쩍거려서 언니가 우리 둘이 똑같이 울보라고 놀리잖아 지금도.ㅋ

얼른 일어나서 내가 며칠 간 쏟은 눈물 물어내 아빠.그렇게 누워만 있으면 반칙이지 반칙.

지오한테 할아버지 일어나세요! 이거 열번 연습시켰는데 완전 잘해. 아빠 손자라 똑 부러져 아주 그냥. 지오가 할아버지랑 장구치고 춤 출거라는데 안 일어날 수 없을걸. 세상 전부를 줘도 안 바꿀 딸이라고 이십 년 넘게 말하더니 그말 이제 손자한테 밖에 안하잖아!!!!ㅎ

도착 하자마자 달려갈게. 거칠지만 따뜻한 손 하나는 딸이 하나는 손자가 꼬옥 잡아줄게.

춥고 많이 아팠지? 아빠 심장에 기대서 무섭고 차가운 기계들 말고 우리 체온 전달해 줄게.

오늘도 하루도 평온하길...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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