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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EOUL.U'를 당장 고치라는 이들에게

  • 입력 2015.11.05 11:27
  • 기자명 버락킴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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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롭게 태어난 서울브랜드 'I.SEOUL.U'에는 다양한 뜻이 담겨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에서 자칫 잃어버리기 쉬운 열정과 여유, 그래서 내 옆엔 열정이, 당신 옆엔 여유가 함께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습니다. 그래서 나(I)와 너(U) 가운데 서울이 함께 합니다. 나와 너 사이를 채우는 모든 것, 그 모든 것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도시. 서울입니다.


지난 10월 28일, 서울시는 '하이서울(Hi Seoul)'의 대체 브랜드로 'I.SEOUL.U'를 확정했다. 새로운 서울 브랜드를 놓고 벌어진 논란은 활화산처럼 뜨겁게 피어올랐다. 찬반 의견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무래도 질타 세례가 쏟아지고 있다는 표현이 좀더 정확할 것이다.
질타 세례의 선두주자는 'I.SEOUL.U'가 콩글리시라는 비판이다. 한 언론은 외국인에게 'I.SEOUL.U'을 보여주고, 이 문장이 무슨 뜻인지 물어보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 외국인의 대답은 "아이 서울 유? 발음만으로 'I saw you(너를 보았다)'로 들린다."는 것이었는데, 'I.SEOUL.U'에 대한 비판적 기사에 즐겨 인용되는 주메뉴가 되기도 했다.
‘아이유(IU)에 점령당한 서울을 가리키는 게 아니냐’로 시작된 다양한 해석(?)과 패러디가 인터넷과 SNS에 넘쳐나고 있다. '아이서울유(나는 너의 월세를 올릴 거야)', '아이강남드(나 길 막혀서 꼼짝 못해)', '아이코리아유(나는 네게 노오오력을 강요하겠어)' 등이 바로 그것이다. 김민기 서울브랜드추진위원장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다양한 각도해서 해석되길 기대했지만 한쪽 면만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좋으면서도, 아프다."고 말했다.




사면초가. 'I.SEOUL.U' 논란에 있어서 서울시는 기댈 곳이 없는 처지에 내몰렸다. ‘박원순 저격수’라 불리는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꿈보다 해몽이 좋다는 속담처럼 서울시의 숱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의미가 직접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 서울시 행정력과 예산낭비의 대표적 사례"라고 꼬집었고, <채널A>는 ‘'I. SEOUL. U'..박원순 브랜드 만들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I.SEOUL.U' 논란이 박원순 죽이기로 진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식구라고 할 수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손혜원 홍보위원장도 "저는 이 프로젝트의 1차 심사에 참여했다. 만일 제가 마지막 심사에 참여했다면 목숨을 걸고 이 안이 채택되는 것에 반대했을 것"이라며 혹평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는 'I.SEOUL.U라고? 자존심 고집 말고, 즉시 고쳐라'는 무지막지한 기사를 써내기도 했다.
서울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박원순 시장은 더욱 그럴 것이다. 그렇다고 <오마이뉴스> 조화유 기자의 주장처럼 이 논란이 단순히 자존심의 문제일까? 이 결정을 부침개 뒤집듯이 손쉽게 고칠 수 있는 것일까? 일각에서 불고 있는 박원순 죽이기만큼이나 한심스러운 것은 민주적 절차에 의해 탄생한 브랜드를 즉시 고치라고 고집피우는 소위 진보 매체들이다.




1년 6개월. 준비 기간은 결코 짧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진행된 것이 아니다. 시민의 참여를 강조하는 박원순 시장의 철학에 맞게 무려 1만 6,147여 건의 응모가 있었다. 유례 없는 참여 열풍이었다. 무려 13만 명의 서울시민들이 온라인 및 오프라인 투표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고, 그 결과 3개 후보 'I.SEOUL.U', 'Seouling', 'SEOULMATE'로 압축됐다.
사전투표에서는 'SEOULMATE'가 'I.SEOUL.U'를 3.3%p 앞섰지만, 브랜드 선정을 하는 당일 현장의 프리젠테이션은 결과를 뒤집었다. 시민심사단의 59.8%가 'I.SEOUL.U'에 투표했고, 의견이 분분했던 전문가 심사단도 9명 전원이 ‘I.SEOUL.U’에 투표했다. 이처럼 'I.SEOUL.U'는 민주적 절차에 의해 결정된 브랜드이다. 이를 두고 '자존심 고집말고, 즉시 고쳐라'고 어깃장을 놓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일까?
물론 다수결이 최선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은 동의하지만, 여기에는 교과서 국정화와 같은 정치적 흑심이나 권력자의 압박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박원순 서울시장은 'Seouling'을 선호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투표 결과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시민 참여와 민주적 절차에 의해 진행된 결과를 뒤집자는 건 그야말로 반민주적 발상 아닌가?
지금은 도시 브랜드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I♥NY'의 경우에도 '너무 평범하다'는 비판 여론에 직면했었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I Amsterdam'과 독일 베를린의 'Be Berlin'도 반대 의견이 70%~80%에 달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언가를 바꾸려고 할 때, 적응하기까지의 시간 동안 낯섦과 그에 따른 반감은 당연한 반응이고, 전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나와 그대 사이에 서울이 있음을 의미하고자 점을 찍었고, 그 점은 또 끝이 있어야 시작이 있음을 나타낸다."
원작자 이하린(가톨릭대 철학과 4년)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이른바 'I.SEOUL.U 놀이'도 계속될 것이다. 이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것인가? 브랜드는 한 눈에 이해가 되어야 한다는 기존의 상식을 'I.SEOUL.U'는 깨고 있다. 고정된 하나의 서울이 아니라 자유분방한 ‘무한의 서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이라는 공간에 대해 자신만의 해석을 집어넣을 수 있는 여백이 반갑지 않은가?
예기치 않은 뜨거운 논란이 바람직하다고 할 순 없지만, 기대했던 것 이상의 홍보 효과를 가져왔다. 이제 남은 것은 서울시의 후속 작업이다. 다양한 해석, 시민 참여, 개방형 시스템을 추구하는 3세대 형 도시 브랜드 'I.SEOUL.U'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고민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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