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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위협하는 만취 버스, 막을 길 없을까?

  • 입력 2015.10.27 14:12
  • 수정 2015.10.28 10:08
  • 기자명 버락킴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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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학교 통학버스 운전기사가 혈중 알코올 농도 0.155% 상태로 버스를 몰았다. "버스기사에게서 술냄새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기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는 A씨를 음주운전으로 적발했다. A씨가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한 거리는 무려 120km에 이른다. 다행히 사고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만취 상태로 학생들을 태우고 운전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아찔하다.
음주운전의 위험성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할 것이라 생각한다.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는 것은 자신의 생명을 위험하게 만들 뿐이지만, 음주운전은 자신의 목숨만 위험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로 위의 무고한 수많은 운전자(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을 수 있다. 그래서 음주운전자를 두고 살아있는 흉기와 같다고 표현하는 것 아니겠는가? 하물며 운전을 업()으로 하고 있는 운전사는 어떠하겠는가?


A
씨는 "점심식사 때 반주로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가당키나 한 이야기일까? 먹고 사는 것조차 힘겨운 요즘 같은 시대에 직업에 소명의식(召命意識)을 느껴야 한다는 고루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운전을 하는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책임지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음주운전을 하는 않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운전기사에 대해 승객들이 갖는 신뢰에 대한 아주 최소한의 예의이다.

문제는 이런 놀라운 일이 생각보다 흔하다는 것이다. 관련기사를 검색해보면, 현장체험학습을 떠나는 초··고 학생을 태운 버스 운전기사들이 음주단속에 적발되는 경우가 꽤나 많다. 아침 일찍 운전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늦은 시각까지 술을 마시는 운전기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가 오늘 체험학습을 다녀왔는데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불안하고 걱정스럽다"고 불안해하는 부모들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교통안전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 2011년부터 2015 6월까지 택시 운전사 1,822명과 버스 운전사 383명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고 한다. 한 달에 평균 40명 정도가 단속되는 것이다. 운이 좋아(?) 단속이 되지 않는 경우까지 합하면, 실제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는 운전자의 수는 훨씬 많을 것이다. 이쯤 되면 '운전을 하는 사람이 설마 술을 마셨겠어?'라는 막연한 신뢰가 허탈할 지경이다.
문제는 해결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버스나 택시를 탈 때마다 승객이 일일이 음주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결국 '자구책'을 강화하는 것 말고는 뚜렷한 해법이 없다. 현재 버스회사들은 주행을 앞둔 직원들을 대상으로 차고지에서 출발하기 전에 '셀프 측정'을 하고 있는데, 계속해서 음주운전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 허점이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
버스 출발 때마다 음주 측정을 하지 않고 아침조회나 출근 시에만 의무적으로 측정하는 회사가 많다"는 한 운수회사 관계자의 말처럼, 회사 내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만큼 형식적이고 의무적인 수준이 아니겠는가? 결국 운전기사가 음주운전으로 적발이 되면, 그 운전기사가 소속된 회사에도 책임을 묻도록 하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회사 측에서도 보다 책임감을 갖고 직원들을 살뜰히 챙기지 않겠는가?
, 현장체험학습의 경우에도 출발 전에 운전 기사의 음주 여부를 필수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주최 측은 운전 기사가 음주상태로 운전을 하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하고, 회사 측은 소속 운전 기사가 음주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이건 서로에게 귀찮거나 불필요한 일이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절차이다. 또는 출발 전에 경찰서나 인근 지구대에 음주감지를 요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개인의 노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일탈'은 언제나 발생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일탈을 방지할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사회의 몫이다. 운전기사의 음주운전과 같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운전기사라면 당연히 책임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모르긴 몰라도 대부분의 운전기사는 그러할 것이다. 문제는 일부의 일탈이다.
음주운전을 한 운전기사를 엄벌에 처하는 것도 중요하고, "술을 먹고 운전을 하다니 미친 거 아냐?"라고 당사자를 비난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시스템을 갖추는 것에 좀더 신경을 써야 한다. 회사 측에서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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