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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주, 박정희도 '빨갱이'라 할 수 있을까?

  • 입력 2015.10.13 15:30
  • 수정 2015.10.13 15:36
  • 기자명 정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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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논쟁의 망령이 대한민국을 배회하고 있다. 불편부당을 금과옥조로 삼아야할 공영방송의 이사장이라는 사람이 그 선봉에 서 있다. 과거 공안검사 출신인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제1야당의 문재인 대표를 ‘공산주의자’라고 공언했다. 처음에는 강연장에서 시작하더니 이제는 국감장에서도 당당히 얘기하고 있다. 이 일로 당사자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으니 검찰의 수사에 이어 조만간 법정에서 옳고 그름이 가려질 것이다.
그는 또 과거 운동권 출신의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을 ‘공산주의자’ 또는 ‘변형된 공산주의자’로 규정했다. 심지어 그는 자신이 수사를 맡았던 소위 ‘부림 사건’을 무죄 판결한 사법부를 두고 좌경화됐다거나 사법부나 검찰 내에 김일성 장학생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일성 장학생’이라니, 법조인 중에 김일성대학 졸업생이라도 있단 말인가? 검사장 출신의 한 인사는 “박근혜 정부의 지지 세력을 결집하는 데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합리적인 보수가 들어도 역겨운 얘기”라고 말한 바 있다.



대한민국은 자유 민주주의국가다. 모든 국민은 자유와 평등을 향유할 권리가 있고, 법에 따르지 않고는 부당한 침해를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우리 헌법에서 ‘사상의 자유’를 언급하고 있는 조항은 없다. 그러나 헌법 제10조(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 제17조(사생활과 비밀의 자유를 침해받지 않을 권리), 제19조(양심의 자유)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셈이다.
‘공산주의자’라는 말은 바꾸어 말하면 ‘빨갱이’란 뜻이다. 대다수의 한국인들에게 ‘빨갱이’라는 말은 ‘친일파’라는 말과 함께 가장 자극적이고 모욕적인 언사로 통한다. 빨갱이라는 딱지가 붙는 순간 그 어떤 해명이나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특정인을 상대로 빨갱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행위는 일종의 ‘인격살인’이다. 공산주의(자)를 극도로 혐오하는 이들에게 빨갱이는 ‘죽여야 할 대상’으로까지 치부되기도 한다.
‘빨갱이’라는 용어의 등장을 학문적으로 연구한 김득중의 <빨갱이의 탄생>에 따르면, “우리사회에서 ‘빨갱이’란 단어는 단지 공산주의 이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한 존재, 도덕적으로 파탄 난 비인간적 존재, 국민과 민족을 배신한 존재를 천하게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따라서 공산주의자는 ‘어떤 비난을 받더라도 감수해야만 하는 존재, 죽음을 당하더라도 마땅한 존재, 누구라도 죽일 수 있는 존재이지만 항변하지 못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표는 물론이요, 현직 판사나 검사 가운데 상당수가 과연 이런 존재들이란 말인가?



그런데 그는 ‘진짜 빨갱이’ 격인 박정희-박근혜 부녀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남로당 가입 혐의로 군사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또 박근혜 대통령은 2002년 국회의원 시절 개인자격으로 방북해 ‘빨갱이 수괴’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단독회담을 가졌다. 북경에서 평양까지 김정일이 내준 전용기를 타고 갔으며, 김정일을 만나고 와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한겨레>는 그를 두고 ‘변형된 출세주의자’라고 했는데 기회주의자요, 비겁자라고 부르는 게 더 옳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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