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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트럭으로 일자리 6천 개 만든다던 정부

  • 입력 2015.09.22 13:48
  • 수정 2015.09.22 15:11
  • 기자명 버락킴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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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여, 푸드트럭으로 창업을 시작하라!

창조경제는 박근혜 정부의 국시(國是)였고, 규제 완화는 일종의 좌우명과 같았다. 그리고 그 두 가지 가치(?)가 모두 담긴 상징적인 프로젝트는 바로 '푸드트럭'이었다. 정부는 트럭 개조 수요가 2,000여 대에 달하고, 푸드 트럭으로 일자리 6,000개를 창출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 과정을 비아냥대고 싶은 마음은 없다. 어쨌든 하나의 정책을 내기 위해 머리를 모으지 않았겠는가? 문제는 그 방향이 제대로 되었는지의 여부이고, 결과의 책임은 정부의 몫이다. 이 정책은 분명히 실패했다. 그런데 정책 입안 당시부터 지금까지, 특정 보수 언론들은 '움직이는 노점상, 푸드트럭이 대한민국을 누빈다'는 등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칭찬을 늘어놓고 있다. 그래서 푸드트럭의 시작과 현실을 짚어보려고 한다.

경제에 대도약을 위한 발판을 만들어야 하고, 이것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앞으로 규제개혁에 대해 저항하거나 미온적 태도를 갖게 된다면 반드시 책임을 질수 있다. 물건을 빼앗는 것만 도둑질이 아니라 자기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를 규제에 따라 빼앗는 것도 도둑질이다. 규제개혁 저항 공무원은 반드시 책임져야하고, 앞으로 규제개혁 장관회의는 제가 직접 주재할 것이다.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은 끝장 토론을 열고 규제 개혁, 이른바 '손톱 밑 가시 뽑기'를 강조했다. 당시 그 자리에는 다양한 직종의 종사자들이 참여했는데, 그 가운데 인천에서 9년 간 푸드트럭 개조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두리원 FnF의 배영기 사장은 "푸드트럭 도입 관련 규제를 개선하면 소규모 자본으로 창의적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고 내수시장 확대 등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관련법의 개정을 요구했다.
이 말에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개혁 1호 대상을 푸드트럭으로 설정했다. 이후 푸드 트럭은 현 정부 규제 완화 정책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말이 나온 지 불과 열흘 만에, 트럭 안에 LPG 조리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자동차관리법과 식품위생법이 개정됐고, 그 해 8월에는 유원지·도시공원·하천부지에서의 푸드트럭 영업을 합법화했다.
대통령의 지원사격을 받으며 엄청난 추진력을 얻었던 푸드트럭 사업의 결과는 어떠했을까? 한마디로 대실패였다. 새정치민주연합 남인순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푸드트럭은 총 44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극히 초라한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남 의원은 "푸드트럭 사업은 박근혜 정부의 규제개혁 대상으로 꼽힌 뒤 식약처 소관 식품위생법 규칙 4건을 포함해 총 9건의 시행규칙을 개정해가면서 무리하게 추진되어왔다. 그러다보니 현재 관련 부처는 운영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하면서 공무원들이 부랴부랴 움직이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된 것이다. 이 사업이 가지는 큰 문제점은 무엇보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한국푸드트럭협동조합 관계자는 "합법적으로 푸드트럭을 운영하려면 사전에 지정된 장소에서만 영업을 해야 하고 해당 지역을 이탈하면 불법 노점상이 된다. 합법 지역인 공원이나 하천 인근보다 번화가가 장사가 잘 되지만, 이 곳으로 자리를 옮길 경우 불법 행위가 된다" 장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서 영업을 하고 싶어 한다. 장사가 잘 되는 ‘좋은 목’은 애초부터 푸드트럭에게 허락되지 않은 공간이었다.
이번에는 홍익대 인근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A씨의 푸념을 들어보자. "장사할 데가 없다는 게 문제다. 푸드트럭이면 이동하면서 장사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푸드트럭이 사실상 노점의 새로운 형태로, 등록하려면 차량개조와 등록 과정에서 비용 등 돈만 들어가지 이득이 없어 등록할 이유를 못 느낀다" 움직일 수 있다는 트럭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니, 사실상 기존의 노점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오히려 불법 영업이 늘어가고 있다.
JTBC <뉴스룸>은 불법 푸드트럭이 유동 인구가 많은 여의도 공원 등을 점령했고, 이러한 불법 푸드트럭에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중앙일보>의 이철호 논설실장은 빛 좋은 개살구라는 일침과 함께, 푸드트럭이 실패한 이유는 '장사가 안 되기 때문'이라고 한마디로 정리했다.



정부가 유원시설(놀이공원), 도시공원, 하천, 체육시설 등에서 푸드트럭이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했지만, 그럴 경우 기존에 해당 장소에서 영업하던 편의점이나 식당과의 마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니 번화가에서 푸드트럭 영업을 허가하더라도 기존 상인들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야말로 탁상행정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청년 일자리', '고용 창출'. 늘 그랬듯이, 오늘도 정부는 같은 구호를 외친다. 실현 가능성을 꼼꼼하게 따져보지도 않고 듣기에 좋다 싶으면 허겁지겁 정책을 만들어 밀어붙인다. 주먹구구식으로 고안된 정책들이 어떻게 제 기능을 할 수 있을까? 잠깐의 홍보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남는 것은 그 사탕발림에 혹했던 사람들의 눈물 뿐이다. 푸드트럭도 다르지 않다. 낚싯대처럼 일단 던지고 본 정부의 정책에 걸려든 것은 결국 청년과 서민들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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