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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 걱정스럽다"던 최경환, 측근 취업 청탁 의혹

  • 입력 2015.09.21 18:58
  • 수정 2015.09.21 23:45
  • 기자명 김순종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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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포세대, 5포세대에 이어 7포세대라는 말이 나오더니, 이제는 '헬조선'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헬조선'은 근래에 인터넷에 많이 떠도는 말인데 지옥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헬(Hell)'과 '대한민국'을 의미하는 '조선'을 합쳐 만들어진 단어다. 이 말에는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절망적인 현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을 떨칠 수 없는 청년세대의 절망감이 깃들어 있다.

이 단어가 퍼지며 한 누리꾼이 만든 '헬조선 지옥불반도' 그림도 화제다. 지도에 따르면 출생 이후 우리는 '노예 전초지'를 지나야만 '대기업 성채'로 나아갈 수 있고, '백수의 웅덩이'를 지난 후에야 '공무원 거점'에 들어갈 수 있다. 물론 모두가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의 탐험가들은 '노예 전초지'나 '백수의 웅덩이'에서 오랜 시간 헤메고 있다.
그런데, 이 '헬조선 지옥불반도'에는 그려지지 않은 비밀의 길이 있었다. '노예 전초지'나 '백수의 웅덩이'를 굳이 지나지 않아도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길. 바로 실세의 지원 사격을 받는 길이다. 어떠한 의미에선 마법의 길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실력과는 상관없이 경쟁자들을 제치고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갈 수만 있다면 참으로 매력적인 길이다.


그런데, 극소수에게만 비밀리에 공유되던 이 마법의 길 하나가 세상에 드러났다. 바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자신의 측근들에게 터 준 길이다. 물론 최 부총리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사무실 인턴, 성적 조작으로 공단 입사

감사원이 최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의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4건의 비리가 적발됐다. 이 중 한 건은 최경환 부총리의 지역구 사무실 인턴을 지낸 황 씨와 관련된 사건이다.
최경환 부총리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했던 황 씨는, 지금 중진공의 정규직 사원이 되었다. 그런데 황 씨가 2010년 8월 정규직 사원으로 채용되는 과정에서 이상한 점이 있었다. 45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린 서류전형에서 2299위를 차지했던 황 씨의 성적이 2번이나 조작된 것이다. 그는 1차 조작에서 1200위로 순위가 올랐고, 2차조작에서는 176위로 뛰어올랐다.


애초 중진공은 서류전형에서 170명만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었다. 그런데 서류전형 통과 인원을 174명으로 늘리더니, 서류전형에서 176위를 기록한 황 씨를 합격시켰다. 이 때문에 서류전형에서 8위, 50위, 63위를 차지했던 응시자 3명이 탈락했다. 마법의 길을 걸어 온 황 씨가, 각고의 노력 끝에 서류전형 합격권의 성적을 따낸 이들의 노력을 무위로 돌린 것이다.
또, 채용 과정 중 중진공의 채용 총괄 부서장은 당시 이사장이었던 박철규에게 황 씨에 대해 보고하며 "외부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외부라는 표현은 최경환 부총리를 지칭하는 것이라 짐작되지만 최 총리는 이를 부정한다. 최경환 총리는 심지어 "내가 힘을 썼다면 그것밖에 못 보냈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말마따나, 그의 힘은 더 많은 부정을 저지를 수도 있을 만큼 크다.


최경환 부총리 운전기사도
같은 기업 정규직 채용그런데 알고 보니, 최 총리의 주변인 중 의심스러운 과정을 거쳐 취업한 사람은 황 씨 한 명이 아니었다. 최 부총리가 17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시절(2004 5월~2008년 4월) 운전기사를 지낸 ㄱ 씨 역시 황 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2009년 중진공 대구경북연수원에 무기계약직 사원으로 채용됐다. 그리고 곧 정규직으로 채용되어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중진공 관계자들의 말들을 들어 보면 상황이 조금 다르다. 한 관계자는 “무기계약직 용역사원이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공단 안에 용역직원들이 많지만 그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은 ㄱ 씨를 빼놓고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내부인은 수 년 전 ㄱ 씨가 결혼할 당시 최 부총리가 결혼식에 참석해, 연수원 원장들이 최 부총리를 보려 결혼식에 찾아갈 정도였다고 말했다.
시설관리 분야에 경험도 별로 없는 ㄱ 씨는 어떻게 홀로 정규직 직원이 되었을까?


사실이라면 최 부총리는 물러나야

많은 청년들이 좁은 취업 문을 뚫기 위해 힘든 날들을 견뎌내고 있다. 이 나라에서 청년 실업 문제가 심화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고용 정책의 실패다. 이 정책 실패의 책임은 경제부총리인 최경환 부총리도 피해갈 수 없다. 그런데 책임을 지고 문제를 타개해야 할 공직자가 되려 지인의 채용과정에서 힘을 행사했다면, 최경환 부총리는 공직자로서의 자격이 없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아직 의혹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이 진실로 밝혀진다면 응분의 대가는 치러져야 할 것이다. 혼자의 힘으로 ‘지옥불반도’를 살아내기 위해 애쓰고 있는 수많은 청년들을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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