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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도어 사고 뒤에는 MB가 있었다

  • 입력 2015.09.21 13:50
  • 수정 2016.05.31 14:03
  • 기자명 오주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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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지하철 사고의 배후에 MB의 비리가 있었다는 의혹을 보도한 이 기사가 또 다시 신고에 의해 페이스북 스팸링크로 분류되었습니다. 벌써 다섯번째인데요, 직썰은 이 문제와 관련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페이스북의 신고정책에 대해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결혼을 앞둔 28세의 청년은, 스크린도어를 점검하고 정비하는 일을 했다. 그가 목숨을 잃었다. 도어를 정비하던 중에 진입하는 전동차에 부딪힌 것이다. 자신이 해야 할 소임을 다하다가 근무 중에 참변을 당했다. 이것은 분명 순직이다.



꽃다운 청춘
, 파리 목숨 취급당하다

그런데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오히려 청년의 죽음을 본인 과실에 의한 사망으로 몰아가고 있다
. 서울메트로는 21조 작업 규정 미준수, 승강장 선로 무단출입, 열차 운행종료 후 작업시행 규정 위반 등을 이유로 들며 사고의 책임을 고인에게 돌렸다. 스크린도어 유지보수와 운영을 담당하는 ()유진메트로컴의 주장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면 보상조차 받기 어려워진다.
지난 2013년에도 30대 하청업체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유사한 사고가 일어났었다. 이 때도 서울메트로와 하청업체(은성)는 사고를규정을 위반한 고인의 책임이라 주장했다. 경찰은 은성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두고 혐의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도 무혐의로 결론을 냈다. 유족들이 소송을 냈지만, 은성으로부터 위로금 3천만 원을 받은 게 전부였다.


고인이 안전규정을 지킬 수 없었다는 상황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인력도 부족하고 스크린도어의 잦은 고장으로 업무가 폭주하는 데다 정해진 시간 내에 수리하지 못할 경우 불이익을 당하는 하청업체 직원의 입장에서, ‘21조 작업같은 안전 규정은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그런데 목숨을 걸고 맡은 바 소임을 다하려 했던 청년에게 돌아온 건규정 미준수라는 불명예뿐이었다.


2003
년 서울시장 이명박, 그 때 무슨 일이?

누가 이렇게 만든 걸까
? 이것을 규명하려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취임했던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MB는 취임 직후 현대건설 후배인 강경호 전 한라그룹 부회장을 서울지하철공사 사장에 앉혔다. 그리고 다음 해인 2003, MB는 서울지하철의 운영주체를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로 이원화하고, 후배 강경호를 서울메트로 초대 사장에 임명했다.


강경호 체제가 들어선 직후, 서울메트로에 이상한 움직임이 일어났다. 2003 10, 설립한 지 2주도 안 된 신생법인 유진메트로컴(이하 유진)이 서울메트로에 스크린도어 민자사업을 제안한 것이다. 서울메트로는 그 제안을 받아들여 이듬해 2월 스크린도어 민자사업자를 공모하고, 두 달 뒤 단독 입찰한 유진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한다. 마치 미리 짠 듯이 빈틈없는 전개다.
유진 컨소시엄이 스크린도어를 제작-설치하고, 서울메트로가 25년 동안 유진에게 스크린도어 유지보수와 광고유치권을 주는 BOT방식이었다. 당시 서울메트로 강 사장은예산 한 푼 쓰지 않고 스크린도어를 설치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대단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12일 된 신생업체의 제안서, 서울시를 통과하다


그런데
, 스크린도어 설치 업체가 지나치게 많은 수익을 가져간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진이 대상자로 지정된 지 10여일 지나 열린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에서, 이대일 시의원이 서울메트로 강 사장을 불러놓고 민자사업자가 얻게 될 광고수입에 관해 질문을 던졌다.

광고수입을 대충 계산해보니 1000, 앞으로 경기 풀리면 1500억도 된다. 엄청난 거예요. 사장님, (어떻게 된 건지) 말씀해보세요!

이후 입찰 과정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그런데 강 사장의 답변은 어딘가 미심쩍었다. 계약대로라면 1000억 이상의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스크린도어 민자사업에 오로지 한 군데만 입찰한 까닭을 따지자 이렇게 둘러댔다.

입찰에 삼성, LG, 한진, 현대가 전부 들어왔다가...굉장히 여러 군데 붙을 줄 알았는데...지금 선정된 한 업체(유진)만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들어왔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입찰에 관심을 보였다면, 그만큼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밀물처럼 밀려왔던 대기업들이 왜 갑자기 몽땅 빠져나갔을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다. 누군가의 강력한 제지가 있던 것이 아니라면.




알짜 쏙 빼낸 뒤 나머지는
후려치기시공

이후 유진은
MB의 측근이자 후배인 강경호가 서울메트로 사장으로 있는 동안, 두 차례에 걸쳐 24개 역의 스크린도어 민자사업을 따냈다. 그들이 사업을 가져간 24개 역(강남, 교대, 을지로입구, 삼성, 이대, 서울역, 시청, 홍대입구, 잠실 등)은 서울메트로가 관장하는 121개 역사 중 노른자위에 해당한다. 광고유치가 가장 활발한 역만 쏙 빼내 유진에게 준 셈이다.


광고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된 나머지 97개 역은 예산사업으로 추진됐다. 이들 역에 적용된 전략은 쥐어짜기였다. 1년 이상 걸리는 시공을 4개월 만에 끝낸 희대의 날림공사도 있었다. 그러니 시공업체 관리가 엉망인 것은 당연했다. 4개 업체가 공사를 맡았지만 도중에 도산하는 업체도 생겼다. 공사비 후려치기가 도를 넘은 탓이다.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오선근 공공교통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스크린도어 가동문 1조 당 들어가는 공사비가 34백만원 정도인데, 그걸 16백만원 정도로 낮췄다”고 혀를 찼다.
한 노동자가 작성한 호소문도 이때 상황을 잘 대변해준다. 스크린도어 설치공사에 참여했다가 5개월 동안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가 민노총 노동법률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MB
와 강경호 사장이 추진한 스크린도어 사업에는 투트랙 전략이 구사됐다. 광고 유치가 수월한 노른자위 역은 기부체납 방식으로 민간에게 주고, 나머지 역사는 50%까지 후려치는 초저가낙찰로 공사를 밀어붙였다.
현재 스크린도어에서 떨어지는 광고료는 만만치 않다. 유진이 운영하는 24개 역(서울메트로 관할)의 현황은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지만, 서울도시철도 측이 책정한 요금표를 통해 미루어 짐작은 가능하다. 턴키 방식으로 광고를 할 경우 1개 역사 당 월 수천만 원에서 억을 넘어서기도 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유진의 매출은 연 420억원, 당기 순이익은 309천만원(2014)에 달한다.


사망
, 도산, 눈물... 와중에 이득을 본 이들은?

서울메트로 스크린도어는 무리한 밀어붙이기와 초저가 시공
, 알짜 빼돌리기 등의 수법으로 설치됐다. 그러니 말썽이 없을 수가 없다. 일 평균 63.9(2015년 기준)나 장애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조차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스크린도어의 고장과 장애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를 외주에서 직접관리로 바꾸고, 정비인력을 늘리는 것이다. 정비를 100% 외주에 의존하고 있는 서울메트로는 직접 유지보수를 하고 있는 서울도시철도에 비해, 스크린도어 고장이 눈에 띄게 많다. 서울메트로는 1개 역 당 23.6건의 고장이 발생한 반면, 서울도시철도는 9건에 불과했다.


청년 노동자의 순직에 불명예스러운 낙인을 찍고
, 후려치기 낙찰로 중소업체를 도산으로 몰아가고, 많은 노동자들에게는 임금체불이라는 고통을 안겨 준 스크린도어 설치사업. 이젠 시민들까지 불안해한다. 이 와중에서 이득을 챙긴 이들은 누굴까? MB-강경호와 손 잡았던 유진만이 상당한 순이익을 내고 있다.


스크린도어 민자사업과 후려치기 낙찰을 밀어붙였던 강경호 전 사장은 대선 때
MB 외곽조직인서울경제포럼을 만들어 활동하다가 MB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코레일 사장에 발탁된다. 하지만 인사청탁 관련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면서 물러나야 했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MB 옆에 있다. 그는 현재 MB의 형 이상은이 회장으로 있는, 사실상 MB의 소유로 알려져있는 (주)다스의 현 대표이사다.

*이 글은 부산지하철 노동조합의 취재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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