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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편’ 아니면 지원 못하겠다는 정부

  • 입력 2015.09.14 14:58
  • 기자명 김순종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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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일부 문화예술계 인사 자금 지원 배제 주문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 문화예술계를 향한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가진 태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최근 이러한 태도를 잃어가고 있다. 정부가 입맛에 맞지 않는 문화계 인사들에게 제동을 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예술은 자율성이 기초될 때 발전할 수 있다. 색다른 시각과 도전은 자율성과 창의성에 기반해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율성은 문화계를 넘어,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창조경제'의 기초가 되는 것이기도 한다.
하지만 정부는 입맛에 맡지 않는 예술가들에 대한 지원을 끊고, 역사에 대한 다양한 서술을 방해하며, 국민에게 제공되는 정보를 통제하려는 등의 시도로 창조(혹은 창조경제)의 기반이 되는 자율성을 억누르고 있다. 그들은 예술의 영역에서도 획일성만을 강조한다. 물론 이들이 바라는 획일성은 정부의 입맛에 맡는 획일성인데, 특히 문화계에 대한 획일성 강압은 심히 우려할만한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른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정부에 비판적인 특정 예술가들을 창작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려 하고 있다
. 그간 광주비엔날레 출품작을 비롯해, 영화 <다이빙벨> 등에 대한 정부의 탄압이 문제가 되기도 했는데, 이러한 움직임이 점차 커지고 있는 추세인 것이다. 그 양상은 최근 '2015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특정 작가들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라고 요구한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윤택 씨
, 박근형 교수 배제할 것 요구.
문화예술계에 정치검열 시도하나?
이번 '2015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 과정에서 한국문화예술위는 심사위원들에게 이윤택 씨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라는 요구를 했다. 박근형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에겐 직접 찾아가 그가 연출한 작품에 대한 지원을 포기하라고 종용하기도 했다. 이윤택 씨는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 연설을 한 바 있는데, 이 때문인지 자금지원을 위한 평가에서 희곡분야 1위를 하고도 탈락했다. 박근형 교수는 '수첩공주' '시험 컨닝'등의 표현으로 박 대통령을 풍자한 듯한 연극 <개구리>를 무대에 올린 바 있다.
이 두 사람에게 한국문화예술위가 자금 지원을 하지 말라는 요구를 한 것은 이러한 정치적 성향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다면 왜 이 둘을 꼭 집어 자금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라고 요구했겠나. 도종환 의원에 따르면, 단체당 1억 원씩 지원하는 '창작산실 우수 공연작품 제작지원' 사업에서도 한국문화예술위는 박근형 작가와 그의 작품 <개구리>에 대한 심사 결과를 바꾸라고 종용했다.
이처럼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고 자금 지원을 중단하라는 요구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기조인 문화융성을 망치고, 우리의 문화적 기반을 무너뜨리는 망동이다. 정치적 성향이 다르면 예술 행위도, 집필 행위도 모두 중지시킬 셈이란 말인가. 이건 '문화융성'을 저해하는, 문화적 독재에 다름이 없다.
이러한 사실이 드러난 뒤 서울연극협회 등의 단체는 한국문화예술위를 해체할 것을 요구했다. 예술의 영역에 정치적 잣대를 갖다 대지 말라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태는 국가가 예술단체에 대해 지원을 하면서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 '팔길이 원칙'을 처참히 무너트린 것"이라며 "개인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유지하고 행복을 추구하며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데 불가결한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 예술과 출판의 자유 등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건강한 다원성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하고
,
부당한 간섭은 최소화해야.
이들이 비단 예술과 출판의 자유만이 아닌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지적한 것은 박근혜 정부 들어 시민사회의 다양성이 억압받고 있는 참담한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디 문화계 뿐이던가. 국정 교과서 도입을 통해 역사 해석에 대한 다양성을 침해하며, 언론 검열을 통해서는 언론의 자유를, 해킹을 통해선 국민 사생활의 자유를, 그 외에도 우리 사회의 건강한 다양성을 그들이 믿는 획일적 관념으로 대체하려는 것이 박근혜 정부 아니던가.
자율성에 기초한 다양성의 보장은 문화예술계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사회 분야에서 발전을 위한 토대가 되는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기초이기도 하다. 그러한 다양성, 자율성을 무시한 채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관념에 근거한 획일성만을 추구하는 박근혜 정부, 성토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정부가 그들의 국정기조이기도 한 '문화융성'을 위해, 그리고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다. 건강한 다원성을 유지하기 위한 지원은 아끼지 말고, 시민사회에 대한 부당한 간섭은 최소화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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