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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 위문 성금은 낸 사람 따로, 생색 내는 사람 따로?

  • 입력 2015.09.02 12:10
  • 수정 2015.09.02 16:45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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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12월, 서울시 구로소방서는 연말연시 국군장병 위문성금을 모금했습니다. 모금 대상 인원 388명 중 모금 참여 인원이 376명이었으니, 구로소방서에 근무하는 소방공무원들은 거의 다 냈다고 봐야 합니다. 소방관들이 모은 국군장병 위문성금은 총 3,022,000원이었습니다. 물론 소방관들이 국군장병을 위해 모금하는 모습을 좋게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소방관들의 근무 환경 현실을 생각하면, 이만큼의 금액이 모였다는 것에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2014년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소방관이 '화재 진압 장갑이 3년쨰 지급이 안 돼 사비로 외국제품을 구입했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어떤 소방관은 '활동화가 떨어진 지 2년째'라고 밝혔습니다.
'MBC 2580'은 소방서에 화재 진압용 장갑이 아닌 농업용 고무장갑이 지급되는 현실을 보도한 적도 있습니다. 당시 해당 서의 소방관은 '철물점에서 산 농업용 고무장갑이지만 그래도 이나마 사주는 소방서는 직원들을 챙겨주고 신경을 많이 쓰는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소방관들은 화재 진압을 위해 목숨을 걸고 일합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지급되는 장비는 노후됐고, 소방관들은 목숨을 지키기 위해 사비를 털어 질 낮은 장비를 구입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처럼 어려운 형편임에도, 소방서의 국군장병 위문성금 참여율은 높습니다. 왜 그럴까요?

자발적 모금을 빙자한 반강제징수
사실 이는 소방관만의 일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공무원들은 매년 국군장병 위문성금을 냅니다. 1968년 1.21무장간첩 사건 때부터 시작된 국군 위문 성금은 민간에서 주관하다가 1973년에 총무처가 담당하게 되었고, 1978년부터는 원호처 (현 국가보훈처)에서 주관합니다.


이 성금은 '국군장병 등 위문금 관리규정'에 따라 모금됩니다. 해당 규정은 국군 위문 성금의 성격을 '공무원 및 공공기관 임직원 등으로부터 자율적으로 모금된 성금'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가보훈처는 매년 공무원 및 산하 공공기관 직원들이 매년 말 월봉급의 0.3% 수준(개인별 평균 7천원)의 성금을 자발적으로 모금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공무원들의 말은 조금 다릅니다. 반강제적인 모금이라는 것입니다.
2013년 공무원노조는 '국군장병 위문성금'이 월급에서 원천징수하는 반강제적이며 준조세적인 급여공제 성금이라며, 이를 폐지하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노조가 모금 성금을 폐지하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공무원 조직사회의 특성상 반강제적인 모금을 거부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군 위문품은 작전용으로 위문성금은 주한미군과 군 간부에게
반강제적으로 모금한 성금이라 하더라도, 국군장병에게 잘 사용되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것과도 거리가 멉니다.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정무위원회) 의원이 국가보훈처로부터 제출받은 위문성금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한민국 국군장병에게 지급되어야 할 성금이 주한미군이나 군 간부에게 지나치게 지출되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국가보훈처는 2014년 주한미군에게 'DMZ철조망 액자 기념품' 지급을 위해 2억5천8백만 원을 사용했습니다. 또 2014년에는 주한미군 행사에만 1억 1천여만 원의 비용이 투입됐습니다. 주한미군 위문 행사의 식대는 1인당 한 끼에 최저 1만7천 원에서 최고 3만4천 원에 달했습니다. 2013년 기준으로, 대한민국 국군의 한 끼 식비는 2,144원입니다. 중학생 급식 단가 3,840원의 절반 수준입니다. 국군 장병을 위문하겠다며 걷은 성금의 혜택을, 정작 우리 국군이 가장 적게 받는 셈입니다.
현재 국군장병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가장 많이 구입되는 위문품목은 TV와 PC, 세탁기입니다. 그런데 육군본부에 지급된 TV 20대는 대개 회의실과 세미나실 등에 비치됐습니다. 국군장병 위문성금으로 구입한 PC도 장병들이 사용할 수 없는 사단 지휘통제실이나 사무실 행정병용으로 배치됐습니다.


지취통제실 PC와 회의실 상황용 모니터는 작전용 물품에 속합니다. 대한민국 국방비는 다 어디로 가고, 위문품을 작전용 장비로 사용하고 있는 걸까요?

성금은 가장 적게 내고, 생색은 가장 많이 내는 대통령
국가보훈처가 모금하는 위문성금은 대한민국 정부부처 대부분이 내고 있습니다. 대통령실도 성금을 냅니다. 2013년도에 공무원과 공공기관이 모은 국군장병 위문성금은 총 61억 원이었습니다.


새정치연합 김기준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도에 국군 위문성금을 가장 많이 모금한 곳은 교육부로 19억4천만 원이었습니다. 2위는 경찰청으로 3억7천만 원이었고, 대통령실은 660만 원으로 54위였습니다.
국가보훈처는 각 기관이 모금한 성금을 모아 그 돈을 다시 각 부서에 위문금 명목으로 나누어 배정합니다. 그 후 각각의 부서는 위문반을 편성해 기관의 이름으로 군부대에 위문품과 위문금을 전달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모금 금액이 많은 기관이 위문금을 가장 많이 배정받는 것이 옳습니다. 그런데 국가보훈처는 19억4천만 원의 성금을 낸 교육부에는 3천만 원의 위문금을 배정한 반면, 660만 원을 낸 대통령실에는 모금액의 40배가 넘는 2억 6천만 원을 배정했습니다.


돈은 공무원들이 내고 생색은 대통령이 내는 모습입니다. 적게 낸 대통령실이 교육부보다 더 많은 성금을 배정받은 이유에 대해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국군 장병들이 대통령실의 성금을 받았을 때 사기가 높아질 것을 고려함이지, 대통령실 눈치 보기는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반 강제로 월급에서 원천징수되는 모금 방식과 국방비가 사용되어야 할 부분을 성금으로 때우는 사용 현황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낸 사람 따로, 생색내는 사람 따로인 공무원 성금의 배정 방식도 개혁이 필요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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