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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의 무분별한 언론플레이가 우려스럽다

  • 입력 2015.08.31 17:59
  • 수정 2015.08.31 18:36
  • 기자명 김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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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문점에서의 남북 합의문을 무색하게 하는 국방부의 무분별한 언론플레이가 우려스러운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국방부는 한미가 앞으로 적용하게 될 작전계획 5015가 북한에 대한 공격적인 내용으로 채워져 있으며,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제거하는 ‘참수(decapitation) 전략’이 완성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왜 문제인지 한 번 짚어보려고 합니다.
첫째, 작전계획 5015문제입니다. 이것은 원래 2015년에 전시작전권을 미국으로부터 전환 받는데 대비하여 전 정부에서 발전시켜 온 내용으로, 기존의 5026, 5029, 5027 등 이미 있었던 여러 작전계획을 통합한 것입니다. 5026은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징후가 있을 때 수도권 안전보장을 위해 선제공격으로 이를 차단한다는 것입니다. 5029는 북한의 불안정 사태가 있을 경우 한미연합군이 북한에 개입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 부록 B가 작성되어 미국과 중국이 북한을 공동 관리하는 것으로 내용이 수정되었습니다. 5027은 잘 아시다시피 전면전에서 한미연합군의 6단계 작전계획이라고 하겠습니다.

이것을 모두 통합하여 단일한 작전계획으로 운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 외에도 더 공격적인 계획이 있습니다. 김관진 장관 시절에 마련된 소위 ‘제4의 전쟁개념’이라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킬 체인, 적극적 억제전략 등 북한을 선제공격한다는 내용은 차고도 넘칩니다. 재작년 을지 프리덤가디언 군사연습 때 유엔사 초청으로 16개국 군 대표들이 한국에 들어와 연습을 참관했습니다. 이 때 우리 국방부가 적극적 억제전략에 대해 설명하자 각 국 대표들이 “국제법을 위반하는 선제공격 아니냐”며 강한 우려를 표명할 정도였습니다. 계획만으로 따지자면 김정은 정권은 벌써 열 두 번은 제거되었어야 합니다. 그러니 사실 새로울 것도 없습니다.
둘째, ‘참수전략'은 럼스펠드 장관 시절 미국이 이라크, 아프간 등에서 작전을 하면서 저항군을 마비시키기 위해 개념화한 것입니다. 제가 2010년에 쓴 <노무현, 시대의 문턱을 넘다>에도 미군이 형형색색의 새로운 전쟁 교리를 개발하였는데, 그 중 참수전략이라는 것도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 이전에도 한국전략문제연구소 권태영 박사가 이미 2008년에 군사혁신의 일환으로 참수전략을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없던 작전이 새로 생긴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개념은 안정화 작전을 병행하면서 저항군을 마비시키는 미국식 전략개념에 속합니다. 우리나라처럼 핵과 미사일과 정규군이 대치하고 있는 국가급 대치양상에서는 그 합리성과 실효성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이 '참수 전략' 개념이 잘못 공개될 경우 북한은 남한의 공격징후가 조금만 보여도 이를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제거 의도로 해석하고, 지체 없이 핵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는 등의 부정적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오히려 핵 전쟁의 위험을 고조시킬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런 작전개념은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 정규 작전으로 구사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되어 왔습니다.
그런데도, 국방부가 마치 더 적극적이고 새로운 공격계획이 완성된 것처럼 언론에 이런 정보를 흘리는 것은 사실과도 맞지 않고, 대부분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의 미국식 공격계획을 동어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마치 새로운 공격계획이 마련된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이미 이전부터 개념상으로는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채택하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이런 식의 언론 플레이를 한다는 건 새삼 평화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입니다.


이번 판문점 합의에는 한반도 안정과 대화를 촉구하는 미·중의 압력도 작용했지만, 가능한 대화로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해소해야 한다는 의미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국방부가 이처럼 무분별하게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이런 대화의 모멘텀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고립될 위험까지 자초할 수 있습니다. 국방부는 힘으로 평화를 뒷받침하는 '전쟁억제'에 그 본연의 임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행태는 그와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자제가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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