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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핸드폰에 낯선 남자의 사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 입력 2015.08.29 14:57
  • 수정 2017.06.14 14:02
  • 기자명 두루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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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뉴욕에 살고있는 매트(Matt)는 단골 바에서 와인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단돈 20달러에 와인 한 병을 마실 수 있는 이벤트 덕에 그가 만취했던 그 밤, 매트는 아이폰을 잃어버렸습니다. 테이블에 올려놓았던 핸드폰이 감쪽같이 사라진 겁니다. 그는 다음 날 다급히 자기 번호로 전화를 해 봤지만 매번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갈 뿐, 아이폰을 다시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문제는 그 1년 뒤에 발생했습니다. 매트는 소파에 앉아 친구들과 새로 산 아이폰의 사진을 돌려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사진첩에는 매트가 찍지도 않은 수십 장의 사진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대부분 험상궂은 표정에 삭발을 한 동양인의 ‘셀카’였습니다. 매트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남자였습니다. 사진을 돌려보던 그와 친구들은 깜짝 놀랐고, 매트는 소름이 끼쳤습니다.


그 무섭게 생긴 사내의 사진은 대개 오렌지 나무 옆에서 찍힌 것이었습니다. 더 무서운 건, 그 날 이후 계속해서 그 남자와 오렌지 나무 사진이 매트의 아이폰 앨범에 올라왔다는 겁니다. 매트는 이 남자가 누구인지, 왜 이런 사진들이 자신의 아이폰에 올라오는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습니다. 누군가 자신의 핸드폰을 해킹해 협박한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겁을 먹은 매트는 아이폰 매장으로 달려가 자초지종을 말했습니다. 그런데 매장 직원은 뜻밖의 질문을 했습니다.

혹시...아이폰 잃어버리신 적 있으신가요?

직원의 설명은 놀라웠습니다. 매트가 1년 전에 잃어버린 아이폰을 지금 누군가가 사용하고 있는데 그것에 기존의 클라우드 계정이 아직 연결되어 있어서, 지금 매트가 사용하는 아이폰에 잃어버린 아이폰에서 찍힌 사진이 자동 공유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직원은 도난당한 아이폰이 대개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팔려나간다며, 찍힌 사진으로 보아 매트가 잃어버린 아이폰도 아마 중국에 있을 거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처음에 매트는 이 어이없는 상황에 놀랐지만, 매일 올라오는 이 남자의 사진을 보며 자기도 모르는 새 그 낮선 동양인의 얼굴에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무서운 표정이지만 오렌지를 아끼는 듯한 남자의 모습을 보며, 그 사람이 누구인지 조금씩 궁금해지기 시작한 겁니다. 매트는 이 남자의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리며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설명했습니다.

Who is this man and why are his photos showing up in my phone?(이 사람은 누구고, 왜 이 사람의 사진이 내 핸드폰에 보이는 걸까?)

다음날 트위터에 접속한 매트는 깜짝 놀랐습니다. 자신이 올린 트윗에 수십 개의 답 멘션이 달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매트의 트윗을 본 중국 네티즌들이 답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의 트윗은 중국의 트위터인 웨이보에도 올라가서 한 시간 만에 만 건이 넘게 공유되었습니다. 매트는 웨이보 계정을 만들었고, 하루 만에 5만 명의 팔로워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일주일만에 10만 명까지 불어났습니다. 그 트윗 하나로 매트는 하루 아침에 중국의 유명인이 되었습니다. 중국 네티즌들은 오렌지 나무를 사랑하는 그 남자를 찾아주겠다며, 매트의 글을 여기저기 실어 나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놀라운 일이 생겼습니다. 그 남자를 찾았다는 트윗이 올라왔습니다. 사진 속 남자의 여동생이 우연히 매트의 트윗을 보게 되었던 겁니다. 그 중국 남자와 매트는 드디어 인터넷으로 인사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중국 네티즌들이 ‘브로 오렌지(Bro Orange)’라고 이름 붙여 준 이 남자는 몇 달 전에 지인으로부터 아이폰을 선물받았다고 했습니다. 그것이 도난 당한 것이었는지, 그리고 자신이 찍은 사진이 태평양을 건너 뉴욕에 살고 있는 매트의 아이폰에 올라오고 있는지는 상상도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수백만의 중국인들이 자신을 찾고 있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고도 말했습니다.
두 사람은 매일 인터넷을 통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중국 남자가 매트에게 물었습니다.

우리 집으로 놀러 오지 않을래?

그 남자가 사는 곳은 중국 광둥성 동북부에 위치한 메이저우였습니다. 뉴욕에서 베이징까지 13시간의 비행을 하고 다시 베이징에서 산터우라는 곳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서, 다시 한시간 반 동안 차를 타고 가야만 하는 곳이었습니다. 총 20시간이 걸리는 여정이었습니다. 중국의 수백 만 네티즌들은 매트와 그 남자가 만나기를 기다렸습니다. 하루에도 수천 개의 트윗이 두 사람의 만남을 기원했죠.


그래서 2015년 3월 18일. 매트는 드디어 베이징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우연치 않게 알게 된, 이 오렌지를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기 위해 설레지만 긴장되는 여행을 시작한 겁니다. 그 먼 곳에서 혹시 길이라도 잃으면? 또 막상 도착했을 때 아무도 나와 있지 않다면? 놀러 오라는 말에 떠나긴 하면서도, 매트는 걱정을 완전히 떨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공항에 내린 매트는 깜짝 놀랐습니다. 짐을 찾아 공항을 나오자 마자 번쩍거리는 플래시가 터지고 엄청난 환호가 들려왔던 탓입니다. 수천 명의 중국인들이 매트를 보기 위해 나와 있었습니다. 모여든 군중들 사이로 사진 속의 남자도 꽃다발을 들고 나와 있었습니다. 그렇게, 태평양을 사이에 둔 두 친구는 실제로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수천 명의 환영인파와 기자들은 헐리우드 스타라도 만난 듯 매트를 둘러쌌습니다. 매트와 사진 속 남자는 이들을 간신히 헤치고서야 차를 탈 수 있었습니다. 간신히 도착한 호텔에도 세 명의 카메라맨과 기자들이 매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매트는 마치 꿈을 꾸는 기분이 들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이후 두 사람은 기자회견까지 열어야 했습니다.


다음 날, 매트를 데리러 온 사진 속 남자의 차에는 매트와 오렌지 남자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는 그 차에 매트를 태우고, 그 순간부터 그에게 최고의 여행을 선물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자기가 운영하는 식당에 데려가서 최고급 중국 요리를 대접하고, 마을의 자랑인 진흙 찜질장에도 데려갔습니다. 그가 가는 곳마다 수많은 중국인이 몰려들었습니다. 그의 환대를 받으며, 매트는 자신이 점차 이 남자와 진정한 친구가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두 사람은 7일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모든 기자들과 사람들로부터 도망가 사진 속 남자의 집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매트는 사진 속 남자로부터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무덤을 지키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 이야기와 사업에 실패했던 이야기, 그의 소중한 아들과 아내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그와 인간적으로 더 가까워졌습니다.


매트가 떠나는 날, 사진 속 남자는 베이징까지 매트를 따라와서 배웅했습니다. 둘은 서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습니다. 매트와 남자의 기상천외한 만남은 트위터와 웨이보를 통해 전세계 네티즌들에게 알려졌습니다. 매트는 여행에서 돌아온 후 ‘국경을 넘어, 언어를 넘어, 태평양을 넘어 친구가 된 이 특별한 경험에 대해 지금도 설레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다’는 트윗을 남겼습니다. 그 후 매트의 트위터에는 매트가 사진 속 남자를 뉴욕으로 초대했다는 소식이 올라왔습니다.




그러니, 혹시라도 어젯밤 술자리에서 아이폰을 잃어버리신 분들이 있다면 너무 상심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어쩌면, 그것이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줄 수도 있으니까요.


원문 : 세상을 풀어보는 두루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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