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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정치권의 꼭두각시인가?

  • 입력 2015.08.24 15:28
  • 수정 2015.09.03 14:54
  • 기자명 오주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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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국민의 권익과 인권보호를 책임지는 사법부의 최고기구이자, 사회 갈등의 최종 해결기관이다. 대법원이 내놓는 판례는 모든 법적 분쟁에서 최종 판단의 기준이 된다. 국가기관을 법의 이름으로 감시하고, 정치권력의 자의성을 방지하는 권력 통제 기능도 갖고 있다.

정치화된 대법원,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들
대법원은 심판자다. 그래서 어느 기관보다 엄격한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된다. 그런데, 이 대법원이 정치화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나온 몇 건의 대법원 판결을 보면 편향성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20일, 대법원은 한명숙 전 총리에게 징역 2년형을 확정했다. 돈을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불분명하고, 돈을 주었다는 한만호 대표의 말에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로(그는 검찰 조사 때와 다르게 법정에서 한명숙 전 총리에게 돈을 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1심 판결을 번복하며 유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은 논란이 있었던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또 지난 11월, 25명의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쌍용자동차 해고 사건에 관해, 대법원은 고등법원의 판결을 뒤집고 기업의 손을 들어주었다. 당시 서울고법은 “정리해고 당시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었다거나 사측이 해고 회피 노력을 충분히 했다고 볼 수 없다”며 해고 무효 판결을 내렸지만, 대법원이 이를 뒤집은 것이다.


인권-권익-소수 버리고 정권-자본 편에
KTX 여승무원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파기 환송 결정을 내렸다. 2008년 자신들의 해고가 부당하다며 코레일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던 여승무원들은 1심과 2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얻어냈다. 이후 4년 동안 대법원의 최종결정을 기다렸지만, 상식 밖의 판결이 나온 것이다. 부당해고가 인정되어 이제껏 받아왔던 임금 8천여만 원을 반환해야 한다는 말에, 승무원 박 모씨는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그들은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오열하며 이렇게 외쳤다.

노동사건 관련 재판은 상급심으로 갈수록 대부분 사용자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법이라는 이름으로 인권탄압과 불공정행위가 자행되고 있다.

원세훈의 선거법 위반 건도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유죄로 판결한 항소심 판결을 대법원이 막아선 것이다. 지난 7월 대법원은 선거법 위반의 유무죄 판단을 미룬 채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국정원의 정치-선거 개입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심판자 역할을 해야 할 대법원이 오히려 정권과 기득권층의 짐을 덜어주는 짐꾼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교조 법외노조와 과거사 역주행 판결 등에서도 하급심의 판결을 깨는 판결을 내렸고, 이는 매번 정권 편향적인 판결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대법관 전원이 이명박과 박근혜의 사람들이다
대법원의 정치화를 부추기는 건 대법관의 구성과 임명방식이다. 법원조직법에 의하면 대법관 추천은 10명으로 구성된 후보추천 위원회를 거치게 돼 있다. 추천위원은 대법원장에 의해 임명된다. 문제는 위원 중 7명이 현직 법조인으로 채워져 있다는 것이다. 결국 대법원장과 그 측근들이 미는 사람이 대법관 후보가 되는 구조다. 이러다 보니 대법관의 90%가 서울대 선후배 사이로, 대법관 중 80%는 50대 남성이다. 후보추천위원회를 거치면,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은 다음 대통령이 대법관으로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이 대법원장의 임명권자는 대통령이다.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결국 대법원 구성에는 대통령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대법원의 구성은 어떨까. 임기가 6년인 대법관(14명/이기택 후보자 포함) 모두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현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이다. 대법원의 ‘보수화-정치화’가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앞으로도 대법관의 70%는 박근혜의 사람으로 채워질 것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현재의 이기택 후보자를 포함해 벌써 4명의 대법관을 임명했다. 그리고2018년 2월 임기종료까지, 10명의 대법관을 더 임명하게 된다. 대법관 정원(14명)의 70% 이상을 자신의 사람으로 채울 수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2017년 9월 임기가 종료되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후임도 박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박 대통령이 법원에 끼치는 영향력이 차기정권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대법관들은 대통령의 입에 귀를 기울이며 현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누가 임명권자를 넘어서려 하겠는가? 삼권분립과 사법부의 독립성 확보는 한없이 멀어졌다.

<'상고법원' 홍보 웹툰의 일부>

그런데 '상고법원'이 우선이라고?

그런데 이런 대법원이 ‘상고법원’을 만들겠다고 한다. 대법관 1인이 처리해야 할 업무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대법원은 대법원이 공적-사회적 성격이 강한 소수의 사건 심리만 전담하고, 상고법원이 상고사건을 전담할 경우 재판의 내실화를 기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국민이 대법원에서 재판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침해되고, 대법원의 권력이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다. 게다가 고법과 대법 사이에 ‘상고법원’이 파고들면 3심제가 아닌 4심제가 되어, 헌법에도 위배된다.

현재 대법원은 상고법원 설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법원 웹페이지 첫 면에는 ‘상고법원 이야기’라는 웹툰이 등장한다. 포털사이트에도 수천만 원짜리 홍보 광고를 게재하고, 심지어 페이스북 등의 SNS에도 홍보 동영상을 올려놓았다. 고법에 상고부를 둔다든지, 대법관을 증원하는 방식으로 그들이 주장하는 상고심 업무과중을 해소할 수 있음에도, 대법원은 상고법원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국민의 편의나 권리증진을 위함이 아닌 대법관 자신들의 편의를 위한 개혁이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판결을 연달아 내린 탓에, 이미 대법원을 향한 국민의 신뢰는 심각하게 저하된 상태다. 상고법원이 설치되어 대법원의 판결을 받을 수 없는 국민이 늘어난다면, 불신은 더욱 커질 것이다. 지금 그들이 논의해야 하는 것은 법관 일신의 편의가 아니라, 보다 독립적이고 공정한 사법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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