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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산업의 유일한 피해자, 여성

  • 입력 2015.08.18 09:58
  • 수정 2015.08.19 14:25
  • 기자명 MC 워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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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는 명쾌한 결론을 내기 까다로운 논제다. 도덕과 현실, 정치와 사법의 심급이 얽혀있고 그 모든 심급의 요구를 만족하기도 어렵다. 관련 입장이 다기할뿐더러 그 입장들이 제가끔 타당하고 허술하기도 하다. 그래서 각각의 입장을 겨냥할 수 있는 카운터 어택도 꼭 그만큼 당연하다. 이 주제에 관한 근본적 판단은 도덕과 윤리로 내려가는데, 성매매란 행위 자체의 윤리도덕을 가리는 것도 허공에 주먹 움켜쥐기다.
그만큼 합의가 난망하단 뜻이지만, 무익하고 어폐가 있단 뜻이기도 하다. 고결한 성을 파는 건 나쁘다는 식의 도덕을 위한 도덕도 문제지만, 젠더권력을 겨냥하여 도덕적 타락을 비난하는 경우라도 그 한 당사자인 성판매자까지 유탄을 맞을 수 있다. 가령 성매매는사람의 몸을 거래하는 야만이라 강조할 때, 그 외침은창녀몸을 파는존재라는 가부장적 경멸과 공명한다.
이 까다로운 문제에서 실천적 결론으로 직진하려면, 옳고 그름 보다 성매매로 인한 실질적 폐해에 집중하는 게 좋다. 이 말은 곧 성매매 여성의 처지와 대안을 살펴보자는 뜻이다. 건전한 성관념 타락, 미풍양속 저해, 결혼제도 흔들림 등은 실체가 모호할뿐더러 효과도 간접적이다. 성구매자는 사법적 도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지만, 성매매로부터 입는 총체적 리스크에서 성매매 여성에 비할 수 없다. 성매매 여성이야 말로 온 몸으로 욕망의 해방구가 되어 사회적 정치적 사법적 도덕적 부담에 정조준 당하는 최우선 당사자다. 먼저,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두자.


성매매의 인권 파괴적 속성
성매매 합법화론자들은 성매매와 다른 직업의 질적 차이를 양적 차이로 환원하는 전략을 취한다. 그 논거는성매매는 몸을 파는 게 아니라 섹스라는 서비스를 판다이다. 이런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다음 단계가 남는다. 그것이 과연 다른 서비스와 동질하냐는 물음이다. 섹스는 인간의 모든 사회적 개인적 스킨십 중에서도 가장 내밀한 프라이버시에 속한다. 이 점은 성매매 합법화를 가장 헌걸차게 신봉하는 사람이라도 동의할 수밖에 없다. 신체의 온갖 치부가 드러나도록 벌거벗고 신체의 온갖 부위를 비비고 섞는다.
섹스는 필연적으로 수치심을 동반하는 행위다. 그 수치심을 덮어주거나 승화해주는 것이 정서적 관계적 맥락의 겉옷이다. 성매매는 섹스에 관한 맥락을 벗겨 버린다. 물론 직업적 섹스라는 맥락 자체를 받아들이며 성매매 행위로부터 상처받지 않는 성매매 여성도 있겠고, 이런 당사자의 입장은 존중 받아야 한다. 나는 프라이버시의 가장 깊은 부분을 반납하는 성매매 행위의 보편적 특성을 말하는 것이다. 성매매는 인권 파괴적 속성이 있고, 다른 직업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인권 법률 공동체 <두런 두런>


성매매에 관한 관점은 크게 금지주의와 근절주의
, 합법화로 나뉜다. 금지주의와 근절주의는 성매매를 직업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합법화는 성매매를 직업으로 승격하기 위해 자발적 성매매와 강제적 성매매란 프레임을 마련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자발적/강제적 성매매는 잘 분리되지 않는다. 가난과 빚 때문에자발적으로낯선 남성 앞에서 옷을 벗는 여성들이 있다. 성매매는 밀실 안에서, 여성의 몸을 통해 섹스를 거래하므로 젠더와 자본 권력관계가 극대화되는 장소다. 성매매 여성은 포주의 착취와 고객의 폭력에 이중으로 노출된다.
그녀들은 성매매 산업의 당사자인 동시에 성매매 산업이 낳는 유일한 피해자인 것이다. 자신을 성노동자로서, 피해자가 아닌 주체로 자임하는 성매매 여성도 있지만, 이들이 성매매를 노동으로 인정해달라는 이유 하나도 저런 약탈적 근로환경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성매매 여성에게 가해지는 억압을 논할 때, 자발적 성매매와 강제적 성매매를 구분할 이유가 없다. 이런 피해자로서의 지위는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지 않고 권익을 구제할 사법적 판단의 근거로 반영되어야 한다.


자본과 유리될 수 없는 성매매산업
개인 대 개인으로, 어떠한 정신적 육체적 억압 없이 판매자의 자발적 결단에 입각하여 섹스에 복무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이런 경우 성매매 여성의 인권이 부서질 소지도 그만큼 적을 것이다. 성을 팔 권리에 입각한 자유주의적 입장이 이런 논리적 터전 위에 서 있다. 가령 개인의 의지에 따라 몸을 상품화할 권리도 성적 자기결정권이다. 그러나 성매매 행위가 성매매 산업이 될 때, 얘기는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넘어간다. 수단 불문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욕망을 지닌 자본이 투입된다. 수요에 공급을 맞추려는 시장논리가 작동한다.


ⓒ시사저널


인간의 몸은 필요한대로 찍어낼 수 있는 공산품이 아니다
. 자신의 몸을 상품화할 것을 직접적으로 구조적으로 강제 당하는 사람이 생길 개연성이 아찔하다. 자기 결정권 행사가 불완전한 미성년자나 장애인이 동원될 가능성에 생각이 미치면 이 문제는 결코 안이하게 넘길 수 없다. 2012년 서울대 여성연구소가 작성하고 전현직 성매매 여성 22명과의 심층 인터뷰를 실은 '여성의 성매매 경험과 생활사 연구'에 따르면 10대에 성매매를 시작한 케이스가 22명 가운데 15명이었다.
이 구조를 이렇게 유비할 수 있다. 수술이 시급한 환자에게 이식할 장기를 마련해주는 건 윤리적 질문이 무용한 일이다. 단 그걸 돈을 받고 팔기 시작하면 비인간적 부작용이 연쇄적으로 폭발한다. 자신의 장기를 팔려는 개인이 있다고 장기매매를 허락할 수 없듯, 성노동자를 자임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도 여기선 요점이 아니다. 성매매 시장에는 사채 시장이 얽혀있어서 성매매 여성들을 이중삼중으로 옭아매고는 한다.

2012
한겨레 21’의 성매매 특집 기획기사에 따르면, 테헤란로에 있는 한 유흥업소 종사자 28명을 취재했는데 28명 모두가 빚을 지고 있었다고 한다. 이 또한 산업의 비인간성의 방증이다. 개인 대 개인의 거래만 허용하여 착취의 플랫폼인 업자를 몰아내는 선택지도 있지만, 개인 성매매로 위장한 변종 업소형 성매매가 출현하여 산업화할 가능성이 크다. 성매매 자본이 이미 광범위하게 형성된 한국 같은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결국, 성매매 산업은 누군가의 성을 사고 팔 자유를 보장하면 누군가의 성을 팔지 않을 자유가 침해되는 구조다. 나는 당연히 후자가 더 존중 받아야 한다고 여긴다. 전자는 자유와 욕망의 문제지만, 후자는 인권과 존엄의 문제기 때문이다.


실패한 성매매 합법화
과거, 독일과 스웨덴은 비슷한 시기에 완전히 반대의 결단을 내렸다. 스웨덴은 1999년 성구매자만 처벌하는 비범죄화를 택했고, 독일은 2002년 성매매를 합법화했다. 결과도 정확히 끝과 끝으로 갈렸다. 스웨덴의 성매매 여성 수는 1999 2,500명에서 2002 1,500명으로 감소했고, 길거리성매매도 30%-50% 감소했다. 반면 독일은 유럽 최대의 성매매 시장으로 등극했다. 독일 전체 인구는 스웨덴의 10배 가량인데, 성매매 여성 수는 60배에 이르렀고, ILO 2004년 추산한 바에 따르면 인신매매 피해자 수도 스웨덴 인신매매 피해자 수의 62배에 달한다.
합법화 이후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여 시장의 급속한 팽창과 함께 인신매매 등 부작용도 비례해서 증가한 것이다. 비단 독일에 머무는 얘기가 아니다. 이상은 런던 정경대 에릭 누메어 교수 팀이 발간한 논문 '합법화된 성매매는 인신매매를 증가시키는가'에서 인용한 수치인데, 같은 논문에 의하면 세계 150여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성매매 합법화 정책은 규모효과를 파급함이 확인되었다.


성노동자 권리모임 GG


반면 성매매 합법화를 통해 개선을 기대한 사항
, 성매매 여성 인권/복지보장은 특별한 효과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한다. 2013년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성매매 합법화 어떻게 실패했나라는 선언적 제호의 기사를 발행하며, 합법화 이후 10년의 정책 실효성에 사망을 언도했다. 시장이 팽창하며 성매매 가격이 하락했고 그 손해는 성매매 여성들이 떠안았다. 독일 의료보험기관 통계에 의하면, 합법화 이후 5년간 성매매 여성이 고용자로 등록된 건수는 불과 1%였다. 성노동자들이 제도적 창구에 신분등록을 꺼리기 때문이다.
사회의 성평등 인식이 획기적으로 전환되지 않는 한 법적 정치적 결단만으론 성매매 여성에 대한 낙인 효과를 끊을 수 없다는 얘기다. 독일 성매매 정책의 후과에 관해서는 독일 안에서도 입장에 따라 평가가 갈리는 지점이 있고, 합법화 정책이 과연 성매매 여성 인권과 노동권을 보호할 수 없는가에 대해선 반론이 있다. 그러나 슈피겔 지의 논조가 주류 입장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고, 합법화 정책의 권익보호 효과가 불분명한 것도 사실이다. 이상의 실증적 보고는 합법화 정책이 성매매 산업의 야수성을 길들이기 어렵다는 것을 암시한다.


판매자를 처벌하는
성매매 비범죄화
엠네스티의 입장은 구매자를 처벌할 경우 시장이 음성화되면서 권리 구제 창구도 닫힌다는 논리에 의지하는 것 같다. 성매매 시장은 탈세 등의 이유로 어떻게 해도 음성화할 개연성이 크다. 반대로 엠네스티 안은 성매매 수요를 통제할 수 없다는 치명적 문제가 있다. 실제 여러 합법화 국가에서 성매매 시장이 팽창했고, 세금탈루를 위해 다시금 지하경제로 기어들어간 업소들이 있다.


성매매를 금하든 허하든
, 성매매의 착취적 요소를 줄이기 불투명하고, 성매매의 역사와 욕망도 끈질긴 것이라 가시적 장래에 성매매를 박멸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면, 남는 대안은 무엇이겠는가. 강력한 단속을 통해 성매매 시장의 규모 자체를 가능한줄여서’ - 없애는 게 아니라 - 거기 내장된 폐해도 축소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성매매 여성 권리구제와 성매매 수요 억제가 동시에 이행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구매자를 처벌하고 판매자는 처벌하지 않는 성매매 비범죄화(스웨덴/노르딕 모델)에 찬성한다. 거래의 당사자 쌍방을 동일하게 대우하는 형식적 정의보다, 쌍방이 놓인 차별적 지위를 고려하고 인권을 수호하는 실질적 정의가 엄중하다. 이것이 성매매 여성 권익구제를 최우선으로 놓았을 때 내릴 수 있는 결론이다. 나는 엠네스티의 결정에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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