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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은 기본, 폭행에 성추행까지... 나는 인간도 아니었다

  • 입력 2015.08.13 10:30
  • 수정 2015.08.13 10:35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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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6 24 MBN 교양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독립 PD A씨는 자신과 함께 일 할 MBN PD와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술자리가 계속되고 술에 취한 MBN PD는 독립 PD A씨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고, A씨는 안면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습니다.
'술자리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이라 보기에는 무차별적인 폭행이었습니다. 특히 언론사라고 불리는 MBNPD가 폭행을 가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기도 합니다. 도대체 독립 PD A씨는 왜 MBN PD에게 폭행을 당해야만 했을까요? MBN은 이 일을 별거 아닌 것처럼 넘어갈 수 있을까요?


당신이 보는 프로그램은 그 방송국에서 만들지 않았다


요새 드라마를 방송국에서 제작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 그만큼 드라마 외주 제작이 많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시사, 교양 프로그램도 대부분 외주제작입니다. 외부PD들이 아이템을 선정해 프로그램을 촬영하고 편집해서 방송국에 납품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특공대> <6시 내고향>, <굿모닝 대한민국>, <천기누설> 같은 프로그램 영상은 대부분 외주 제작 PD가 제작한 것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PD지만 크레딧에는 개인 이름 대신 XX프로덕션이라는 업체로 표기됩니다. 1 PD이지만 방송사와 계약할 때는 사업자등록증을 내야 하고, '개인 대 방송국'이 아닌 '방송국 대 프로덕션', 즉 회사 대 회사로 계약을 합니다.
방송국은 이를 정당한 외주 용역이라고 말합니다. 방송사는 자기 식구가 아닌 외주 용역의 제작비를 깎기 일쑤이고, 조금이라도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마음대로 계약을 해지해버립니다. 언제든 계약이 해지되고 밥줄이 끊길 수 있는 상황에서 독립 PD들은 방송국에 문제를 항의할 수도 없고 방송국이 요청하는 잡일이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할 수도 없습니다.


욕설은 기본
, 폭행에 성추행까지...
갑이라 불리는 방송국 PD들은 외주제작 독립 PD들에게 '돈을 하사하는 폭군'으로 군림합니다. 독립 PD가 촬영한 영상을 편집실에 가지고 들어간 방송국 PD들은 외주 제작 PD에게 욕부터 해댑니다. 적은 제작비를 주면서 몇 번이나 수정요구를 합니다. 협찬 상품에 대한 광고(PPL)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이를 거부하면 바로 자릅니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더니, ‘말대꾸하느냐 (방송사 선배 PD에게) 따귀를 맞았다. 풀 스윙으로 때려서 (얼굴이) 부었다. 조연출이 PD에게 대들었다가는 PD 입문을 할 수 없고 조직을 떠나야 한다. 나중에 그분이 사과해서 다시 친하게 지냈다. 친하게 지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PD가 되어야 하니까.

- 외주제작 프리랜서 이주원 PD(가명)-

방송사 CP가 외주 PD한테 자기 딸 결혼식이 있는데 그걸 찍어서 편집하라고 했어요. 땡전 한 푼 안 주고…. 그러면서 마치 대단한 아량이라도 베풀 듯 결혼식 뷔페는 먹고 가라고 했다는 거예요. 아는 분이었는데, 어디 하소연도 못 하더라고요.

-한국독립PD협회 지원준 PD

MBN이 종편이라서 발생하는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일반적으로 방송사에서는 외주 PD를 어떻게 대우하나요? 폭행은 물론 여성 PD에게 성관계까지 요구한다던데.
- 요즘은 많이 없어진 거예요. 독립PD협회가 설립된 후부터는 방송사에서 외주 PD를 대하는 게 개선되었죠. 하지만 예전엔 시사하는 과정에서 폭언, 폭행도 많았고 술 접대를 요구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그런 PD들은 많이 은퇴했어요. 그 당시엔 PD뿐만 아니라 방송국 내 외주인력 중에도 여성이 많았거든요. 여성에게 성추행하고 금전적 보상으로 덮은 적도 있죠. 많고 적음을 떠나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되기 때문에 저희는 심각하게 보는 거예요.

-한국독립PD협회 권익위원장 복진오 PD-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독립 PD를 향해 욕설과 손부터 올라가는 방송사 PD들의 모습에서 언론사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양심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들이 감히 인권을 말할 수 있을까
?
드라마도 아닌 시사, 교양 프로그램 제작 부서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를 보면서, 어떻게 그들이 인권을 말하는 프로그램을 떳떳하게 방송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몇 년 전
, 한 교양 프로그램의 외주 제작 독립 PD'전쟁지역에 (취재를) 보내면서 방탄조끼도 받지 못했다'는 글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이 폭로 이후 해당 방송국 PD는 방탄조끼를 지급하기는커녕 오히려 '우리가 섭섭하게 해준 게 있냐며 서운함을 토로헀습니다. 전쟁 지역에 취재하러 가면서 방탄조끼를 달라는 요구가 왜 섭섭한 일이 됐는지 모를 일입니다.. 독립 PD들은 취재하다가 죽어도 자기네 방송사 PD가 아니기 때문에 상관 없는 걸까요?

CP(책임프로듀서)들은 시청률이 좀 낮다고 외주사를 하루아침에 자르면서도 그게 당연하다는 듯 말해. 우리가 광고수익을 벌어다 주면 본사 PD들도 그 돈으로 월급 받는 거잖아. 같은 PD인데도 언제든 자르고 무시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면 솔직히 기분이 안 좋지.

-외주제작 PD-


독립
PD 폭행 사건이 터지면서 '한국PD연합회' 'KBS PD 협회', 'SBS PD 협회'까지 목소리를 모으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종편과 일부 방송사들은 자신들과 상관없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갑이 변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독립 PD에 대한 방송국의 갑질은 여전할 수 있습니다.
말로는 인권을 떠들면서 외주 PD를 폭행하고, 성범죄 문제를 다루면서 자기들은 성희롱을 하고, 노동 문제를 분석하면서 최저임금조차 지급하지 않고, 잘못된 권력 관계를 비판하면서 스스로는 슈퍼 갑으로 군림하는 방송사 PD. 우리는 이들을 언론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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