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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당이 세 번 집권하기 힘든 이유

  • 입력 2015.08.05 12:07
  • 수정 2015.08.05 13:39
  • 기자명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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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 NBC 방송국이 공동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재미있는 결과가 하나 나왔습니다. “차기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을 이어가야 한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30%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응답자의 2/3는 “차기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과는 다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이것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선호도, 국정운영 평가와 구분되는 조사입니다.
구체적으로 뭐가 다를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유권자들은 무언가 새로운 것을 원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이는 오바마 대통령만이 겪는 문제는 아닙니다. 8년 전 11월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의 정책을 이어가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21%밖에 안 됐고, 16년 전 빌 클린턴 대통령도 이 항목에서 36% 정도의 지지만 받았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통계를 내봐야겠지만, 이 설문의 결과를 놓고 보면 선거에서 표를 던지는 유권자들은 8년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대통령이 잘 하고 있든 잘 못하고 있든 같은 당에서 또 대통령이 나오는 데 막연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1980년대에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이 연임에 성공한 뒤 (아버지) 부시(George H.W. Bush)가 또 한 번 당선되어 공화당이 세 번 집권한 사례를 들며 3선이 가능하다고 반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그렇습니다. 선거에선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죠. 하지만 공화당이 아니라 민주당이 3선에 성공한 사례를 찾아보면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얼마나 만만찮은 징크스 앞에 서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세계 2차대전이라는 특수한 상황 탓에, 민주당 소속인 프랭클린 루즈벨트(Franklin D. Roosevelt) 대통령은 네 번이나 대통령직을 연임했습니다. 루즈벨트에 이어 대통령이 된 해리 트루먼(Harry Truman)도 민주당 소속이었죠.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양당 체제가 자리잡은 후로, 민주당이나 민주당의 전신이 대선에서 세 번 연속 승리한 것은 앤드류 잭슨(Andrew Jackson)을 이어 마틴 밴뷰렌(Martin Van Buren)이 당선되었던 1836년이 마지막입니다. 무려 179년 전 일이죠.
이후 우드로 윌슨(Woodrwo Wilson, 1913~1921)에 이어 대권에 도전했던 제임스 콕스(James Cox), 트루먼(1945~1953)을 이으려던 아들라이 스티븐슨(Adlai Stevenson), 린든 존슨(Lyndon B. Johnson, 1963~1969)을 이으려던 휴버트 험프리(Hubert Humphrey), 빌 클린턴(Bill Clinton, 1993~2001)을 이으려던 앨 고어(Al Gore)는 모두 낙선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 캠프에서는 물론 클린턴의 경우는 다르다고 말할 것입니다. 힐러리 클린턴은 오바마 대통령이 돌풍을 일으키며 당선되었던 2008년 이전부터 인지도가 높았고, 무엇보다 2008년에 오바마 후보와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맞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권자들이 힐러리를 오바마와 노선이 다른 정치인으로 인식할 거라는 겁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힐러리가 맡은 마지막 공직은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총괄하던 국무부 장관입니다. 7년 전에는 오바마와 모든 사안에 대해 이견을 드러내며 다퉜을지 몰라도 국무장관으로서의 힐러리 클린턴은 이란 핵 협상 등 오바마 정부의 굵직굵직한 사안에서 뜻을 같이 했습니다. 공화당 후보들과 보수주의 싱크탱크들은 이 점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의 부상(America Rising)'이라는 보수 성향 정치단체가 지난해 말 발표한 문서의 제목만 봐도 이를 알 수 있습니다.

클린턴의 2016년 대권 도전이 오바마의 3선이나 다름 없는 10가지 이유(10 Reasons Why Clinton 2016 = Obama’s Third Term)

공화당의 유력 후보들도 민주당의 정책을 비판할 때 언제나 “오바마-클린턴의 아젠다”, “오바마-클린턴이 고수하는 정책”과 같은 식의 표현을 즐겨 씁니다. 둘을 한데 묶는 프레임을 짜겠다는 것이죠. 공화당 전국위원회(Republican National Committee)의 의장인 프리버스(Reince Priebus)도 이를 분명히 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이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우리는 계속해서 미국 국민은 오바마의 3선이나 다름없는 오바마-클린턴 정책에 결코 만족할 수 없다는 캠페인을 벌여나갈 것입니다.

또한 두 정치인에 대한 선호도 패턴이 갈수록 유사해진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힐러리가 오바마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는 노력을 해왔다면, 그 노력이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뜻이 되겠죠. 게다가 지금껏 힐러리 클린턴이 대선 후보로서 한 발언, 행적을 보면 뚜렷하게 오바마 대통령과 차별화를 두고 싶어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물론 오바마의 그림자 아래 있는 것도 정치인으로서의 입지 확보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대통령 선거의 역사를 돌아본다면, 그것이 힐러리 클린턴의 대권 도전에 반드시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확신할 수는 없을 겁니다.

원문 :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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