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구의 약 1%를 차지한다는 사이코패스. 공감 능력과 죄책감이 결여되어 있고 충동적인 성향이 강하며, 겉으로는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이기에 타인을 교묘히 조종하는 데 능숙하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가 잘 모르는, 사이코패스에 관한 열 가지 사실을 살펴보자.

1. 공포를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겁에 질렸을 때 눈을 크게 뜨고 소리를 치거나 입을 크게 벌리는 식으로 공포감을 표현한다. 그러나 사이코 패스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공포를 의식적으로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본래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없다.

다양한 연구 결과, 사이코패스는 뇌 중에서도 특히 공포의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체의 크기가 보통 사람보다 훨씬 작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포를 느껴본 경험이 없기에 타인이 공포를 느끼는지도 알아차릴 수 없다.

사이코패스 연구를 진행하는, 미국 조지타운대학 아비게일 마시 교수의 경험은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 교수의 말에 따르면 그가 만났던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범은 인터뷰 중 “그 표정을 뭐라고 표현하는지 모르지만, 내가 칼을 들면 모두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는 말을 했다고 전해진다.

2. 도파민 중독

악명 높은 연쇄살인범 테드 번디는 “왜 사람을 죽였느냐”라는 질문에 “죽이는 것이 좋다. 죽이고 싶으니까”라고 답했다. 이들이 타인을 죽이고 조종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원인 중 하나는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이라고 알려져 있다. 도파민은 뇌의 보수 회로를 활성화하며 쾌감과 행복감을 전달하는 물질로, 사이코패스는 그것을 유난히 강하게 원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 빌토 대학 조슈아 부크 홀츠 교수 팀의 실험 결과, 사이코패스의 뇌는 특정 자극에 대해 사이코패스가 아닌 사람의 뇌보다 많은 도파민을 방출하고, 도파민을 얻고자 하는 욕구가 유난히 강한 것으로 밝혀졌다. 도파민을 강하게 원한다는 것은 즉, 자신의 쾌락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는 일에 거부감이 없다는 뜻이다.

3. 공감성 결여

사이코패스가 가진 큰 특징 중 하나는 공감 능력의 결여다. 그들에게 다른 사람은 장기판의 말 같은 것이다. 이제까지 사이코패스들의 의식에는 공감이라는 부분이 완전히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그러나 2012년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의 연구는, 사이코패스에게도 공감 능력은 있으나 보통 그것은 '오프' 상태이며, 자신이 원할 때만 '스위치 온'을 할 수 있다는 새 이론을 제시했다.

이 실험은 사이코 패스로 진단된 18명의 범죄자와 26명의 정상인에게 같은 동영상을 보여 주며 MRI스캔으로 뇌의 활동을 관찰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동영상은 한 사람의 손이 다른 사람의 손을 부드럽게 애무하거나 또는 타인의 손을 때리는 화면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1차 실험에서 사이코패스들은 이 동영상을 보며 화면 속 사람들의 감정에 전혀 공감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2차 실험에서 같은 동영상을 보여주기 전 “화면 속의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라”는 지시를 주자 동영상을 볼 때 타인의 아픔이나 행복에 공감하는 반응이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사이코패스가 공감의 스위치를 자유롭게 켜고 끌 수 있기에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 공감 능력이 전혀 결여되어 있는 상태가 아니라면 사이코패스를 치료할 수도 있다는 기대도 내놓았다.

4. 사이코패스에게는 더 무거운 형이 선고된다

미국 유타 대학의 연구자들은 판사 181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에는 레스토랑에 강도가 들었다는 설정의 가상 사건이 먼저 제시되고, 판사들이 사건 속 범인에게 얼마의 형을 선고할 것인지 답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조사는 두 부류로 나뉘어 진행되었는데, 첫 번째 집단에는 사건 정보만 주고, 두 번째 집단에는 범인이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사이코패스적 기질을 보인다는 추가 정보를 제공했다. 그 결과, 첫 번째 집단이 보통 9년 정도의 실형을 부과한 것과 다르게 추가 정보를 받은 집단은 대부분이 13~1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5. 비즈니스계에는 사이코패스가 많다

『 사이코패스, 숨겨진 능력 』의 저자인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심리학자 케빈 더튼이 2012년에 영국에서 발표한 조사 결과, 사이코패스가 많은 직업의 1위는 기업 경영자(CEO)였고 2위는 변호사, 3위가 텔레비전 라디오 등의 미디어 관계자였다.

또, 2011년 폴 바비액은 미국의 각 기업에서 선발되어 매니지먼트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참여한 203명의 엘리트 비즈니스 맨을 대상으로 로버트 헤어 박사의 사이코패스 체크 리스트를 이용한 인터뷰를 실시했다. 그 결과 조사대상 가운데 25명 중 한명 정도가 사이코패스라는 것이 밝혀졌는데, 이는 전체 평균 비율의 4배가 높은 것이다.

6. 인터넷상에서 분란을 일으키는 자(관심종자)는 사이코패스다

인터넷 게시판이나 댓글 등에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댓글을 남기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캐나다의 심리학자가 조사를 진행한 결과, 그들은 “다크 테트랏트”로 불리는 성격적 특징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크 테트랏트는 사디즘, 마키아벨리 주의, 나르시시즘, 그리고 사이코패시즘의 4가지 성격 특성의 조합을 말한다.

7. 동사회적 사이코패스

사이코패스의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신경 과학자 제임스 팰런은 자신의 조상 중에 7명의 살인자가 있었음을 알았다. 그 중에는 1892년 아버지와 계모를 도끼로 참살했던 받았던 리지 보덴도 있었다.

팰런은 현재 자신의 가족과 친척의 사이코패스 경향을 알아보기 위해, 뇌 스캔을 검증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아무것도 문제가 없었지만 윤리적·도덕적 행동과 연관이 있는 뇌 안 와전 피질의 활동이 확연히 낮은, 사이코패스의 뇌로 진단되는 것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은 공교롭게도 펠런 자신의 뇌였다.

팰런은 자신을 '동사회적(반사회적 반대의 뜻)사이코패스' 라고 칭한다. 그는 자신이 확실히 사람을 조종하려는 경향이 있고 경쟁심이 강한 것을 인정하고 있다. 또 친손녀를 생판 남과 별 다르게 생각하지 않을 만큼 공감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도 자각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의 선량한 일원으로서 날마다 살고 있다는 자부도 있다. 팰런은 자신이 범죄자가 아닌 과학자가 된 것은 자상하신 부모님에게 충분한 애정을 받으며 건전하게 자란 덕분일 것이라고 말한다.

8. 사이코패스는 후각이 둔하다

호주 맥쿼리 대학의 연구자들은 범죄자가 아닌 79명의 사이코 패스를 대상으로 후각 시험을 치렀다. 시험은 오렌지와 커피, 피혁 등의 냄새가 도포된 16종류의 기구 냄새를 맡고, 그 냄새가 무엇인지 답하는 형태였다. 실험 결과 피실험자 모두가 냄새를 구분하고 특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사이코패스 체크 리스트에서 고득점을 획득한 사람일수록 후각 능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9. 사이코패스와 대통령의 공통점

미국 에머리대의 연구자들은 현 오바마 대통령을 제외한 역대 43명의 미국 대통령의 성격을 분석하고, 사이코패스 성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명확히 사이코패스로 판명된 사람은 없었지만 몇가지 사이코패스 특성 중 특히 “두려워할 줄 모르는 지배성”을 보이는 비율은 일반 인구보다 몹시 높았다. 게다가 그 특성을 가진 대통령의 대부분은 뛰어난 정치가로 평가되고 있었다. 위에서 말한대로 사이코패스는 공포를 인식 못하지만, 그것이 긍정적으로 발현된다면 위험 국면에도 위축되지 않는 강력함과 자신감으로 나타날 있다.

연구 결과 “두려워할 줄 모르는 지배성”의 스코어가 가장 높았던 것은 시어도어 루즈벨트였고, 2위는 존 F.케네디, 3위는 프랭클린 D. 루즈벨트였다.

10. 사이코패스는 특유의 말투가 있다

잔인하고 치밀한 사이코패스일수록 단어의 선택이나 말투에 특유의 패턴이 있다. 미국 코넬대 제프리 행콕 교수들은 14명의 사이코패스를 포함한 52명의 살인범을 면접해 각각 자신의 범행에 대해 이야기하게 한 후 그 말을 컴퓨터로 분석했다.

그 결과 범행에 대해 감정이 없는 사이코패스는 사이코패스가 아닌 살인범에 비해 사건을 과거형으로 말하면서 ”그래서..", ”음..”등의 감탄사를 자주 사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또,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말하기 위해 “왜냐하면”, ”그래서”라는 접속사를 유독 자주 사용했다고 한다.

이야기의 내용 면에서도, 사이코패스가 아닌 살인범은 가족이나 신앙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많았던 반면 사이코 패스는 음식물이나 현금과 같은 현물에 보다 강한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