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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플린의 관 위로 콘크리트가 부어진 까닭은?

  • 입력 2015.07.30 16:23
  • 수정 2015.07.30 16:54
  • 기자명 여강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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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 숭배 신드롬(Celebrity Worship Syndrom)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스포츠 스타, 연예인 등 유명인에게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을 말한다. 유명인 숭배 신드롬을 보이는 사람은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할 정도로 숭배 대상에 빠져들거나, 숭배 대상이 쓴 물건 수집에 집착하기도 하고 납치 등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2009년 故 최진실 유골을 훔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범인도 ‘최진실이 꿈속에 나타나 무덤을 옮겨달라’고 진술하는 등 전형적인 ‘유명인 숭배 신드롬’ 증상을 보였다.

‘록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도 이 수난을 피해가지 못했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사망한 직후인 1977년, ‘내셔널 인쾨이어러’라는 주간 대중잡지에 충격적인 제보가 들어왔다. 엘비스의 친척 중 한 명이 그의 시신을 몰래 찍어 들고 온 것이다. ‘내셔널 인콰이어러’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시신 사진을 1만 8천 달러에 사들여 1면 톱으로 실었고, 그 잡지의 판매부수는 잡지 발행 역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20세기를 대표했던 영화배우 찰리 채플린(Charles Chaplin, 1889~1977, 영국) 역시 ‘유명인 숭배 신드롬’의 피해자였다. 채플린은 엘비스 프레슬리와 같은 해인 1977년에 사망하여, 스위스의 코시어 서베이 공동묘지에 묻혔다. 그러나 4개월 후인 1978년 3월1일, 그의 무덤이 파헤쳐지고 시신이 도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11주만에 제네바 호수 근처에서 시신이 발견되었고, 범인도 체포되며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유족과 전 세계의 채플린 팬들이 받은 충격은 가시지 않았다.

특히 채플린의 아내인 우나 오닐이 받은 상처는 컸다. 두 사람은 숱한 어려움을 딛고 맺어진 부부였던 탓이다. 노벨상 작가인 유진 오닐의 딸이었던 그녀는 채플린의 네 번째 아내이자 마지막 아내였다.

18살의 나이 차이를 뛰어넘은 그들의 스캔들은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특히 아버지인 유진 오닐은 딸 우나가 자신보다 한 살 어린 찰리 채플린과 결혼하는 것을 극구 반대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찰리 채플린과의 결혼을 강행했다.

찰리 채플린과 우나 오닐은 35년간 함께 살았고, 8명의 자녀를 두었다. 그들은 1953년 스위스에 정착했으며 1977년 크리스마스 이브 찰리 채플린이 88세의 나이로 죽을 때까지 함께 해왔다.

그 4개월 후 발생한 남편 무덤의 도굴 사건은 그녀에게 큰 공포일 수밖에 없었다. 재발을 극도로 염려한 우나 오닐은 남편의 시신을 수습한 후 그를 다시 무덤에 매장하면서 관 위에 2미터 두께로 콘크리트를 부었다.

죽은 뒤에도 유명세를 벗을 수 없었던 찰리 채플린은, 그를 다시 잃지 않으려는 가족의 의지 로 두꺼운 콘크리트 아래 잠들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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