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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직원 자살 사건' 속 미스테리

  • 입력 2015.07.29 13:57
  • 수정 2015.07.29 15:54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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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해킹팀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하나였던 직원 임 씨가 사망했습니다. 그의 죽음은 '자살'로 판명되었고 해킹 또한 임 씨의 단독 행동으로 결론지어지고 있습니다. 임 씨가 삭제한 자료가 무엇인지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 사건을 파악하기 위한 가장 큰 단서는 그의 죽음 자체입니다. 임 씨의 죽음과 관련된 몇 가지 의문점을 파헤쳐보려 합니다.

① 국정원 직원 임씨의 휴대전화는 왜 켜진 채였나?

2015년 7월 18일 오전 10시 4분 국정원 직원 임 씨의 부인은 119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녀는 '남편이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 있다며 새벽에 출근한다고 나갔는데 연락도 안 되고, 회사에서도 남편과 연락이 안 된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119 접수 대원은 '저에게 위치 추적 접수를 하고 바로 경찰에 신고하시라'고 안내했고, 부인은 '경찰서로 가겠다'고 답했습니다.

임 씨의 부인은 남편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이유로 119에 임 씨의 위치 추적을 요청했지만, 그의 시신은 굉장히 빨리 발견됐습니다. 임 씨의 휴대전화가 켜진 상태라 신속한 추적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기자: 보통의 실종 신고와 달리 이번 임씨의 실종사건은 신속하게 수사가 진행됐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이상원 경찰청 차장: 사건이 발생했으면 빨리 나가서 민원 해결을 하는 게 (경찰의) 목적이다. 또 휴대전화 전원이 켜져 있어 추적되고 있었다.

그런데 성인 남성의 휴대전화가 켜져 있고 몇 시간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에, 경찰이 이토록 빨리 위치추적을 해 주는 것이 일반적일까요? 휴대전화가 꺼져 있는 상황이라면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단지 몇 시간 전화를 받지 않는 상황이었다면 납득이 잘 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사망시각과 함께 임씨의 휴대전화 내역(접속했던 사이트나 어플, 실행했던 프로그램 등)을 정확하게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임 씨의 부인은 왜 신고를 취소했나?

국정원 직원 임 씨의 부인은 전화로 10시 4분경 경기도재난안전본부 재난종합지휘센터에 위치추적을 요청한 뒤, 10시 25분쯤 용인동부경찰서 동백파출소를 직접 방문해 이번에는 '부부싸움을 하고 나가 연락되지 않는다'며 위치추적 신청을 접수했습니다. 그리고 10시 30분경, 용인소방서에서 '경기도 용인시 이동면 화산리 34번지'라는 위치추적 결과를 임 씨 부인에게 통보합니다.

소방서에서 위치 추적 결과를 통보한 직후인 10시 31분, 임 씨 부인은 동백파출소 안에서 112에 위치추적 신청을 취소해 달라고 말합니다. '일단 보류를 하고 남편이 갈 만한 곳에 한 번 가보려고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11시 15분, 그녀는 현장 출동 요원의 요청이라며 경기도재난안전본부 재난종합지휘센터에 위치추적을 재요청합니다. 현장에 출동한 요원이 실종자를 찾기 힘든 경우에는 119지령실에 직접 위치추적을 다시 요청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최초신고자인 부인에게 직접 재요청하도록 하는 일은 드뭅니다.

처음 용인 소방서의 위치추적 결과가 나온 뒤 임씨의 부인은 왜 위치추적을 재요청했을까요? 그녀는 누구와 함께 있었던 것일까요?

③ 국정원 직원 임씨의 최초 발견자는 국정원이었나?

국정원 직원들이 보유한 휴대전화에는 국정원의 위치추적장치가 깔려 있습니다. 그렇기에 국정원도 임 씨가 용인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국회 정보위 신경민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용인에 거주하는 직원을 출동시켜 소방대원과 함께 임씨를 발견했습니다.

국정원은 자체 보유한 위치추적 장치로 임씨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왜 실종된 직원의 부인을 시켜 굳이 소방서에 위치 추적을 요청하도록 했을까요? 그 정도로 국정원의 정보수집 능력이 부족한 것이었을까요?

국정원 직원은 소방대원과 함께 임씨를 찾은 뒤, 경찰이 오자 자리를 떠났다고 했습니다. 국정원 직원이 사망했는데 왜 경찰에게 맡겼을까요? 공정한 수사를 위해? 아니면 어떤 흔적을 지우기 위해?

시신 위치가 바뀌었다?

국회가 처음 받은 보고서에는 임씨의 시신이 '차량 보조석 뒷좌석'에서 발견됐다고 나왔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보고서에는 임씨의 시신이 '차량 운전석'이었다고 바뀌었습니다.

국민안전처는 “용인소방서가 경기도소방본부에 보고한 1장짜리 보고서 내용을 착각해 작성했다“며 “실제 출동한 대원들과 통화해 내용을 확인하다 잘못된 사항을 발견해 수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안전처가 보고서를 읽지 못할 정도로 한글을 몰랐거나 출동한 대원이 보고가 시신 위치가 잘못 기재되거나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망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시신 위치를 파악조차 못 할 정도로 조사는 허술했습니다.

게다가, 국정원 직원 임 씨가 탔던 마티즈 차량은 그의 갑작스러운 장례식 바로 다음 날인 22일 즉시 폐차됐습니다. 시신 위치나 번호판 논란이 사라지지도 않은 상태였습니다.

국정원 직원 임씨의 죽음에 감춰진 국정원 시스템

국정원 직원 임씨는 국정원-해킹팀 업무를 담당하다가 지난 4월 승진과 동시에 대전으로 전출됐습니다. 7월 국정원-해킹팀 사건이 불거지자 임씨는 임시 파견 형식으로 국정원 본부로 왔습니다. 임시 파견 나온 직원이 국정원 자료를 삭제할 수 있었다면 국정원의 허술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임 씨가 업무에 사용했다는 'devilangel1004@gmail.com' 메일은 2015년 6월 4일에도 사용된 것으로 나옵니다. 이는 국정원 직원 임 씨가 대전에 가서도 계속 국정원-해킹팀 업무를 관리했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만약 그가 업무를 맡지 않았다면 도대체 누가 메일을 보냈을까요?



필자가 임 씨 죽음에 주목하는 이유는 국정원이 복구한 자료를 믿기 어렵고, 임씨의 죽음이 모든 것을 덮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그의 죽음에 관한 의혹이라도 풀어보기 위함입니다.

한 사람이 무조건 죽지는 않습니다. 자살이라고 해도 왜 죽었는지 철저하게 수사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국정원 직원 임 씨의 죽음에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점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왜 필자의 눈에도 보이는 비상식적인 모습을, 누구도 해명해주지 않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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