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쳤다가 재판에 선 남자

  • 입력 2015.07.22 15:05
  • 기자명 김형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25
7 21, 미국 테네시 주의 공립학교 생물 교사인 존 토머스 스콥스는 '버틀러법'을 어긴 혐의로 고발당한다. 버틀러법이란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공립학교에서 진화론 교육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미국의 진보단체인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이 법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한 모의를 한다. ACLU는 버틀러법을 법정으로 끌고 가야만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극대화하여 법안의 비합리성을 폭로할 수 있다고 보고 자원자를 찾았다. "이 법을 어겨 달라. 우리가 네 편이 되어 주겠다"는 것이었다. 드러내 놓고 범법자가 되어야 하는 어려운 임무였지만 어디에나 용감한 자는 있는 법. 그 자원자가 스콥스였다. 스콥스는 아이들에게 다윈의종의 기원에 바탕을 두고 쓰여진 교과서를 가르쳤고 당연히 기소되었다.
재판이 시작되었고 ACLU의 계산은 맞아 떨어졌다. 전 미국에서 보도진들이 몰려들었고 라디오 방송국은 생중계를 준비했다. 운집한 상인들은 침팬지 모형을 팔았고 목사들은 인파 속에서 목청껏 설교를 했다. 인구 1800명 도시에 5천 명이 찾아 드는 대성황이었다.


검찰 측 대표는 세 번이나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바 있는 윌리엄 브라이언
. 변호사는 당시 명망이 드높았던 클라랜스 대로. "우리가 원숭이 자손이냐?" "그럼 이브가 아담의 갈비뼈냐?"는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 대결이었다.
클라랜스 대로는 브라이언 검사를 증언대에 세운 후 다음과 같이 묻는다.

클라랜스 - 창세기에서 아침이 가고 저녁이 오니 첫째 날이었다는 말씀에서, 이 날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지요?
브라이언 - 난 그게 24시간의 하루를 의미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클라렌스 - 문자 그대로의 날짜는 아니라는 겁니까?
브라이언 -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6일 동안 세계를 만들었든 6백년, 6만년, 또는 6억년 동안이건 그러셨든 그것은 쉬운 일이고, 우리가 어떻게 믿든 중요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성경을 문자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는 검찰 측의 입에서 튀어나온 소리였다. 브라이언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흥분한다.

재판장님 변호인 측의 의도는 성서의 가치를 깎아 내리려는 것 뿐입니다!

브라이언의 실언에도 불구하고 1925 7 21일 재판장은 스콥스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벌금 100달러의 형벌을 내린다. 어쨌건 법을 어긴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이때 스콥스는 최후진술에서 이렇게 말한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유죄 판결이 불공정하다고 여깁니다. 저는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제가 할 수 있는 한 이 법에 저항할 것입니다. 이 법안에 따르는 것은 개인과 종교의 자유처럼 미국 헌법이 보장하는 사상의 자유에 대한 제 신념에 반하는 것입니다. 벌금은 불공정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법원까지 올라간 끝에 벌금이 지나치게 과하다는 이유로 스콥스는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 재판에 소환된 것은 문명이었소!”라는 변호사 대로의 항변처럼 세계인의 비웃음을 사는 재판이긴 했지만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기세는 좀체 수그러들지 않았다. 미시시피와 아칸소 주가 버틀러법과 유사한 법을 통과시켰고, 버틀러 법의 완전 폐기는 그로부터 무려 40년이 더 흐른 뒤에야 가능했다.


91년도 국민일보 기사


하지만 당시 진화론이
"창조론 안 믿으면 불법"이라던 꼴통 기독교에 비해 합리적, 진보적 입장에 서 있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당시 진화론도 제국주의에 발맞추어 인종주의를 합리화시키는 논리적 근거로서 기능한 측면도 있음을 기억해 두자.백인 외의 다른 인종은 '기생충'과 같거나 진화가 될 진행되었다는 식의 악의적인 교육도 행해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스콥스의 용기는 평가해 줄 만하다. "악법은 어기는 것이 법"이라는 선언은 그 전에도 그 후에도 허위에 구속 받고 폭력에 좌절하며 권력에 짓눌리는 사람들에게 유효하듯이, 그가 버틀러법에 대하여 피고인을 자청한 것은 평가할만한 행동이었다. 역사는 그런 사람들에 의해서 한 발씩 나아가고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