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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 입력 2015.07.14 10:17
  • 기자명 김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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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 (Carrier) 라는 이름을 나는 매우 어려서부터 접했다. 장마가 끝나고 바야흐로 불볕더위가 시작되면 동네 꼬마들은 저금통을 들고 즐겨 은행을 찾았다. 통장을 만드네 저금을 하네 하며 유난을 떨었지만 내가 은행을 찾은 이유는 에어컨 때문이었다. 천 원 저금하고 한 시간을 놀다가 은행 청원 경찰에게 벼락같은 호통 소리와 함께 쫓겨날 때 아쉬워하며 돌아봤던 에어컨의 상표가 바로 '캐리어'였다.



윌리엄 캐리어


초기 에어컨은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 에어컨은 책 때문에 개발되었다. 습도와 온도의 변화 로 종이가 확장, 수축되고 색이 바래지는 문제는 인쇄업자의 최대 골칫거리 중 하나였다. 캐리어는 습도를 조절하기 위하여 공기가열부에 냉수를 통과시켜 그 주위를 통과하는 공기를 냉각시킴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성공한다.
캐리어의 다음 과제는 열을 냉각하는 일이였다. 한 방적 공장에서 문제를 호소해 왔다. "수천 개의 방추(紡錘)가 회전하면 그 마찰열 때문에 기계에 문제가 생겨 그만 펴져 버려요!" 이는 도서관 습도 물리치기와는 차원이 다른 과제였다. 하지만 캐리어는 이것도 해 냈다.


에어컨의 원리 ⓒhttp://www.equity.co.kr/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캐리어에게 뜻밖의 사태가 닥쳤다
.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회사에서 캐리어가 소속한 부서를 없애 버린 것이다. 회사로서도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것은 참으로 미련한 실수였다. 캐리어는 자신과 죽이 맞았던 연구원들을 묶어 세워 회사를 세운다.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였다.
"Carrier Engineering Corp." 에 처음으로 주어진 난관은 마카로니 식당이었다. 습기 제거를 위해 건조 장치를 설치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강도가 문제였다. 국수 가락이 죄 말라 비틀어져 버린 것이다. 캐리어는 현장에서 살다시피 하며 건조 과정을 테스트하며 적합한 강도를 골랐고 그 와중에 방대한 양의 밀가루가 버려지긴 했으나 결국 그는 성공한다. 캐리어 에어컨 회사의 첫 성과였다.
사람에게 에어컨의 혜택이 돌아간 것은 그의 에어컨 시스템 발명으로부터도 20년이 지난 뒤였다. 1924년 디트로이트의 백화점에 에어컨이 설치됐고 28년에는 의회에 에어컨이 설치되어 의원들은 더위를 핑계로 의사당을 벗어나는 농땡이를 부릴 수가 없게 됐다. 싱가포르의 이광요 수상이 "인류 최대의 발명품"이라고 격찬을 했던 에어컨은 인류의 문화를 바꿔 놓은 발명품 중의 하나로 부상했다. 무더위의 영향으로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열대 지방에 활력을 가져다주었고, 지하 수백 미터 막장의 숨 막히는 더위를 뚫었으며 우주선부터 박물관까지 필수적인 물건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오존층 파괴의 주범이기도 하고 미국에서 에어컨에 사용되는 에너지량이 중국 전체가 사용하는 에너지량보다 많다는 통계에서 보듯 에너지 낭비의 문제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밀가루를 뒤집어쓰고 건조량을 체크하고 습도량을 체크하느라 책더미 속에서 씨름하던 캐리어가 1902년 오늘 고안해 낸 에어컨에 대한 고마움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캐리어는 스스로를 즐겨 '공상가'라 일컬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남긴 말들을 곱씹어 보면 그는 항상 공상을 현실로 바꿀 생각에 골몰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항상 식용 가능한 물고기만 낚는다. 먹을 수 있는 사냥감이라면 실험실의 실험용 동물이라도 쫓아간다." 나이 스물 다섯에 인류의 문화를 바꿀만한 발명을 해 놓고도 회사에서 잘렸던, 하지만 굴하지 않고 일어섰던 그에게서 한 마디를 더 끌어와 보자. 캐리어의 '마법의 공식'이라고도 불리는 그의 근심퇴치법.

최악의 상황에 처했을 때는 다음의 세 가지를 고민하라. 스스로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무엇인가를 물으라. 도저히 피할 수 없다면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 있는가를 고민하라. 그 다음으로 침착하게 최악의 상황을 개선시킬 방법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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