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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여성 아이콘을 바꾼 까닭은?

  • 입력 2015.07.13 13:35
  • 기자명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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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본사는 직장인에게 꿈과 같은 곳입니다. 모든 간식이 공짜고, 늘 햇살이 반짝이며, 직원들 표정에서는 열정이 넘쳐나는 게 눈에 보입니다. 일을 시작한 첫 주 만난 수백 명의 사람들에게서 모두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진심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절대 불평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고, 그 결심을 기억하기 위해 책상에 겸손하자라는 포스터를 붙여놓았습니다.
그러나 당황스럽게도 페이스북 디자이너로 일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회사의 아이콘 킷(Glyph kit)에 화가 났습니다. 포토샵 파일 안에는 사람을 의미하는 두 개의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남자 아이콘은 약간 솟아오른 머리를 제외하고 좌우 대칭을 이루는 데 비해 여자 아이콘에는 왼쪽 어깨에 살짝 파인 부분이 있었죠.


알고 보니 그 파인 부분은
친구들아이콘에서 남자 아이콘이 앞에 서 있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려 깊지 못한 디자인이었습니다. 단단한 두 어깨를 가진 여성으로서 기분이 좋지 않았죠.
제 불평을 디자이너 친구에게 털어놓자 그 친구는 옆의 붙어있는 포스터를 가리켰습니다.


페이스북에서 일어나는 어떤 문제도 남의 일이 아니다.”


저는 이 여자 아이콘에 단단한 어깨를 주기로 다짐했고
, 시안을 그렸습니다. 그렇게 몇 달에 걸친 아이콘 디자인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죠. 어깨의 흠을 고치자 다스베이더 헬멧 같은 단발머리 디자인도 바꾸고 싶어졌습니다. 포니테일 디자인이 젊고 현대적으로 느껴졌으나, 32픽셀로 크기를 줄이자 세련된 머리스타일이 아니라 쥐꼬랑쥐 같아서 포기했습니다. 긴 머리 스타일도 아이콘 사이즈를 줄이면 형태를 알아보기 쉽지 않아 기존 단발 머리를 유지하고 형태감만 바꾸었습니다.


새 여성 아이콘에 비교하면 예전 남성 아이콘은 딱딱하고 시대에 뒤처진 듯보였습니다
. 머리를 좀 더 부드럽게 다듬고 어깨에도 살짝 기울기를 주었습니다. 그런데 새 남성 아이콘을 디자인하면서 한 가지 문제를 더 발견했습니다. 페이스북 이곳 저곳에서 사람을 의미하는 아이콘으로 남자 한 명만 있는 아이콘을 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죠. 모든사람을 의미하는 아이콘에 남성만을 쓴다는 건 불공평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중립적인 아이콘을 하나 더 만들었습니다.


이제
친구들아이콘에 여성 실루엣의 크기와 위치를 결정지을 차례였죠. 여대를 졸업한 여성으로서 참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너무나 명백하게 여성은 남성 실루엣의 그림자에 가려 있었고, 이를 앞으로 노출시킬 만한 상황이 아니었죠.
처음에는 실루엣을 완전히 동등하게 같은 크기로 나열해 딱히 앞에 나와 있는 사람이 없도록 배치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수십 개 버전을 만들어 확인해 본 끝에, 머리 두 개 가진 상상 속의 동물이 아니고서는 사람들이 나란히 서 있는 느낌으로 만드는 게 어렵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결국, 여성 아이콘 크기를 살짝 줄여 남성 앞에 배치했습니다.


예전의
그룹아이콘은 두 명의 남성과 한 명의 여성 아이콘을 사용했고, 여성은 중앙에 크게 배치된 남성 아이콘 뒤에 서 있었습니다. 이 또한 새로운 실루엣을 써야 한다는 것이 자명해 보였고, 이번에도 저는 여성을 앞에 배치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디자인 시안을 보고했습니다. 혹시 이게 페이스북의 규칙을 깨는 건 아닌지 디자이너들이 아이콘을 완전히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고 화가 나 메시지를 보내는 것처럼 비춰지진 않을지 짐짓 긴장해 있었죠. 그런데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새 아이콘이 회사 상품 여기저기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었죠.
프론트엔드 엔지니어 맷 세인은 새 남성과 여성 실루엣을 웹 상품에 아무 문제 없이 출시했습니다. 프로덕트 매니저 렉시 로스는 프로필에 있는 성별 옵션을 다시 디자인하고 거기에 맞추어 프로필 아이콘도 업데이트했습니다. 아이콘의 마스터 브라이언 프릭은 전체 아이콘 킷을 업데이트하고 새 성별 아이콘을 사용했습니다.


이런 식의 자발적인 프로젝트는 페이스북에서 드문 일이 아닙니다
. 작년 줄리안 리앙이라는 디자이너는 엔지니어 브라이언 쥬와 함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지구본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아이콘을 만들었습니다.


상징은 중요합니다
. 이 프로젝트를 하고 나서 저는 모든 상징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친숙한 아이콘에도 다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지요. 이를테면 서류가방이을 의미하는 좋은 상징일까요? 지금과 같은 시대에 과연 몇 명이나 서류 가방을 들고 일을 할까요?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어떤 상징이을 의미할까요?
제가 여기서 일을 시작한 첫날 사람들이 좋은 의도로 가득하다고 판단한 건 사실이었습니다. 우리는 페이스북이 이렇게 불평, 불만에 그치지 않고 아이디어가 유기적으로 자라날 수 있는 문화를 가진 기업으로 유지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주요 기능부터 작은 아이콘 하나까지 사람들에게 쓸모 있고 의미 있는 플랫폼으로 남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아이콘을 개선할 수 있는 다른 아이디어가 있나요? 제게 연락을 보내주시면 듣고 싶습니다. (Medium 블로그, 페이스북 디자이너 케이틀린 위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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