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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입력 2015.07.10 10:36
  • 수정 2015.07.10 10:49
  • 기자명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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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21세기 들어 석탄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 갸우뚱할지도 모릅니다. 대기 오염과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된 석탄은 이미 오래 전에 폐기된 연료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때 전체 전력 생산의 절반 이상을 석탄에 의존하던 미국의 경우 현재 그 비율이 39%까지 낮아졌습니다. 같은 화석 연료라도 훨씬 깨끗한 연료로 인식되고 있는 천연가스 가격이 셰일가스 개발 붐 덕에 크게 떨어지면서 석탄의 경쟁력이 떨어졌고, 그 전부터 시에라 클럽을 비롯한 환경 단체들이 석탄을 지목해 집요하게 폐기 운동을 벌여오기도 했습니다. 유럽 환경 당국의 규제에 이어 미국의 오바마 정부도 발전소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강력히 규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로 눈을 돌려보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집니다. BP 2015년 에너지 통계 보고서를 보면, 석탄 소비량은 1990년대 말부터 꾸준히 늘어났습니다. 아래 표에서 회색으로 표시된 석탄 소비량이 2000년대 들어 늘어난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2015 BP 에너지 통계보고서 (Vox 원문기사에서 재인용)


세계의 공장 중국의 급증한 에너지 수요를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석탄 소비가 급증한 건 아닐까요
? 그렇다면 중국의 제조업 붐이 사그라드는 시점에 석탄 소비량도 다시 줄어들지 않을까요? 이런 분석도 있었지만, 통계를 살펴보면 이 또한 사실과 거리가 먼 분석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석탄의 부활은 단지 중국의 부상 때문만이 아닙니다.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미국 국립 과학원에 발표된 한 논문은 우리가 현재석탄의 부활(renaissance of coal)”을 목격하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특히 이 석탄의 부활은 중국이나 인도 등 몇몇 나라에서 일어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를 비롯해 개발도상국 전반에서 나타나는 훨씬 광범위한 현상이라고 저자들은 지적했습니다.
석탄 수요가 특히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들 사이에서 높은 이유는 역시나 석유나 가스, 핵 연료, 재생에너지에 비해 저렴한 가격입니다. 여기에 호주나 인도네시아 등 석탄 생산국들이 수출 물량을 늘리면서 석탄을 구하기가 쉬워졌습니다. 물론 석탄 발전소를 짓는 데는 여전히 만만찮은 비용이 들지만, 원료가 싸다는 장점이 크게 어필하고 있습니다.


석탄은 전 세계 에너지 원료 가운데
30%를 차지합니다. 다시 말하면, 1/3에 가까운 에너지원을 빼고 기후 변화 대책을 논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입니다. 특히 기후 변화에 핵심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과학자들이 경고하는기후 변화로 인한 재앙을 피하려면 지금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훨씬 줄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30%나 되는 석탄 의존도를 20년 안에 10% 아래로 떨어트려야 합니다. 이 목표를 이루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보입니다. 중국 정부가 석탄 사용을 줄이기 위해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고는 하나,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같은 경우 석탄 소비가 계속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 번 석탄 발전소를 짓고 나면 (건설 비용을 뽑기 위해) 30~50년은 발전소를 돌릴 수밖에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앞서 소개한 논문의 저자들은 전 세계가 개발도상국에 석탄을 대체할 현실적인 에너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새로 석탄 발전소를 짓지 않고, 지은 지 오래되지 않은 발전소 가동을 중단해도 에너지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만한 대안, 무엇보다 석탄보다 깨끗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저자들은 논의되고 있는 여러 대안을 소개했습니다
. 미국 정부부터 앞장서서 석탄 광산을 폐쇄하고 석탄 관련 인프라 가동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석탄 공급을 줄여 가격을 올리면 석탄이 덜 매력적인 에너지원이 되지 않겠냐는 바람에서 나온 아이디어입니다. 환경 단체들이 미국의 석탄 수출 기지인 북서부 태평양 연안들의 항구를 봉쇄해 석탄 수출을 잠시나마 저지하는 데 성공한 적도 있습니다. 아예 선진국들이 전 세계의 석탄을 매점매석하듯 사들여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사들인 석탄은 때지 않고 처분하는 겁니다.
이처럼 공급량을 조절해 석탄 사용을 줄이는 건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석탄에 의존하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이 당장 에너지난에 시달릴 위험이 있습니다. 반대로 석탄보다 깨끗한 원료를 쓰는 발전 시설을 짓는 데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정책적 지원을 하는 등 수요 측면을 조절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두 가지를 병행할 수도 있습니다. 저자들은 또한 석탄 수요를 낮추는 캠페인에 기후 변화 뿐 아니라 대기 오염, 공중 보건 등 관련 이슈를 복합적으로 끌어들일 때 효과가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 정부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 규제, 베트남 정부의 화석연료 보조금 개혁 등의 사례가 이를 증명합니다.
저자들은 제반 상황을 고려했을 때 개발도상국들이 빠른 시일 내에 석탄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건 어렵다고 내다봤습니다. 국제 사회가 석탄 발전소를 폐기하라고 지시할 수도 없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가 참여하는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은 정치적 논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세우는 데 한참 걸릴 겁니다. 저자들이 차선책으로 내놓은 방안은 새로 짓는 발전소에는 탄소 채집 장치를 꼭 달도록 의무화하는 것입니다. 차선책이라고 부르기에는 그 효과가 너무 미미해 우려되긴 합니다. 저자들은 마지막으로 경고에 가까운 어두운 전망을 덧붙였습니다.

개발도상국, 신흥 경제국들이 지금처럼 탄소가 배출되는 에너지원에 기대어 경제 성장을 계속한다면, 이는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선진국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것이 뻔합니다. 석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지 못한다면,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대책도 결국에는 실행에 옮기지 못할 겁니다.

[Vox -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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