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청정구역' 제주도, 메르스 무방비 상태였다

  • 입력 2015.06.19 09:56
  • 기자명 아이엠피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메르스 청정지역이라 불리던 제주도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제주 여행을 다녀온 남성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141번 환자는 5월 27일 삼성서울병원 외래를 방문했습니다. 이후 141번 환자는 별다른 연락을 받지 못하고 6월 5일부터 6월 8일까지 3박 4일간 가족들과 제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제주 여행 이후 6월 10일 새벽부터 고열 증상이 나서 보건소에 신고했고, 6월 13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제주 여행을 다녀온 남성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제주도민들은 141번 환자의 제주 여행 동선을 파악하며 혹시 모를 감염 때문에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제주 도내 학교 등은 141번 환자의 이동 경로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자진 신고를 해달라는 문자를 발송하기도 했습니다.
제주도는 141번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기 전이고, 잠복기였기에 감염원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메르스에 대한 두려움이 높아진 상황이라 제주도민들이 무조건 안심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제주특별자치도의 허술한 메르스 대응 때문입니다.




오류투성이 141번 환자의 제주 이동 경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제주를 메르스 청정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며 각종 언론에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메르스 확진자의 제주 여행이 알려지자 너무나 허술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제주도가 6월 18일 밝힌 141번 환자의 제주여행 주요 동선을 보면 너무 엉터리입니다. 가장 먼저 밀폐된 곳에 있으면 감염률이 높아지는 메르스 전파력을 알고 있으면서, 141번 환자가 탑승했던 항공편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용했던 렌트카 회사명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141번 환자가 이용했던 식당도 엉터리로 발표했습니다. '신라호텔 앞 흑돼지집'을 이용했다고 했는데, 제주에 흑돼지집이 한두 개인가요? 이런 식의 발표는 애꿎은 다른 식당에까지 피해를 끼칠 수 있는 무책임한 행동입니다. 또한, 제주도에서 발표한 '신제주 해안도로'는 제주도민조차 '거기가 어디야?'라는 말을 할 정도로 생소한 지명이었습니다. 지명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오히려 더 많은 불안감을 조성했습니다.
6월 8일 일정도 불분명합니다.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제주공항으로 출발했다고 하는데, 과연 오후 4시 30분 비행기를 탑승할 때까지 어디에 있었는지 파악조차 못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렌트카에 부착된 내비게이션을 확인했으면 쉽게 알 수 있었을 텐데, 왜 이런 부실한 정보를 공개했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금천구청이 보여준 발 빠르고 정확한 메르스 대응
141번 환자의 제주 여행 이동 경로를 허술하게 발표한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비교되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서울시 금천구청장입니다.


제주특별자치도 홈페이지에는 '메르스 확진자'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저 원희룡 제주지사의 브리핑 자료뿐입니다. 이에 반해 서울 금천구 홈페이지(구청장 차성수)에는 팝업으로 '금천구 메르스 비상대책 추진상황'이 누구라도 볼 수 있도록 공개됐습니다.
금천구는 '환자 발생 및 경유 의료기관'과 '일일상황보고'는 물론이고 '확진자 이동경로' 등 메르스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금천구는 93번 환자의 대중교통 이동경로를 분 단위까지 정확히 공개했습니다. 교통카드 사용 내역을 통해 어느 지역에서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해 다녔는지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특히 금천구청은 기존 추정경로에서 새롭게 확인된 경로까지 업데이트해 놨습니다.
금천구청이 93번 환자의 이동 경로를 교통카드로 파악했다면, 제주도는 렌트카의 내비게이션으로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주도는 141번 환자의 이동 경로를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실한 정보는 소문을 만들 수밖에 없다
제주는 굉장히 좁은 지역입니다. 오전에 누가 한 이야기가 오후만 되면 온 동네에 다 퍼지는 괸당 문화(친족, 혈족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지역일수록 소문이 금방 퍼집니다. 지역 특성상 메르스 관련 정보를 더욱 정확히 공개해야 했다는 뜻입니다.


6월 18일 제주에 거주하고 있는 의사의 페이스북에 메르스 관련 소식이 올라와 있습니다. 병원 응급실 폐쇄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올린 의사는 '메르스 관련 소문에 혼란을 겪지 마시기 바랍니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응급실 폐쇄와 관련이 없는 의사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이유는 제주 관련 카페에 너무나 많은 소문이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정보 대부분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을 보다못해 의사가 스스로 팩트를 확인해 올린 것입니다.
만약 제주특별자치도가 관련 정보를 정확히 공개하고 알려줬다면 이런 소문들은 금방 사라질 것입니다. 그러나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앞으로도 불확실한 소식을 확산시킬 것입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6월 16일 외국인에게도 메르스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겠다면 일본과 중국 외교관을 만났습니다. 메르스 정보를 정확하게 공개해 중국이나 일본인 관광객을 안심시키겠다는 행사였습니다.
외국인에게 메르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원희룡 제주지사의 약속은 불과 이틀 만에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공개한 정보가 너무 엉터리였기 때문입니다. 확진자가 탔던 항공편조차 공개하지 않는데 어떻게 외국인들이 마음 놓고 제주를 찾겠습니까? 또 메르스 때문에 제주 경제가 어렵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명이나 식당명조차 엉터리로 공개한 제주도를 육지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믿겠습니까?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입니다.
서울의 금천구청보다 못한 제주도의 메르스 정보 공개를 보면서 방송에 나와 큰소리쳤던 원희룡 제주지사의 모습이 자꾸 떠오릅니다. 위기는 말만으론 해결할 수 없습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