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워터게이트 사건, 미국 국민은 대통령을 가만 두지 않았다

  • 입력 2015.06.18 16:32
  • 기자명 김형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72 6 17일 워싱턴 DC 워터게이트 호텔 경비원 프랭크 윌즈는 이상한 모습을 발견했다. 출입문 하나에 이상한 테이프가 묶여 있는 것이 눈에 띈 것이다. 수상하면 수상한 것이었지만 또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면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었다. 누군가 다른 일을 하다가 붙여 놓을 수도 있겠지 하면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예민했던 윌즈는 이를 수상하게 여기고 경찰에 신고했다.

누군가 호텔에 불법 침입한 것 같습니다.

이 신고로 미국 현대사를 뒤흔든 워터게이트 사건이 시작된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다섯 명의 남자들을 체포한다
. 수사 결과 이들이 이 호텔에 처음 나타난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이들은 민주당 선거 사무소가 있던 이 호텔에 얼마 전에도 침입한 바 있던 바로 그 괴한들이었다. 그들은 설치한 도청 장치를 확인하려다가 덜미를 잡힌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붙잡힌 남자들과 백악관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드러내는 증거들이 연이어 드러난 것이다.
그때부터 필사적으로 진실을 감추려는 닉슨 대통령 진영과 아메리카 합중국의 국내에서는 지켜져야 할 법률을 위반한 사람들의 배후를 캐려는 사람들의 대결이 시작된다. 워싱턴 포스트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 기자는 그로부터 수십 년 동안 밝혀지지 않은 제보자깊은 목구멍” (deep throat)의 제보를 받아 기사를 쓰고 이 막중한 사태의 진실에 접근해 간다.
점차 범인들의 배후가 가시화되던 중 1973 1 8일 침입범에 대한 재판이 이루어졌고 재판부는 호텔 무단침입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다. 하지만 침입자들은 유죄를 인정했으니 보석을 허가하라는 등 뻔뻔스럽게 재판에 임했고 이에 화가 난 재판부는 무려 30년 형을 언도하는 동시에 그 일당들이 재판에 협력했다는 사실에 대한 재고도 요청했다. 한 마디로니들 못 믿겠고 한 번 갈 데까지 가 보자는 것. 이에 질린 호텔 침입자들은 자신들이 위증헀음을 인정한다.
닉슨은 계속 코너로 몰렸다. 자고 일어나면 폭로, 쉬고 돌아오면 새로운 사실이 연속부절로 등장했다. 그 가운데 치명적인 것은 미국 대통령의 집무실에서 오간 대화는 모두 녹음되어 있다는 폭로였다. 워터게이트 사건 직후 대통령과 그 법률 고문이 나눈 생생한 대화가 음성 테이프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워터게이트 사건 특별 검사 콕스와 상원 조사 위원회 모두 눈이 번쩍 뜨였고 다투어 소환장을 발부했다.
닉슨도 눈 뜨고 목이 달아날 수는 없었다. 법무장관에게 지시해 특별검사를 해임하라고 명령했지만 리처드슨 법무 장관은 이를 거부하고 사임해 버린다. 그 뒤를 이은 법무차관도 대통령의 명령을 물리치고 장관 자리를 내던진다. 세 번째 법무부장관이 특별검사를 해임하긴 하지만 닉슨은 녹취록을 내놓아야 했다. 그런데 닉슨이 제출한 녹취록이 누더기였다. 심지어 녹취 8분 분량은 사라졌다. 사람들은 닉슨에 더 크게 분노하기 시작했다.
1974 7 24일 대법원은 닉슨의 대통령 특권을 무효화하는 동시에 녹취 원본을 제출하라는 판결을 판결을 내린다. 닉슨의 운명은 불 보듯 뻔했다. 탄핵이냐 사임이냐를 놓고 고민하던 닉슨은 마침내 사임을 결정한다. 미국 대통령 닉슨은 그렇게 몰락한다.


미국 국민들을 가장 분노케 하고 여론을 악화시킨 것은 도청 행위 그 자체 탓도 있겠지만 계속된 닉슨의 거짓말이었다
. 뻔히 드러나는 사실 앞에서 “I'm not a crook."즉 난 악당이 아니오! 라고 변명을 늘어놓는 닉슨의 뻔뻔함에 미국인들은 진저리를 쳤고 대통령의 참모들조차 그 명령을 거부했다. 사법부는 침입자들에게 무려 30년형을 선고하여 닉슨의 수족들을 얼어붙게 했고 대통령에게 핵심 증거를 내놓도록 강요한다. 40년 전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40년 뒤 한국에서는 국정원이 대선 기간 동안 국민을 상대로 특정 후보를 위한 심리전을 벌였음이 밝혀졌다. 국정원장이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지만 이를 수사하던 경찰은 이건 우리 지방청 하나 날아갈 일이라며 서둘러 덮어 버리고 손을 씻어버렸다.


bitgoeultv.com


닉슨의 하수인 몇몇이 민주당의 선거 전략을 훔쳐 보려고 호텔에 스며든 것보다 몇 배는 더 무거운 범죄다
. 그런데도 불구하고 법무부장관은 그 책임자를 한사코 선거법 위반으로는 기소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고 여당 의원들은 국정원 선거개입을 제보한 내부고발자를국기 문란으로 몰았다. 그리고 정보 기관의 공작과 선거 개입의 근절을 책임져야 할 민주공화국의 행정부 수반은 애들이 북침인지 남침인지 모른다며 엉뚱한데 힘을 쏟고 있다.
닉슨이 저승에서 땅을 칠 일이다. 나는 어찌하여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태어났던고.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