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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승부조작, 이번엔 농구인가?

  • 입력 2015.05.27 13:29
  • 기자명 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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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승부조작이다. 지난 25일 SBS는 현직 프로농구 감독이 승부조작 혐의로 경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다수 언론에 의해 확인된 연루자는 안양 KGC인삼공사의 전창진 감독인 것으로 드러났다.
2년 전에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한국 농구계의 아이콘, 강동희 전 원주 동부 감독이었다. 그는 2011년 불법 스포츠도박 브로커에게 4700만원을 받고 승부를 조작한 혐의로 2013년 징역 10개월과 추징금 4700만원을 선고 받았다. 당시에 농구 팬들은 분노했고 그로 인해 농구계는 홍역을 앓았다.
불과 2년 만에 같은 맥락의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 전 감독이 일부러 기량이 떨어지는 후보 선수를 투입하는 방식으로 경기에 패하고, 그것도 모자라 큰 점수 차로 지기 위해 고군분투했다는 혐의는 코미디에 가깝다. 3억에 가까운 돈이 배팅금액으로 오고 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아직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단정하긴 어렵지만 혐의가 사실일 경우 전 감독의 농구인으로서의 삶은 이대로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


책임자 징계와 처벌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
2년 전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강동희 전 감독에게 영구제명을 통해 향후 농구와 관련된 어떤 일도 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이번 사건 역시 사실로 드러날 경우 KBL은 전 감독에게 영구제명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충격효과는 줄 수 있지만 제2, 제3의 승부조작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강동희 감독의 승부조작 이후 KBL은 매 시즌 선수단에게 불법 도박 근절을 위한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예방효과는 없었다.
승부조작의 1차적인 책임은 분명 개인에 있다. 하지만 동시에 개인이 승부조작을 마음먹으면 그것이 얼마든지 가능할 수 있다는 환경 역시 문제다. 승부조작이 일어날 때보다 개인을 처벌하는 것만큼이나 불법 도박 환경을 제재하는 시도 역시 중요할 것이다.
그 중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구단 내부 구성원의 자체 신고 제도다. 축구, 농구 등은 팀 스포츠다. 감독이 아무리 용을 써서 절묘하게 승부를 조작해도 코치, 선수 등은 어느 정도 눈치를 챌 수 있다. 하지만 괜히 나섰다가 부스럼을 만들까 고민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또 어떤 식으로든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역시 있을 것이다. KBL은 승부조작 내부 신고 제도를 4년 전부터 이미 운영 중이다. 이번 기회에 자체 신고에 필요한 심리적 진입장벽을 낮추는 등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승부조작과 불법 스포츠 도박
그러나 자체 신고 제도가 아무리 정교하게 작동하더라도 승부조작을 100% 통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조금 관점을 달리해보자. 일부 지도자와 선수들이 승부조작의 유혹에 쉽사리 넘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전적으로 엄청난 배당수익 덕분이다. 그리고 그 배당수익은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로부터 나온다.
얼마 전 불법 스포츠도박을 하다가 벌금형(500만원)을 선고 받은 지인을 만났다. 그는 불법 스포츠도박에 빠지는 이유를 크게 3가지로 설명했다. 먼저 합법적인 스포츠토토 보다 자유로운 배팅금액 설정이다. 확실한 경기에 많은 돈을 걸어 쉽게 돈을 불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높은 배당률이었다. 스포츠토토에 비해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들의 배당률이 높기 때문에 불법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에서는 대략 스포츠토토의 1.5배 이상의 배당률을 적용 받는다고 한다.
세 번째는 단일 경기만을 배팅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현재 스포츠토토는 묶기 방식으로 2경기 이상의 결과를 예측해야만 배팅이 가능하다. 하지만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선 한 경기만의 배팅도 가능하기에 맞출 확률이 더 높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장점을 없앤다면 불법 스포츠 도박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레 승부조작의 유혹의 세기도 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높은 수익에는 늘 높은 위험이 따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위험을 감수하는 건 양심을 지키는 것보다 수익을 추구하는 것의 효용이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혹자는 승부조작이 있기 때문에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가 존재한다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사실 이 둘은 닭과 달걀의 관계와도 같다. 명확히 선후관계로 나뉘지 않는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둘 모두를 없애는 것이다.
개인의 양심만을 강조하는 캠페인만으로는 절대로 불법 스포츠 도박과 승부조작을 원천봉쇄 할 수 없다. 불법 스포츠도박 시장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명확한 적폐이자 지하경제의 표본이다. 국내 스포츠계를 넘어 정부 차원의 확실한 규제와 제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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