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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지진 참사 속 세월호 조롱들

  • 입력 2015.05.14 10:40
  • 기자명 고함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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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허무함에 가까이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허무를 생각해야 한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은 종종 '이제는 다 끝났다'는 말과 동의어로 사용되지만, 그것은 우리의 착시일 뿐이다."

블루프린트. [Remember 416] 중에서


자식 잃은 부모를 표현하는 단어는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고 한다. 수많은 슬픔 중 어디에도 견줄 수 없어 위로조차 조심스러운 상황이지만 대한민국 인터넷 공간에서는 이러한 부모의 슬픔에 대못을 박는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바로 세월호 유가족을 향한 조롱이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한 지 1년 그리고 약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은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유가족을 향한 일부 네티즌의 조롱 또한 1년 전과 변함없다. 아니 더 심해지고 있다.



지난 4월 26일 또 한 번 전 세계에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져 왔다. 네팔은 지진으로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고,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를 입었다. 이러한 고통을 겪고 있는 네팔 지진 피해자들에게 전 세계가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있다는 따뜻한 소식 또한 함께 전해졌다. 하지만 이러한 메시지 가운데 SNS 혹은 기사의 댓글에서는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글을 발견할 수 있었다.


“네팔은 세월호 참사보다 더 많은 인명이 피해를 봤지만, 시위를 안 하는 것 보니 네팔의 국민성이 한국보다 높다.”

“네팔 지진 피해자들이 보상금 많이 받는 법을 세월호 유가족한테 배워라.”

“세월호 특별법은 지겨우니 네팔 특별법이나 만들자.”


유가족을 향한 조롱은 네팔에 관한 글뿐만 아니라 세월호 관련 글에서도 빈번하게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어그로를 끄는 댓글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아무리 그들이 소수라 할지라도 천재지변으로 인한 끔찍한 참사 와중에 세월호 유가족을 이와 엮어 조롱하는 댓글들은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는 속담이 있다. 남의 괴로움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자기의 작은 괴로움보다는 마음이 쓰이지 않는다는 뜻으로 유가족을 조롱하는 어그로 꾼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유가족은 개인의 이익이 아닌 세월호 참사와 유사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그것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투쟁을 장기화하면서 일각에서는 언론을 통해 자주 노출되는 세월호에 대해 피로감을 느낀다고 하지만, 지겹다고 느끼는 이러한 개인의 감정이 세월호 진상규명보다 우선할 수 없고, 그 피로감이 유가족을 향한 악플을 달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c 민중의소리


4월 30일 오후 해양수산부 차관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이 통과됐다. 해양수산부는 파견하는 공무원인 기획조정실장의 직함을 행정지원실장으로 바꾸고 업무 범위를 조정했다. 또한 유가족 측의 의견을 반영해 특조위 파견 공무원 비중을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세월호 유가족과 특조위는 “표현만 살짝 바꾼 말장난에 불과하다. 시행령 수정안은 여전히 세월호 특조위의 독립을 보장하지 않고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며 수정안 수용 불가의 뜻을 밝혔다. 정부는 참사의 원인을 원만히 해결하려는 의지가 여전히 없어 보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월호 참사와 유가족을 향한 조롱 섞인 악플이 아닌 그들을 응원하고 진상규명을 향한 외침이다. 우리는 모두 세월호 이후 한배에 탔기 때문이다. 국민이 세월호 참사의 원인 규명에 힘을 실어 주지 않는다면 다음 참사의 대상은 우리 혹은 우리의 가족이 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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